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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뮌헨의 로마 함락, '펩의 배짱'에서 시작된 7골

기사입력 : 2014.10.22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 잔인하게 부숴버렸다. 22일(한국시각) 새벽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14-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3라운드에서는 원정팀 바이에른 뮌헨이 AS로마에 1-7 완승을 챙겼다. 축구라는 하나의 전쟁은 수많은 국지전으로 형성되기 마련. 뮌헨이 승전고를 울린 각각의 전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A, B, C. 하단 삽화 내 별도 표기).






(A) '펩의 배짱'과 '로번의 개인 능력'이 맞물린 기선 제압

최후방 수비 숫자를 구성할 때의 원칙은 '상대 공격 숫자 +1'이다. 상대가 원톱으로 나서면 중앙 수비 둘로도 방어를 할 수 있지만, 투톱으로 달려들 경우엔 중앙 수비 둘에 측면 수비가 남거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돕는 식으로 맞서야 한다. 하물며 스리톱을 내세웠을 때에는 깊숙이 들어선 측면 공격수 탓에 포백 측면 수비의 오버래핑 가담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의 활동까지도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발생한다(전력이 비등하다는 전제하에 수비 숫자가 지나치게 많으면 앞선에서의 수적 열세에 놓일 우려가 크기에 '한 명 더'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적지 로마에서까지 모험을 건다. 제르비뉴-토티-이투르베가 올라선 전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당히 공격적인 스리백을 꾸렸다. 베르나트나 로번의 수비 가담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난 챔피언스리그 1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 내세운 스리백(알라바-보아텡-베나티아, 양 윙백으로 베르나트, 하피냐 활용)과는 달랐다. 당시 원톱 제코만을 상대했던 뮌헨의 수비엔 잉여 자원이 발생했고, 펩은 전반 25분을 기점으로 알라바를 전진 배치했다. 하지만 이번엔 스리톱에 (알론소의 지원을 받은)스리백으로 맞선, '상식의 파괴'를 강행한다.






눈여겨볼 건 로번의 위치다. 수비 숫자를 줄인 뮌헨은 로마 진영에서 수적 우세를 만들기가 한결 쉬웠다. 주로 왼쪽 루트를 거치면서 피야니치나 데로시, 토로시도스나 마놀라스 등에게 수비 부담을 안겼고, 선수 간 거리를 유지해야 했던 왼쪽 측면 수비 에쉴리콜까지도 자연스레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반대편의 로번은 손을 들고 볼을 달라는 의사를 표할 만큼 여유가 있었으며, 뮌헨은 정확하고도 빠른 오픈 패스로 더없이 좋은 먹잇감을 제공한다. 빈공간 점령, 적절한 전환 패스, 승률 높은 일대일 경합을 로마 수비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만에 하나 뮌헨이 선제골을 내줬더라면, 혹은 이러한 교전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면 로번이나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적으로 많이 내려와야 하는 등 어려운 경기를 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초반 러쉬(rush)의 완벽한 성공은 이러한 위험 요소를 모두 상쇄했다. 전반 8분 만에 터진 첫 득점. '왼발성애자' 로번의 성향을 빤히 알았을 베테랑 에쉴리콜은 너무도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왼발로 밀어 놓고 인사이드로 감아 때리는 특유의 슈팅 동작에서 에쉴리콜은 신체의 반응 속도를 이겨내질 못했다.

전반 30분에는 팀 네 번째 골이자, 로번 본인의 두 번째 득점이 나온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한 왼발잡이, 이른바 '반대발 윙어'는 보통 안쪽으로 잘라 먹는 움직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바깥으로 크게 돌아들어 갈 경우엔 패스의 속도에 따라 곧장 왼발을 활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볼을 한 번 잡고 다음 상황을 전개하는 장면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 하지만 뮌헨은 달랐다. 전진 패스의 강도는 완벽했고, 로번은 이를 따라갈 스피드, 정확한 슈팅 임펙트를 가져갈 능력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하단 캡처 참고)






(B) 중앙선 위에서 모든 걸 처리하겠다는 의지

선제골 고지를 빼앗긴 로마는 잠잠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나잉골란-데로시-피야니치로 구성된 미드필더 라인이 중앙선을 뚫고 올라가질 못한 것. 안정감이 떨어진 상태로 뮌헨의 압박에 계속 밀려났고, 공격에 필요한 최소한의 볼 점유에도 실패했다. 이 와중에 수비 균형이 무너지면서 팀으로서의 기능까지 상실했다. 후반 들어 적절한 롱패스에 빠른 볼 처리를 가미하며 최전방의 제르비뉴가 그나마 살아난 시간대도 있었지만, 대체로 후방에서 짧게 풀어 나오려 했던 이들에겐 볼 키핑, 패스, 시야 등의 여유가 턱없이 부족했다(하단 캡처①).

이는 레반도프스키-뮐러가 부지런히 땀 흘린 데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뮌헨은 수비 숫자가 부족할 수 있는 문제를 공격 진영에서부터 해결하려 했고, 중앙선 위에서의 가로채기 비중을 높이며 공격 전환을 조금 더 쉽게 시작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아래에 머물던 괴체-알론소-람 역시 더 높이 올라서 수비에 가담했다. 로번은 측면에서 에쉴리콜의 집중력을 흔들어 놓았고, 투톱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중앙 수비를 끌어냈다. 데로시의 마킹까지 헐거워졌을 때, 공격형 미드필더에 준하는 움직임으로 패스 루트를 탐색하던 괴체는 직접 득점까지 올린다(하단 캡쳐②).





(C) 알라바의 전진 본능과 전형의 유기적 변화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면서도, 또 다른 폭격을 준비하던 펩. 이것이 정녕 뮌헨이 무서운 이유였다. 흐름을 빼앗긴 로마는 웅크릴 수밖에 없었고, 알라바-보아텡-베나티아는 공격진의 전방 압박 성공으로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그러자 전반 중반부터는 알라바나 보아텡까지 번갈아가며 전진해 공격 전개에 힘을 실었다. 전반 34분, 팀 다섯 번째 골인 뮐러의 페널티킥은 다름 아닌 알라바의 크로스에서 나왔다. 숫자 싸움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이 대목은 로마가 전반 내내 갇힌 상태로 다섯 골이나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알론소의 커버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의 경계에서 움직였던 뮌헨은 후반 들어 조금 더 순수 포백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전반 중반부터 눈에 띄게 전진했던 알라바가 후반 초반부터 아예 중앙 미드필더로 올라선 것.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던 알론소가 보아텡-베나티아 사이로 들어오면서 변형 스리백의 형태도 나타난다. 베르나트와 하피냐가 측면 수비로 움직이는 동안 괴체-레반도프스키-로번, 리베리-괴체(샤키리)-로벤은 두 골을 더 합작해내며 로마를 완전히 함락했다.


글=홍의택
사진= 바이에른뮌헨 공식 트위터, SPOTV+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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