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울산 김민준, “매탄소년단 자극돼, K리그 우승 목표”
입력 : 2021.06.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거제] 이현민 기자= 울산 현대의 당돌한 신예 김민준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을 다짐했다.

김민준은 이번 시즌 리그 17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며 울산의 U-22 카드를 꿰차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가 뛰어나며 문전에서 골 냄새를 잘 맡는다. 팀 승리가 필요한 순간 임팩트 있는 골을 터트리며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으로 5월 19일 전북 현대 원정에서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강력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앞서 4월 7일 서울전에서 득점 후 홍명보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 8강 승부차기에서 선보였던 팔 돌리는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실력과 스타성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다.

울산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경남 거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김민준은 전반기보다 더 나은 활약을 위해 형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주장인 이청용은 “(김)민준이의 강점은 슈팅이다. 문전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펼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후배”라고 찬사를 쏟아냈다.

이 소식을 접한 김민준은 칭찬이 어색한지 “내 포지션이 공격수이다 보니 청용이 형을 포함해 다른 형들도 ‘슈팅도 드리블도 자신 있게 하라’고 힘을 실어준다”고 멋쩍게 웃었다.



울산은 스타 군단이다. 김민준은 어린 나이에도 주눅 들지 않고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형들과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사실, 뛰는 시간은 짧다. 그렇지만 사력을 다해 증명하려 한다.

그는 “평소와 달리 경기장에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개의치 않고 미치는 것 같다. 이번 시즌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뛰고 싶은 갈망이 있다. 얼마가 주어지든 내가 가진 걸 보여주자는 생각”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경기장 안에서 항상 공이 온다는 주문을 건다. 준비하고 있다.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 집중한다”고 했다.

선발로 나서지만 풀타임은커녕 전반 45분을 소화 못할 때도 있다. 심지어 골을 넣고 교체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한창 몸이 올라왔고,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생각할 텐데, 이른 교체에 아쉬움과 섭섭함이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김민준은 “공교롭게 서울, 전북에 골을 넣고 교체됐다. 그때 몸도 굉장히 좋았고, 더 뛰면 골을 더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더 뛰고 싶다. 코치선생님들에게 개인적으로 찾아가 얘기한 적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 놓으면서, “전북전에서 교체될 때 입 모양이 카메라에 잡혔다. ‘골 넣었는데 빠지네...’라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그랬으니.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그래도 청용이 형이 들어와서 분위기와 결과까지 바뀌었다. 좋게 생각했다. 팀을 위해 희생하자, 그리고 좋은 형들이 든든히 받치고 있으니까”라며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본 계기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넣은 4골 중 전북전 득점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공을 잡았을 때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했다. 골이 들어갔는데 (김)태환이 형이 ‘내가 침투하는데 왜 볼을 안줬느냐, 빼앗겼으면 넌 죽었다’며 농담을 했다. 감독님도 ‘항상 주워 먹기만 하다가 제대로 넣었네’라는 말로 인정해주셨다”고 미소를 보였다.



홍명보 감독의 세리머니를 준비한 건 선수단, 관계자,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경기 전에 세리머니를 생각하는 편이다. 감독님 세리머니를 해보면 어떨까 해서 준비했고, 서울전에서 골을 넣고 생각나서 했다”면서, 다른 세리머니도 준비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나는 매 경기 골을 넣는 선수도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음에 엠블럼 키스세리머니를 해볼 생각이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세리머니를 다양하게 시도할 것”이라고 웃었다.

김민준은 이번 시즌 영플레이어상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K리그1에서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수원 삼성 유스 매탄소년단은 그를 더욱 자극하게 만든다. 특히 정상빈은 A대표팀에 입성해 데뷔전을 치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그는 “내가 이 연령대에서 잘하는 게 아니라고 느낀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늘 다짐했다. 지금도 그렇다. 동기부여를 주는 친구들(매탄고 출신 선수들)”이라면서, “유스 시절부터 현대고와 매탄고는 라이벌이었다. 그 친구들이 수원에 가서 잘하고 있다. 우리(울산)는 워낙 강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출전 시간이 적다. 수원 선수들(U-22)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뛴다고 생각한다. 나는 울산에서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빨리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나를 더 단단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민준은 홍명보 감독의 둘째 아들과 동갑이다. 스승이자 아버지다.

“울산 감독으로 부임하신다고 했을 때 인터넷으로 정보를 많이 찾아봤다. 런던 올림픽 시절 무서운 장면이 있었다. ‘거짓말쟁이, 이 ××들아’라고 화내신 걸 봤다. 이거 잘못 하다가 크게 혼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경험해보니 따뜻하고 장난도 잘 치고 아버지 같다. 가끔 감독님이 레전드였다는 걸 까먹을 때도 있다. 훈련장 밖에서 보면 ‘아... 레전드셨지’라고 불현 듯 떠오른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민준은 문수축구경기장을 누비는 형들을 보며 언제가 이곳에서 뛰겠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그는 “볼보이를 하면서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시절 우승을 많이 했지만 프로는 다르다. 형들과 K리그 우승을 갈망한다.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승할 것 같다.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플레이어상에 관해 “시즌 초반 목표는 15경기 출전에 공격 포인트 10개였다. 경기 수는 채웠고 이제 포인트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가 잘하면 자연스레 따라올 것 같다. 꼭 상을 타야(영플레이어) 된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좋을 것 같다. 초반처럼 아무 생각 없이 뛰어야겠다”며 부담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뜻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김민준은 홍명보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전반만 다 뛰게 해주세요, 큰 욕심 없습니다. 중간에 빠지면 너무 그렇잖아요. 항상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사진=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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