[취재수첩] 천하의 이근호, 이것 때문에 바짝 긴장
입력 : 2012.11.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류청 기자= “밥이 넘어 가겠어요?”

이근호(27, 울산)가 긴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태양의 아들’은 2012년 아시아 최고 선수가 됐다. 이근호는 29일 저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벌어진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축구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의 쾌거다.

사실 이근호는 수상이 발표되기 전부터 이미 수상이 결정된 선수 같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외국 언론들도 이근호를 취재하기에 바빴다. 긴장했던 것은 본인 뿐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이근호는 수상 소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수상자가 되면 단상으로 올라가 소감을 밝혀야 하는데,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해야 했다. 이날 단상에 올라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회장과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도 모두 영어로 이야기했다.

수상에 대비해 소감을 준비했지만, 막상 많은 사람들 앞에 올라가 이야기할 생각을 하자 두려움이 몰려왔던 것이다. 한국어로 해도 어려운 것을 영어로 하려니 더 떨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근호의 긴장감을 더 높이는 ‘사건’도 있었다. 먼저 수상자가 된 김경아 심판(올해의 여자 부심상)이 소감을 말하다가 잠깐 더듬으면서 급하게 마무리했던 것이다. 이근호는 “긴장 안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더 떨고 있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걱정은 기우였다. 이근호는 무대체질이었다. 그는 단상으로 올라가 유창한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내려왔다.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빛난 이근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조금의 긴장은 인생의 윤활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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