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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스페인 축구가 한국에 남긴 존재

[핫피플] 송진형과 '모던 미드필더'를 이야기하다

기사입력 : 2012.08.03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사진=이연수 기자
사진=이연수 기자

[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미들라이커’란 표현을 사용하는 축구 팬들이 있다.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를 합친 것으로 득점력을 갖춘 미드필더를 가리키는 ‘국산’ 매니아 용어다.

2012시즌 K리그 최고의 ‘미들라이커’를 꼽자면 당연히 제주 유나이티드의 송진형(24)이다. 킥오프 휘슬 직전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있다. 하지만 송진형은 경기 내내 공격을 돕거나 직접 마무리한다. 올 시즌 21경기에서 송진형은 12개의 공격포인트(7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보다 높은 곳에 있는 한국인 선수는 이동국(전북)과 김은중(강원) 둘 뿐이다. 물론 둘 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다.

K리그에서 송진형의 출현 원인은 축구 세상을 지배 중인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에 다다른다. 위대한 스페인 축구가 뒤틀어놓은 축구 포지션론(論)에선 미드필더가 당연히 송진형처럼 뛰어야 한다. 패스를 통한 볼 소유와 템포 조절, 기회 포착, 결정적 패스 그리고 최종 마무리까지 전 과정에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이제 ‘골 넣는 사람’이라기보다 ‘움직이는 사람’에 가깝다. 미드필더는 운영자이자 설계자 그리고 결정자다. 필연적 컨텍스트를 가진 송진형과 미드필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지만 역할은 공격적이다
약간 공격형으로 치우친다. 공격형과 수비형 사이에 선다고 보면 된다. 권순형 선수가 뒤에, 내가 약간 앞에 서는 식이다. 공격에 무게중심을 많이 두고 뛴다. 스타일도 공격적이고 내가 원래 좋아하기도 한다.

-사실 그 역할은 공수 밸런스 면에서도 그렇고 약간 애매하지 않나?
맞다. 몸싸움이 많아야 하는데 체구가 큰 것도 아니니까. 산토스와 자일이 앞에서 많이 흔들어줘서 기회가 많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산토스와는 호흡이 워낙 잘 맞는다. 팀과 융화되는 게 좋아서 나랑 잘 맞는다. 산토스가 집중마크 되고 내가 뒤에서 들어가다 보니 찬스가 많이 생긴다.

-그 포지션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음(잠깐 고민한 후), 이니에스타? 그 선수 스타일을 가장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딱히 그런 스타일로 뛰는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대부분 그 역할은 외국인 선수들이 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어제 경기(7월28일 서울전)에서 보면, (하)대성이 형이 딱 그 포지션은 아니지만, 축구 지능이 굉장히 뛰어났던 것 같다.

-구자철은 어떤가?
당연히 잘한다. 잘하니까 독일까지 가있는 거고. 제주에 있을 때를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잘했다고 들었다. 대표팀에서 뛰는 걸 보면 지금은 여유와 자신감을 볼 수 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에 낀 스타일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해외에도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피를로도 그렇고.

-학교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아이는 무조건 맨 앞에 가서 골을 넣는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송진형 선수는 처음부터 그 뒤에 섰다. 왜 그랬나?
일단 체격이 왜소했다. 지금 이 몸도 굉장히 많이 커진 체격이다. 예전에는 진짜 작았다. 키를 재면 항상 맨 뒤에 있었다. 그래서 볼 수 있는 포지션이 그곳(공격형 미드필더)밖에 없었다. 센터포워드는 힘이 안돼서 안되고, 수비도 키가 작으니까 안되고, 굉장히 빠른 것도 아니니까 측면에 서지도 못하고. 그래서 딱 공격형 미드필더밖에 없었다.

작은 체격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도 되겠나?
그럴 수도 있다. 체격이 컸으면 헤딩도 따내고 골도 넣고 좋았을 테지만, 지금처럼 체격이 아담하니까 상대보다 순발력과 민첩성은 좋아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기엔 더 유리한 것 같다.

-’한국은 스트라이커, 일본은 미드필더’ 식이었는데, 어느 새 한국도 미드필더 세상이 되었다.
맞다. 약간 희한하다. 한국 축구는 원래 정통 스트라이커나 빠른 윙어가 강했는데 이젠 미드필드 층이 두터워졌다. 박지성 선수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세계적 추세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센터포워드를 아예 두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축구를 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저렇게 해야겠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하는지 모른다. 당장 요즘 어린 아이들도 TV중계를 보다가 “저 선수 잘한다”라고 생각해서 찾아보면 다 미드필더들이니까 말이다.

-대표팀에 가서 활약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마무리 능력일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결정적인 패스나 한 방 터트려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연습으로 길러지는 능력이라기보다 경기장 안에서 집중력이 열쇠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그런 점이 부족했다. 그냥 볼을 잘 차는 것만 굉장히 좋아했다. 골이나 어시스트 같은 것과 별개로 축구는 볼만 잘 차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예쁘게 잘 차고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팀에 와서 보니까 선수는 무조건 공격포인트인 것 같다. 막말로 연봉 협상에서 “너 뭐 했냐?”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게 공격포인트밖에 없다. 이동국 선배님도 0-0 경기에서 본인이 딱 하나 터트려준다. 내가 보기엔 누가 뭐래도 이동국 선배님이 최고의 선수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송진형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리그에 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대화를 나눴다. 유럽 대부분의 리그가 수준 높다는 사실에 대해선 간접 경험만으로도 얼마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경험상 누구든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직업보다 일상생활에서의 적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진형 역시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동감을 표시했다. 축구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돌아올 때 고민이 되게 많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럽에 좀 더 오래 남고 싶었다. 하지만 제주 쪽에서 굉장히 원했다. 나는 군대도 안 가니까 한국에 돌아가서 잘하게 되면 대표팀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 다시 유럽에 나가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나는 축구를 하면서 나를 정말 원하는 팀, 원하는 감독님이 있는 곳으로 가야 선수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가 굉장히 끌렸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 김보경이 잉글랜드 2부(챔피언십 소속 카디프 시티)로 간다고 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선수로서의 입장은 어떤가?
2부에서도 배울 게 정말 많다. 잉글랜드나 프랑스처럼 톱 레벨의 리그를 보면 1부와 2부간 실력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 단지 안 알려진 선수가 더 많이 있다는 정도다. 1, 2부간 선수 교류도 활발하다. 2부에 있어도 선수로서 배울 게 많다. 일단 외국에 나가서 문화도 체험해봐야 한다. 2부에서 시작해서 1부로 올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축구 외적인 일상생활 환경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굉장히 중요하다. 뚜르는 예전 프랑스의 수도였다. 지도에서 보면 뚜르가 프랑스의 딱 중심에 있다. 전쟁이 일어나도 한가운데에 있으니까 대비를 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들이 굉장히 많다. (정)조국이 형, (남)태희, (이)용재 같은 선수들(같은 에이전트 소속)이 오면 다들 가본 곳 중에 뚜르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작지만 사람들도 친절하고 굉장히 좋다.

-외국 생활에 잘 적응하는 편인가?
나는 잘 적응하는 편이다. 일상에서 불만이 별로 없다. 생활하면서 문제 생기면 혼자 힘으로 해결하고, 외로움도 별로 많이 타지 않다.

-‘청년’ 송진형에게 뚜르는 어떤 곳이었는가?
뭐, 프랑스 여성 분들은 정말 예쁘다. 굉장히 예쁜데, 아시아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웃음). (스포탈코리아: 축구선수도 안 되는가?) 안 된다(웃음). 유럽 남자들은 아시아 출신 여자를 좋아하는데, 여자들은 아시아 남자 안 좋아하는 것 같다. 훤칠하고 잘생긴 프랑스 남자들 많은데 뭐 하러 우리를 보겠나?(웃음)

-제주도에선 어떤가? 뭐 하고 노는가?
여기는 놀 데가(잠시 뜸들인 후) 없다! 실제로 약간 갑갑해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외국에 살다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한국 사람들이랑 있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좋다. 굉장히 만족한다. 할 것 없어도 그냥 좋다. 한국에 있으니까. 어딜 가도 편하게 말할 수 있고, 어디 가서도 한국말로 할 수 있는 거 다 할 수 있으니까.

-외국 리그 경험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더라. 다시는 안 나갈 거라고!
솔직히 나도 진짜 잘해서 국가대표팀도 되고, 그런 상태에서 나가는 상황 아니면 되게 신중해질 것 같다. 다시 2부, 3부로 나가서 처음부터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신중하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런 경험담을 동료들에게 더 많이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이런 얘기는 경험해봤으니까 할 수 있는 소리인 것 같다. 정작 본인이 겪어보지 않았으면 모른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축구뿐만 아니라 생활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아진다. 축구 외적으로 특히. 다들 나가고 싶어하지만, 정작 나가서 직접 보면 모든 환경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굉장히 힘든 시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대도시에 있는 팀으로 가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맞다. 그게 가장 좋다. 사실 맨체스터만 가도 별로 할 것 없다. 런던에 가야지 뭔가 할 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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