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는 피규어도 없죠? 여성 히어로를 구하라
입력 : 2016.0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마블 히어로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 / 사진='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틸컷
마블 히어로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 / 사진='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틸컷


여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여자를 위한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암살'의 전지현이 1200만 관객을 모으며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는 흥행이 안된다'는 편견을 깨뜨렸고,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김고은이 남성중심 느와르 범죄물을 전복시켰고, 한효주가 사려 깊은 멜로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성공 시켰음에도 "여자를 위한 작품이 없다"는 푸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나마도 영화 속 여성들이 수 자체가 적거나, 꽃 역할에 머물거나, 단순 범죄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 규모가 큰 할리우드는 우리보다 사정이 나은 편. 특히 지난해엔 강력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하며 영화팬들을 열광케 했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여전사 퓨리오사, 그리고 4명의 아내들이 페미니즘 영화 담론을 끌어내기도 했고,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은 '본드걸'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여성 스파이의 입지를 톰 크루즈가 맡은 에단 헌트 못잖은 위치로 격상시켰다. 새롭게 탄생한 '스타워즈'는 젊은 여전사 레이를 서사의 중심에 세우며 또 다른 여성 영웅의 시대를 예고했다.

그러나 돈의 문제가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배우들이 직접 나서 제기한 출연료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게 또한 지난해다. 잘 나가는 '대세'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고백이 불을 지폈다. 여배우들이 남자 배우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는 메릴 스트립, 샤론 스톤, 패트리샤 아퀘트, 케이트 윈슬릿 등 묵직한 선배 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포브스에 따르면 출연료 대비 가장 많은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린 배우 상위 5명 중 4명이 여성이었고, 여배우가 비교적 적은 출연료로 더 나은 결과를 내는 출연료 성차별의 영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세계적인 완구회사 하스브로의 '모노폴리' 논란도 회자됐다.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를 테마로 한 보드게임 '모노폴리'를 만들면서 레이 캐릭터를 빼버린 것이다. 영화 개봉까지 줄거리를 공개하지 않은 비밀 마케팅 탓이라지만 여성 캐릭터만, 그것도 핵심이나 다름없는 인물이 없는 셈 쳤다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소년 소녀들은 남성만큼 강한 여성을 볼 필요가 있다"는 8살 소녀의 따끔한 항의도 SNS를 타고 오르내렸다.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감독 J.J.에이브럼스까지 나서서 "영화의 메인 주인공이 제대로 대표성을 띠지 못하는 상황은 말도 안된다"며 "하스브로는 레이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 추가하겠다고 했지만, 왜 애초에 그녀가 없었는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블 히어로물의 남초현상 또한 짚고 넘어가자. 마블의 히어로들이 북미를 넘어 한반도까지 득세하고 있지만 여성 히어로는 늘 조연이었다. 양대산맥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외에도 헐크, 토르 등 단독 영화 시리즈를 지닌 히어로는 모두 남성들. 앤트맨에 이어 데드풀,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등 줄줄이 나오는 신상 히어로물 주인공 또한 남성이다. 수많은 피규어가 쏟아지는 남자 슈퍼히어로와는 달리 여자 슈퍼히어로는 피규어도 홀대 받는다.

여성 영웅 기근의 시대, 얼마 전 '매드맥스' 후속편 제작을 비롯해 퓨리오사 외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조지 밀러 감독마저 "다음 '매드맥스'는 안 만들겠다"며 한 발을 빼 팬들을 아쉽게 한 터다.

이 가운데 마블 유니버스 쪽에서 반가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와 '어벤져스:인피니트 워' 1, 2를 연출한 안소니 루소, 조 루소가 마블 스튜디오에 블랙 위도우 단독 영화 제작 가능성을 문의했다는 것이다. 아직 실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건 아니지만, 자체만으로도 반가울 정도다. 지난 마블 영화들을 통해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켜켜이 쌓아 온 블랙 위도우를 당당한 주인공 히어로로 만날 수 있을까. 더불어 DC 코믹스를 바탕으로 2017년 먼저 관객을 만나는 '원더우먼'이 여성 히어로 주자로 제 몫을 해 주길, 그래서 여자 영웅은 왠지 안될 것 같은 편견을 부디 깨 주길 기대한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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