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스카우트(10)] 풍생고 김동욱, '새끼 까치' 꿈꾸는 재간둥이
입력 : 2016.07.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막 꽃 피우려는 친구들 하나둘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

김동욱(17). 고백건대 축구를 굉장히 잘할 것 같은 생김새는 아니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몸은 삐쩍 말랐다. 헤어스타일에 빳빳하게 힘줬어도,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자체는 그에 못 미친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볼을 아주 맛있게 찼다. 안정된 기술에 재간 넘치는 플레이로 양념을 쳤다. 조금 왜소하다 싶었던 인상은 근성으로 메웠다. 볼 빼앗긴 뒤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맹렬함에 또 한 번 눈길이 갔다. 키가 한두 뺨은 더 큰 상대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성남 FC U-18 팀 풍생고등학교 3학년 김동욱입니다. 포지션은 미드필더이고, 왼발을 주로 씁니다. 오른발도 킥은 때릴 줄 아는데, 정확도는 장담 못해요(웃음). 학교에서는 (김)기열이와 장난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죠. 후배들 많이 웃겨주고요. 키는 168~170cm 사이인데, 아버지가 고3 겨울에 10cm 넘게 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머리 만질 때면 코치님이 '어우, 못생겼어' 하시는데, 개의치 않아요. 노래나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고요. 풍생고가 축구 말고 자랑할 게 뭐가 있냐고요? 구단에서 영어 공부도 시켜주시고. 음, 그보다 밥이 정말 잘 나와요(웃음)".

대표 이력이 전무하다. 널리 알려진 자원도 아니다. 1998년 12월생. 지난해 칠레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에 다녀왔어야 할 나이다.

2년 전이었다. 김동욱이 전북 현대 U-18(영생고)과 맞붙었던 경기를 본 적 있다. 현 전북 소속 장윤호가 주장을 맡았던 시기인데, 이날 김동욱은 3-3 난타전 기록지 '도움란'에 본인 이름을 채워 넣었다. 경기 직후 대표팀에 소집될 수 있다는 얘기가 슬쩍 돌으나, 여러 사정이 겹쳐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선수를 기억하는 대학 지도자가 여럿 됐다. 스카우트차 현장을 다니던 이들에게는 '풍생 7번'으로 통했다. 한 감독이 너털웃음 지으며 털어놓은 일화도 있다. "아, 글쎄. 그 조그만 놈이 우리 애들이랑 하는데, 알을 다 넣더라니까(알 넣다 : 다리 사이로 볼 빼내는 플레이. 일종의 상대 농간으로 통한다. 자신감과 여유가 바탕이 돼야 할 수 있는 동작이기도 하다)".





"감독님, 코치님이 저희 개개인 실력에 맞춰 전술을 짜주세요. '우리는 특출한 선수가 없다. 개개인이 아닌, 한 팀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요. 강팀이랑 하면 긴장도 되죠. 대표 선수가 월등히 많은 팀도 있고요. 그런데 경기장 들어가면 그런 게 다 없어져요. 저희는 서로 믿어요. 한 명이 실수해도 다른 애들이 다 커버해주니까 티도 잘 안 나고요. 덕분에 분위기가 진짜 좋아요."

구상범 감독을 필두로 이상용 코치, 박지훈 GK 코치, 전우람 트레이너가 사단을 이룬 풍생은 올 전반기 일을 냈다. 개막 후 10연승을 내달리며 K리그 주니어 A조 우승을 확정했다. 지금껏 없었던 '전승 우승' 달성에 도전장 냈다. 마지막 FC 서울 U-18(서울오산고)과의 일전에서 분패하며 역사를 새로 쓰지는 못했어도, 파죽지세는 확실히 놀라웠다.

4-2-3-1 중 수비형 미드필더로 놓였던 김동욱도 상당한 몫을 해냈다. 본인은 이니에스타(FC 바르셀로나)를 선호한다. 이 선수뿐만이 아니다. 미드필더를 보는 이들이라면 십중팔구 그렇게 답한다. 작은 체구에도 잘 잡힌 밸런스, 패스 길을 꿰고 원하는 곳으로 볼을 보내는 플레이에 매료됐다. 예측 못했던 타이밍에 터지는 패스는 황홀할 정도.

단, 이 대형 스타와는 스타일에서부터 살짝 다르다. 김동욱은 본래 볼 잡고 적극적으로 드리블 치며 뭔가를 만들려 했던 타입. 하지만 구 감독이 부임하면서 엇박자가 났다. "팀에 흡수가 안 된다"는 답을 듣고선 두세 달에 걸쳐 뜯어고쳤다. 이제는 후방에서 패스를 넣어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기본적으로 볼을 소유한다. 짧게 주고받는 것 외 크게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에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발 안쪽, 바깥쪽 모두를 활용해 볼을 만지는 감각이 남달랐다.

더 재밌는 건 수비다. 상대를 고꾸라뜨린다. 주심이 휘슬을 분다. 달려가 미안하다는 투로 뒤통수를 쓱 쓰다듬는다. 그리고선 또다시 상대에게 도전한다. 다소 작은 눈에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로부터, 처음 축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배웠다던 배짱은 보통이 아니다.

수비 범위를 인지하고, 언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 단, '내가 지금 여기에서 태클을 해야 수비가 더 편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큼은 일단 합격이다. '나'보다 '우리'를 지향한 것이 곧 풍생 우승의 비결이었다.

"저희가 전기 리그 우승하면서 붕 뜬 게 없지 않아요. 자기 것을 죽이고 팀을 위해 뛰어야 하는데, 끝나고 돌아보니 저부터 보여주려 했던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왕중왕전에서도 그렇고. 그런 거 때문에 예전 플레이가 잘 안 나온 듯해요. 현재 3학년이 이시환, 김기열, 권지성, 박희륜, 김민규, 강찬구까지 총 7명이에요. 저희끼리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얘기 진짜 많이 해요. '겸손하게 준비 잘하자'면서요."





산하 유스 선수들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4년 만에 부활한 R리그(2군 리그)에 투입하는 것은 예사. 때로는 1군 연습 경기에 U-18 선수단을 대거 콜업하는 파격적 행보도 보인다. 휴식기에 접어든 유스 자원을 1군 피지컬 트레이닝에 부르는 경우도 있다.

단, 성남은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다. 풍생고라면 지난해 프로 선수들과의 연습 게임에서 0-4로 깨져본 정도가 떠오른다. 최근 R리그에 불려가는 이들도 있다고 하나, 아직 제한적이다. 이런 간헐적 체험을 제하면 1군의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관전하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

"볼보이는 1, 2학년들이 하고 3학년은 관람해요. 요새 티아고 보면 그냥 놀라울 뿐이죠(웃음). 진짜 잘하는 건 김두현 선수요. 볼 관리도 월등히 좋고, 패스나 슈팅 모두 엄청나요. 동료들도 잘 이끄는 게 막 보여요. 그 외 정선호, 황의조 선수도 잘하고요. 형들과 얘기는 한 번도 못해봤어요. 그런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친해져서 배워보고도 싶어요. 성남 축구를 보면 터치 자체를 많이 안 해요. 그러면서도 네 볼도 내 볼도 아닌 경합 상황에서는 몸 먼저 갖다 대요. 결국 많이 뛰는 투지 넘치는 축구에요. 제가 나중에 이걸 따라가려면 스피드도, 힘도 더 붙여야 해요."

조금 잘한다 싶으면 붙는 별명이 '○○의 아들'. 때로는 억지스러운 네이밍도 많았다. 그런데 진짜가 나타났다. 여섯 살 되던 해, 성남 FC의 전신 격 성남 일화 유스 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성남중앙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정식 코스를 걸었다. 중학교 진학 탓에 잠시 외지로 빠지기도 했으나, 이내 컴백했다. 현 재학 중인 풍생고도 신흥동 집에서 10분 거리. 진짜 '성남의 아들'이 되기에 여러모로 딱이다. '두목 까치' 김두현에 비견될 '새끼 까치'로 클 수도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모란, 탄천 운동장에서 게임을 봤어요. 이번 시즌 중에는 1군 형들이 쓰는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두 경기나 뛰어봤고요. 진짜 엄청 좋았어요. '내가 프로가 되면 여기서 뛰겠구나' 싶더라고요. 서포터즈 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니 더 재밌고 신났죠. 여담이지만, 구단 분들께서 이쪽 경기장을 더 많이 잡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성남이 예전과 비교해 우승하기 힘들어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 상관없이 저에게는 꿈의 구단이에요. 마음 속 가장 큰 의미죠. 해외에서도 축구 해보고 싶지만, 일단 첫 목표는 성남 입단이에요."


[홍의택의 스카우트(7)] 함부르크 서영재, 박지성이 탐냈던 그 왼발잡이(클릭)
[홍의택의 스카우트(8)] 언남고 조영욱, 화려함 대신 본분을 택한 스트라이커(클릭)
[홍의택의 스카우트(9)] 수원 은성수, 틀 깨고 다시 태어나다(클릭)





■ 4월 마지막 날부터 끄적인 [스카우트]가 어느덧 열 번째 편입니다. 한숨 돌린 뒤 오는 23일, 열한 번째 선수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