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生生 프리뷰] 창과 방패의 대결, '빅이어'의 주인은?
입력 : 2015.06.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결승전’이란 단어가 주는 긴장감과 기대감은 언제나 팬들을 설레게 한다. 그것들은 대회 규모가 커질수록 배가 되기 마련이다.

유럽 대다수의 리그와 컵대회는 종료됐다. 그러나 단 하나의 별을 가릴 UEFA(유럽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는 결승전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영광스런 왕관을 쓸 기회를 가진 두 팀은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유벤투스(이탈리아)다.

양 팀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확실한 팀 색깔을 가진 팀이다. 결승전까지 유벤투스는 16득점 7실점으로 단단한 방패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남미 최강 트리오 ‘MSN’을 앞세운 바르셀로나는 28득점 10실점으로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신이 점지한다’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논하기 어렵다. 챔피언스리그,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 토너먼트는 언제나 의외성이라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 양 팀이 가진 특징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 카테나치오 유벤투스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카테나치오 수비를 기반으로 결승에 오른 팀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는 동안 단 7번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유벤투스 수비는 특징적인 몇 가지가 있다. ▲높은 활동량을 가진 비달의 가세로 2줄 수비형태(4-4-2)의 지역 방어를 한다는 점과 ▲측면을 내줌으로써 상대방의 공격 방향을 제한 한다는 점이다.

앞선 부분을 토대로 보면, 유벤투스의 ‘좁은 2줄 수비’는 두 가지 이익을 가져온다. 첫째는 상대의 공격 방향을 측면으로 제한함으로써 상대 공격 패턴을 한정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유벤투스가 보유한 수비 자원(키엘리니, 보누치, 바르잘리등)이 지닌 ‘공중볼 경합 우위’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피를로-포그바-마르키시오-비달로 구성되는 측면 자원의 부재가 만든 필연적인 결과기도하다. 둘째는 두텁게 쌓은 중원으로 인해 상대의 중거리 슈팅 빈도를 늘린다는 점이다. 이것은 백전노장 부폰의 골키퍼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벤투스가 특유의 수비로 상대방의 공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무력화 시킨 경기는 도르트문트와 가진 16강 2차전 경기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인 레알 마드리드와 가진 4강 2차전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나타났다.

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앞서 정리한 수비 전술을 펼쳤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도르트문트와는 반대로 유럽 최강 트리오 BBC 트리오를 필두로 크로스가 아닌 침투를 통해 측면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PK(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도 유벤투스 수비의 희생자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2차전에서 총 37번의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성공 횟수는 키패스(결정적 찬스)를 포함해 12번에 그쳤고 모두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슈팅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는 23번 슈팅 중 11번을 페널티 바깥쪽에서 했으며, 단 6번만이 골키퍼와 수비에 막혔다. 그러는 동안 유벤투스는 총 19번의 헤딩 클리어를 이뤄내며 의도대로 경기를 가져갔다.

# MSN을 첨가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에 단단한 방패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남미 최강 트리오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이 있다. MSN이 만들어낸 득점은 총 25득점으로 바르셀로나 득점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측면 공격 강화’다. 측면 공격의 중심점은 기존 가짜 9번(False 9) 체제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긴 메시다. 메시의 측면 이동으로 바르셀로나는 ▲상대 수비 밀집도 분산, ▲‘메시 컨트롤’로 득점력 강화라는 2가지를 얻게 됐다.

사실, 메시의 이동은 측면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것은 바르셀로나가 얻었던 2번째 이득 ‘공격 컨트롤’ 면에서 빛을 발한다. 경기 중 메시는 중앙으로 들어가 라키티치, 전진한 알베스와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간헐적인 메시의 중앙 이동은 수아레즈의 침투와 네이마르의 움직임 혹은 그 반대 상황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들이 상대 수비 라인에 견제 당하거나 견제 했을시, 메시 특유의 패스와 미드필더들의 침투로 득점을 하는 패턴은 이번 시즌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메시의 이동은 단순한 측면 공격의 형식을 넘어 MSN 조합과 바르셀로나 공격조합 자체에 윤활유 역할을 한 셈이다.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MSN 능력의 끝을 볼 수 있었다. 1번째 득점 장면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당시 상황에서 네이마르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직접 운반해 메시가 플레이 할 공간을 만들었고, 즉시 메시에게 패스했다. 그리고 네이마르는 최종 수비수 견제를, 수아레즈는 뒷공간을 침투했고, 메시의 날카로운 패스가 이어지면서 득점했다. 단순하지만 간결한 MSN 세 명의 조화가 만들어 낸 최고의 장면이었다.

# 창과 방패의 대결, 결말은?



양 팀의 주요 특징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렇다면 양 팀의 주요 지표는 어떨까?

상대전적은 8전 4승 2무 2패로 유벤투스가 우세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다소 무의미하다. 챔피언스리그가 출범한 이후, 양 팀은 02/03시즌 8강에서 2차례 맞붙은 것이 전부기 때문이다. 나머지 기록들은 70/71 시즌 인티시티페이스컵 32강(현 유로파리그 전신), 85/86시즌 유로피언컵 8강(현 챔피언스리그 전신), 90/91시즌 컵위너스컵(현 챔피언스리그 전신)에서 맞붙은 기록들이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기록에서는 바르셀로나가 거의 모든 지표에서 우위다. 바르셀로나는 총 28득점에 10실점으로 경기당 2.33득점을 보인 반면 유벤투스는 16득점 7실점으로 경기당 1.33득점을 보였다. 슈팅 횟수에서도 바르셀로나는 177슈팅, 유벤투스는 152슈팅으로 우위를 점했다. 패스 성공률과 볼 점유율에서도 바르셀로나가 우위를 보였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 지표에서도 나타나는 대목이다.

개인 득점을 살펴보면 바르셀로나의 주요 공격수 메시(10득점), 네이마르(9득점), 수아레즈(6득점)는 고른 분포를 보인 반면 유벤투스의 공격수 테베스(7득점), 모라타(4득점), 요렌테(1득점)는 테베즈에게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MSN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고른 득점을 보인데 반해 유벤투스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제로톱’과 같은 테베스와 전방 공격수 모라타에 치중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 된다.

종합해보면, 메시의 측면, 중앙 프리롤로 경기를 지배하며 득점을 노리는 바르셀로나와 공중볼 경합, 두터운 중앙과 부폰의 수비 아래 테베즈, 모라타의 역습을 노리는 유벤투스의 대결로 정리된다. 측면 공격을 주 패턴으로 삼는 바르셀로나에게 있어 앞선 사실들은 유벤투스의 수비가 (레알 마드리드에게 몇번 공략 당했음에도) 무난하게 결승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썩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또한 공격시 측면으로 쏠린 바르셀로나를 피를로, 마르키시오의 패스가 공략한다면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수있다는 측면도 무시해선 안된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측면 수비 자원의 노쇠화, 2줄 수비시 전문적인 측면 자원의 부재로 인한 공백등으로 인해 여전히 바르셀로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양 팀 모두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이니에스타, 유벤투스는 키엘리니, 바르잘리의 부상 소식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니에스타, 바르잘리는 팀 훈련에 참가했지만 키엘리니의 부상 결장은 팀 특성상 중요한 자원이 이탈하는 최대의 변수로 작용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럽 최고의 팀에게 선사하는 빅이어를 드는 한 팀은 어떤 팀일까. ‘MSN’이라는 창을 가진 바르셀로나일까. ‘카테나치오’의 유벤투스일까. 축구팬들의 시선은 6/7일 마지막 남은 ‘축제 혹은 전쟁’이 펼쳐지는 베를린으로 향하고 있다.

글, 그래픽=<내 인생의 킥오프> 박대성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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