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 명단 분석] 애제자보다 원칙, 슈틸리케가 내린 옳은 결단
입력 : 2016.05.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파주] 신명기 기자= 원칙 앞에 황태자도, 애제자도 없었다.

스페인-체코와의 유럽 2연전서 뛸 선수 명단을 발표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 그는 그동안 자신의 A대표팀에 있어 상징과도 같았던 선수들을 과감하게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몇몇 선수는 경기력이 문제가 됐으며 어떤 선수는 뛰지 못한 것이 명단 제외의 이유가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정협이 이렇다 할 인상을 주지 못하자 그 마저 명단에서 빼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충격’이라고 표현할 만큼 의외의 선수 선발, 제외는 없었다. 기성용, 손흥민 등 유럽파 주력들이 포함됐고 황의조와 이재성 등 K리그서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수 명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슈틸리케 감독의 원칙과 소신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평소 그는 발로 뛰어다니며 K리그, 유럽, 중국, 중동, 일본 등 한국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소속팀에서의 출전 문제에 대해 다른 어떤 감독들보다도 중요시했다.


외국인 감독이라는 특성도 한 몫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값에 영향을 덜 받았고 이로 인해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을 발탁해 성공을 거두는 등 좋은 사례를 남겼다. 이러한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더욱 고취시켰고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뛸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 23명 아닌 20명, 안정 속 원칙 엄격 적용
우선 새로운 슈틸리케호 명단을 받아든 일부 취재진들은 줄어든 선수 숫자로 인해 혼선을 빚었다. 보통 23명을 뽑았던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유럽 2연전서 데려갈 인원이 20명으로 줄었기 때문. 골키퍼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은 것을 비롯해 총 3명을 덜 뽑은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이번 결정은 유럽으로의 장거리 원정이라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20개월 동안 하면서 23명 체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항상 4~5명의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에서 첫 원정을 치르게 되는데 장시간 비행 등을 하고도 1분도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밝혔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명단을 살펴보면 기성용, 손흥민, 황의조, 석현준, 홍정호 등이 무리 없이 선발되면서 주전으로 볼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변화는 가져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소집 당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고명진을 재신임한 점과 윤빛가람, 윤석영, 이용, 임창우를 대표팀에 복귀시킨 것이 눈에 띄었다.

반면 이청용을 비롯해 박주호 등 A대표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주호, 김창수 등도 부상을 이유로 소집되지 못했지만 경기력, 출전 수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과감하게 발탁해 호평을 받았던 이정협의 부진에 그를 곧장 대기명단으로 내려버렸다.



정리해본다면 안정을 깰 수준의 변화는 가져가지 않으면서 선수들에게 원칙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가장 이 원칙의 중심에 섰던 것은 윤석영이었다. 윤석영은 퀸스 파크 레인저스서 기회를 받지 못하자 과감하게 찰턴 임대를 결정했다. 뛸 수 있는 팀을 선택하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을 성실히 이행한 것. 이에 A대표팀에 복귀하게 된 윤석영이다.

충분히 추가로 뽑힐 만한 선수가 있었음에도 선수 구성을 줄이고 뛰지 못하는 핵심 선수를 뺀 것은 또 다른 효과를 줄 수 있다. 당장 맞붙을 스페인, 체코전에서 최고의 선수 구성으로 나설 수 없을지라도 충분한 경고의 메시지를 줌으로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되는지 확인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끼는 선수, 선수단 내 누구든지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강단을 보여줌으로서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스포탈코리아 DB,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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