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통계'로 되돌아본 '아약스-바르사' 전쟁
입력 : 2014.11.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의욕 충만하게 덤볐으나, 건진 건 없었다. 아약스가 6일 새벽(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4라운드에서 바르셀로나(바르사)에 0-2로 무너졌다. 지난 9월 만만하게 봤던 아포엘 원정(1-1 무)에서 발을 헛디딘 것이 화근.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메시의 두 골에 패하며 2무 2패로 16강 도전을 종료했다.

‘축구’와 ‘통계’. 흔히 경기력의 지표로 삼는 점유율, 패스 성공률 따위가 90분의 시간을 오롯이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득점에 성공한 선수라도 공격 전개 시 동선이 엉망이었거나, 수비 가담 부족으로 실점의 원흉이 되는 등 집계되지 않는 부분에서 부족함을 노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축구를 표기한 통계가 결정적인 상황을 내포하고 있음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다. 여러 줄로 나열된 숫자의 행간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 [아약스 40 vs 60 바르사] 점유율에 녹아난 두 팀의 경기 스타일

40:60은 최종 점유율이다. 60분을 넘긴 아약스는 실점, 퇴장, 체력 저하 등의 변수 탓에 점유율 싸움에서 크게 뒤졌다. 그전만 해도 아약스는 제법 대등한 경기를 보였으며, 때로는 상대를 압도하기도 했다. 전반전을 마친 두 팀의 점유율은 50:50이었다(UEFA 통계 기준). 이는 아약스가 내세운 스타일과도 직결된다. 승점 3점이 급했던 이들은 엉덩이를 뒤로 빼기보다는 상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소극적으로 공격 기회를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바르사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라인을 올려 압박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운 양상엔 불꽃이 튀었다.

볼의 점유는 본인들이 숨 돌릴 타이밍을 직접 정하고, 공격할 시간대를 스스로 선택하는, 즉 경기의 템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리로 이어진다. 바르사는 3라운드 기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32개 팀 중 볼 점유율 부문 2위(65.3%)에 올랐을 만큼 이에 적극적이었다(1위는 바이에른 뮌헨. 66.7%). 90.6%에 달한 패스 성공률(32개 팀 중 유일하게 90% 이상 기록)은 이들의 팀 철학을 더욱 견고히 하는 토대가 됐다. 이런 상대가 볼을 돌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아약스의 노림수였고, 그 결과 점유율엔 뚜렷한 쏠림 현상이 없었다.






▲ [아약스 4 vs 3 바르사] 옐로카드 7장과 레드카드 1장이 품은 변수

화끈한 경기 양상은 두 팀 모두에 ‘공간의 부담’을 안겼다. 개인 드리블 능력을 장착한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즈는 뒷공간으로 뒷걸음질치는 아약스 수비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전반 33분, 벨트만은 골키퍼 슈테겐에게서 시작된 바르사의 역습을 저지하던 중 네이마르를 덮쳐 경고를 받았다. 후반 25분에는 볼 없이 침투하는 메시를 잡아채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벨트만의 퇴장으로 한 명이 부족했던 아약스는 이 시기부터 상당히 힘겨운 경기를 했했다. 그 외 중앙 수비 모이산더와 오른쪽 윙어 엘 가지도 경고를 받았다.

바르사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7분 마스체라노가 깊은 태클로 경고를 받은 이후 전반 41분과 45분 각각 알바와 아우베스가 추가 경고를 받았다. 두 장의 경고는 바르사 역시 최대한 앞에서 싸우려 했다는 점,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점을 증명한다. 파울이 일어난 지점은 중앙선으로부터 2~30m는 앞서 있었는데, 이는 본인의 위치를 비우고 나온 뒤 상대 공격 전환을 방해하려던 알바와 아우베스의 무리한 동작에서 기인했다.

▲ [아약스6 vs 4바르사 → 아약스1 vs 10바르사] 슈팅 개수가 의미하는 두 팀의 흥망

경고가 난무한 가운데 두 팀 모두 슈팅에 적극적이었다. 전반전 아약스가 6-4로 앞선 슈팅 개수는 후반전 들어 바르사에 1-10으로 크게 기운다. 슈팅 개수와 지점(하단 캡처 참고)을 살피면 두 팀의 공격 완성도, 스타일, 그리고 개인 능력의 유무까지도 어느 정도는 유추해볼 수 있다. 중앙선 언저리에서 볼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같았으나, 페널티박스 앞까지 접근하는 방식과 마무리 슈팅을 만드는 그림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아약스는 별다른 방해만 없다면 수비벽을 앞에 두고도 곧장 슈팅을 날렸다. 수비 라인을 벗긴 뒤 슈테겐과 일대일로 맞붙을 만큼 완벽함을 기하기는 어려웠을 터. 먼 거리에서의 슈팅은 득점 가능성을 줄였고, 밀리크의 헤더가 골포스트를 때린 것 외 유효 슈팅은 1회에 그쳤다. 바르사는 메시가 내려와 플레이메이킹을 하고, 라키치티가 전진하는 식으로 공격을 만들었다. 개개인이 내는 순간 가속도 덕에 더 깊숙이 밀고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고, 득점 가능 지대로 통하는 PTA(Prime Target Area)를 드나들며 두 골을 뽑아냈다. 메시는 홀로 슈팅 8개를 쏟아내며 차순위 수아레즈와 안데르센(각 2개)을 크게 앞질렀다.





▲ [세이브6, 실책1] 아약스를 살리다 만 골키퍼 실레센

바르사의 파괴력은 절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약스가 무사한 데엔 골키퍼 실레센의 공이 상당히 컸다. 전반 30분 메시의 패스를 받은 알바를, 후반 14분에는 역시 메시의 패스를 받은 수아레즈를 두 번 모두 막아냈다. 일대일 찬스에서 이 정도의 선방률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팀의 분위기는 한층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외 후반 33분에 나온 라키티치의 중거리 슈팅까지도 깔끔하게 방어하며 총 여섯 차례의 선방쇼를 펼쳤다.

옥에 티도 있었다. 전반 35분 맞은 메시의 프리킥을 막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후 살아 있는 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판단을 남겼다. ‘메시의 프리킥→실레센의 선방→혼전 상황→알베스의 로빙패스→메시의 이동→실레센의 캐칭(Catching) 실수→바르트라의 패스→메시의 헤더’에 선제 득점을 내준 것. 골대를 비우고 나왔음을 확실히 인지했다면 두 손으로 잡으려는 시도보다는 한 손으로라도 멀리 쳐내는 것이 더 좋았을 터다. 아약스로선 필드 플레이어의 노고가 한순간에 무너진 장면이었다.

▲ [36분, 74분] 아약스를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 메시의 두 방

아약스의 유효 기간은 기껏해야 70분 내외였다.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팀이 취할 수 있는 ‘더 많이 뛰며 땀 흘리는 식’의 플레이는 90분 내내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월드컵, 유럽선수권 등 단기 대회가 아닌, 장기 리그 일정에 주중 경기로 치르는 챔피언스리그라면 체력적인 부담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아약스가 전방에서 싸우면서도 승점 3점을 거두려 했다면 선제골이 꼭 나와야 했다는 얘기. 반대로 선제 실점을 내준다면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극히 제한될 게 뻔했다.

전반 36분, 골키퍼 실레센의 실책을 틈탄 메시는 170cm가 안 되는 키로 헤더 선제골을 뽑아낸다. 바르사는 16강행의 청신호를 켜놓은 뒤 맘 편히 후반전에 임할 수 있었다. 후반 29분 메시는 두 번째 골까지 만들어낸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 체력까지 떨어진 아약스는 빠르게 밀고 들어오는 플레이에 취약했고, 측면으로 벌린 뒤 재차 들어가 마침표를 찍었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70호, 71호 골을 쌓은 메시는 15분 이상을 남기고 일찌감치 아약스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글=홍의택
사진 = UEFA, Squawka, SPOTV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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