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87년 삼총사 박진포 전성찬 김평래 믿는다'
입력 : 2013.02.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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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김태형기자= ‘박진포 전성찬 김평래’
1987년생인 이들은 2011년 성남에서 첫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에게 ‘성남’이 전부이듯, 성남 팬들에게도 이들은 각별한 존재다.

크리스마스, 설 연휴도 반납하고 해질 때까지 훈련에만 몰입해온 이들이다. 지난 두달간 ‘먹고 뛰고 자고’ 축구에만 충실했다. 겨우내 혹독한 훈련과정을 이겨낸 건 서로의 믿음직한 눈빛 덕분이다.

이들은 나이 말고도 공통점이 많다. 자타공인 ‘왕체력’이다. 팀내 체력측정에서 늘 상위권을 다툰다. 성실하고 정직하다. 꾀부릴 줄을 모른다. ‘오른쪽 풀백’ 박진포는 주장이다. 성남구단과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실맨’이다. 미드필더 전성찬, 김평래는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많이 뛴다. 이들의 플레이에는 감동이 있다.

안익수 성남 감독 역시 “군림하는 선배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선배를 원한다”는 말과 함께 이들을 칭찬했다. 안 감독이 온 이후 이들은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뛴다. 무한경쟁 그라운드에서 투지, 체력, 멘탈 어느 하나 후배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지난 2년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극과극’을 맛봤다. 프로 데뷔 첫해 FA컵에서 우승하며 환호했다. 승리의 단맛이었다. 2012년 그룹B로 추락하며 바닥의 쓴맛을 체험했다. 프로 3년차를 맞는 올해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감독, 코칭스태프도 모두 바뀌었고, 선수들도 대거 물갈이 됐다. 지난 2년간 성남을 이끌었던 ‘87라인’은 ‘변화무쌍’한 성남을 지키는 ‘변함없는’ 힘이다.

바뀐 팀 분위기를 묻자 전성찬 김평래가 약속이라도 한 듯 “캡틴이 대답해야죠”라며 박진포에게 공을 넘긴다. “‘작년에 열심히 안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최선을 다했는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동계훈련을 거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최선’인 것 같다. ‘최선’은 끝이 없다.” 박진포의 대답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음 한뜻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늘 함께 한다. 맛집도 찾아다니고, 영화도 함께 본다. 시즌이 끝난 후 부산으로 짧은 여행도 함께 떠났다. 제주 전훈중 유일하게 쉬었던 설날 당일, 차를 빌려 천지연폭포,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를 다녀왔다. 늘 붙어다니는 통에 서로의 습관과 취미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자칭 ‘스마트’하다는 김평래를 타깃 삼아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엉뚱 매력남’ 김평래는 자주 타깃이 된다. “평래는 빵을 진짜 좋아해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빵을 먹는다니까요. 크림빵을 좋아하고 단팥빵은 안먹어요.”(박진포) “평래는 완전 패셔니스타예요. 외출할 때 꼭 입는 V넥 티셔츠랑 디젤 재킷이 있어요. 최근엔 돌체앤가바나 재킷 샀던데, 자랑하려고 방에 걸어놨더라고요”(전성찬) 거침없는 폭로전에 김평래가 발끈하자, 박진포가 슬쩍 한마디 던진다. “괜찮아요. 빵 주면 풀려요. 크크.”


이들의 우정은 이런 식이다. 힘겨운 훈련 속에 오가는 짧은 농담, 그들만의 코드, 눈빛이 ‘엔돌핀’이자 ‘힐링’이다. 죽을 것처럼 힘들 때, 말 못할 고민까지도 서로에겐 스스럼없이 터놓고, 내려놓는다.

출발점은 같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중앙대 4학년때 우크라이나리그에 진출했던 김평래는 2011년 성남 입단 첫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김성환의 부상 후 기회를 잡았고, 피스컵에서 맹활약하며 주전을 꿰찼다.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동계훈련에서도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광운대 출신 전성찬은 데뷔 첫해 주전 미드필더를 꿰찼다. 24경기에서 3골2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기대되는 중원자원이었다. 한발 더 뛰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사랑받았다. 지난해 4월 11일 전남전, 오른무릎 십자인대 부상은 뼈아팠다. 지난 시즌 내내 재활에만 전념했다. 박진포 홀로 2년 연속 주전으로 고군분투했다. 엇갈린 희비속에도 우정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3년차 삼총사는 올시즌 성남의 부활과 함께 ‘87라인의 부활’을 꿈꾼다. 박진포는 “작년엔 운동장 찾아주신 팬들께 보여드린 게 없어 죄송스러웠다. 시즌이 끝난 후 너무 허탈했다. 좋은 결과로 떠난 팬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웃었다. 김평래가 입을 열었다. “작년에 대구와의 평일 홈경기 때 500명쯤 왔는데, 관중들의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다 들렸다. ‘김평래 빼!’라는 소리를 들었다. 진짜 충격이었다. 올시즌 꼭 복수하고 싶다. 그 평가를 반대로 돌려놓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돌아온 전성찬 역시 다시 나서게 될 그라운드가 설렌다. “부상없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라는 말에 ‘절친’ 박진포가 맞장구를 쳤다. “지난해 성찬이가 있었다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빈자리가 컸다”고 털어놨다. “올시즌 잘 될 것같아요?”라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삼총사가 한목소리로 외쳤다.

“잘 되야죠” 이들에게 승리는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절실한 당위’였다.

사진=성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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