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경기에서 31골 먹힌 골키퍼는 어떤 기분일까…“경기 끝날 때까지 모든 감정을 참았다”
입력 : 2024.04.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주대은 기자= A매치 단일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먹힌 니키 살라푸(43, 사모아)가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영국 매체 ‘BBC’는 16일(한국 시간) “한 경기에서 31골을 허용했던 골키퍼”라며 살라푸의 인터뷰를 전했다.

매체는 “직장에서 최악의 하루를 상상한 다음 31을 곱해라. 2001년 4월 11일, 살라푸가 겪은 일과 비슷할 것이다”라며 “그날은 사모아의 골키퍼가 국제 축구 역사상 가장 큰 패배를 당한 날이었다”라고 보도했다.

사모아는 지난 2001년 4월 열린 2002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호주를 만나 0-31로 패배했다. 살라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든 감정을 참으려고 노력했다”라고 회상했다.

대패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사모아는 호주와 비교가 안 되는 작은 나라였다. 당시 호주 인구가 1,900만 명이었지만, 사모아는 5만 8,000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사모아는 1998년이 돼서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2002 월드컵을 앞두고 FIFA는 미국 여권을 소지한 선수만 사모아 대표로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사모아 선수단 20명 중 골키퍼 살라푸가 자격을 갖춘 유일한 선수였다. 어쩔 수 없이 사모아는 10대 선수들로 급조된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살라푸는 당시를 떠올리며 “2주 안에 사람을 찾아야 했다. 결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선발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모아는 피지를 상대로 0-13 패배, 통가에 0-5로 패배했다. 팀 평균 연령이 18세에 불과했기에 전력 차는 당연했다.



호주와 경기도 대패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살라푸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호주가 사모아와 경기 전 통가를 22-0으로 완파했다. 살라푸는 “(목표는) 0-22를 넘기지 않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살라푸의 바람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호주는 득점을 멈추지 않으며 31골을 퍼부었다. 살라푸는 “얼마나 많은 골을 넣어야 차이가 날까?”라며 “(내가 호주 감독이었다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유권을 유지하라고 말했을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대패의 아픔은 10년이 지난 뒤 치유됐다. 사모아는 2014 월드컵 예선에서 통가와 맞붙었다. 살라푸는 “우리 팀 전체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라고 전했다.

결과는 사모아의 2-1 승리였다. FIFA가 인정하는 사모아 축구 역사상 첫 승리였다. 살라푸는 “너무 기뻤다. 2001년 호주와 경기 후 축구를 하면서 울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살라푸는 여전히 사모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아들 딜런은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사진=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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