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1위 비결? 권위 버린 '노감독'의 낮은 자세
입력 : 2013.1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울산 현대의 김호곤(62) 감독은 지난주 수원 원정을 떠나며 평소와는 달리 K리그 엔트리보다 1명이 더 많은 19명의 선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경기 당일 마지막까지 누구를 넣고 뺄지 고심을 거듭했다. 그 안에는 A매치 기간 발목 부상을 당한 김신욱이 포함돼 있었고, 김 감독은 결국 김신욱을 엔트리에 넣는 대신 외국인 용병 호베르또를 제외하는 선택을 했다.

포항의 끈질긴 추격을 받는 입장에서 김 감독 스스로 선수들에게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말했을 만큼 중요한 수원 원정이었다. 만의 하나 김신욱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부상에서 회복해 울산까지 따라온 히카르도가 희생양이 될 수 있었지만 긴박하게 돌아가는 선두 싸움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히카르도를 점심에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호베르또를 불러 미안하다고 했다. 여기까지 따라와서 빠지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선수라면 충분히 서운할 수 있다. 팀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말하니 수긍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수의 출전 권한은 온전히 감독에게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K리그 최고령(외국인 감독을 제외) 감독이 선수들 마음 하나하나를 소홀히 않고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다수 포진된 울산이 주전과 벤치 멤버를 가리지 않고 하나로 단결하는 힘이었다.

울산 선수들도 팀이 1위를 유지하는 비결에 스승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김신욱과 김승규은 약속이나 한 듯 "감독님이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답을 내놨다.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후반 김신욱을 투입하면서까지 총력전을 펼친 울산은 김 감독의 바람대로 수원을 2-1로 꺾고 K리그 정상을 향한 9부능선을 넘었다. 이제 주중 부산 원정에서 이기면 남은 1경기에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하게 된다. 김호곤 감독의 배려의 리더십이 마지막 방점을 찍기까지 이제 1승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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