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 현장] 60대부터 필리핀 팬까지... 연령-국적 불문 ‘손흥민 사랑’
입력 : 2020.05.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허윤수 기자= 슈퍼스타다웠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이야기다.

손흥민은 8일 제주특별자치도 대정읍에 있는 해병대 제9여단에서 20-1차 보충역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퇴소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된 손흥민은 군사훈련을 이수하며 병역 의무 첫 단계를 마쳤다. 이후 34개월 동안 관련 직종에 종사하며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행하면 병역 의무를 다하게 된다.

이날 역시 입소 때와 마찬가지로 비공개 퇴소가 예정됐다. 하지만 취재진을 비롯해 교통정리를 위해 나온 해병 전우회, 팬, 인근 주민 등 50여 명이 현장을 찾으며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팬의 대부분은 초등학생 팬이었다. 축구공과 종이 등 혹시 모를 사인을 준비한 모습이었다. 한 어린 팬은 손흥민에게 줄 마스크를 챙겨 오기도 했고 플래카드를 든 팬도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팬의 모습도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지긋한 팬의 나이를 어렴풋이 알게 해줬다.

67세라고 밝힌 박영희 씨는 오랜 축구광이었다. 그녀는 “축구 자체를 좋아한다. 한국 선수는 홍명보를 시작으로 박지성, 손흥민을 가장 좋아한다”라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었다.

박 씨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걸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이 장하다”라며 늠름한 손흥민의 모습을 칭찬했다.

그녀는 손흥민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말에 “일단 속도가 빠르다. 또 개인기로 수비를 제친 뒤, 마무리하는 능력도 좋다”라며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이어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흥민아 힘내!”라며 응원했다.

이국적인 외모의 팬도 있었다. 필리핀에서 제주로 시집 온 밀라(30) 씨였다. 그녀는 손흥민에 관해 묻자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필리핀에서부터 열혈 축구 팬이었다고 밝힌 밀라 씨는 “손흥민을 너무 좋아해 보러왔다. 원래 박지성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젠 손흥민이 더 좋다. 새벽 경기도 챙겨본다”라며 자신만의 ‘손박대전’ 결론을 냈다.

그녀는 “필리핀에서는 원하는 사람만 군대에 간다. 그래서 손흥민의 입소 소식이 신기했다. 항상 멋진 경기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진짜 사랑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훈련병의 가족 중 유쾌한 팬도 있었다. 우창범(57) 씨는 아들이 손흥민과 동기였다. 훈련병의 가족은 부대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웬일인지 그는 취재진과 함께 밖에 머물렀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우 씨는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 해서 밖에 있다. 입소식 때 차량으로 안에 들어갔는데 아들만 내려주고 바로 나가라고 하더라.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우 씨는 훈련 기간 중 아들의 전화도 받았다. “포상받은 아들이 전화가 왔다. 손흥민을 봤다고 하더라. 그래서 ‘흥민이 형한테 나중에 제주 오면 맛있는 거 대접한다고 말하라’라고 했다”라며 남다른 팬심도 드러냈다.

그는 훈련병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손뼉을 치며 ‘고생했다’라는 격려를 전했다. 수많은 훈련병 중 아들이 모습을 보이자 포옹하며 멋진 부자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손흥민은 나갔냐?”라며 시원한 웃음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사진= 스포탈코리아, '대한민국 해병대'
영상= 김정헌 PD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