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구원로 박경호 선생, “축구협회 책임지는 자세 필요하다”
입력 : 2019.01.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동두천] 김성진 기자= “운 좋게 나 혼자 남았다고 해서 우승하는 것 보고 죽나 싶었는데…” 얼굴을 보자 마자 8강에서 탈락한 아시안컵 결과부터 꺼냈다. 누구보다 우승을 간절히 바랐던, 제1회 아시안컵 우승 멤버인 박경호(88) 선생이다.

박경호 선생은 1931년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축구 국가대표 1세대다. 1956년 홍콩에서 열린 1회 아시안컵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생존한 국가대표 선수 중 최고령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생존한 1회 아시안컵 우승 멤버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박경호 선생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수시로 기사를 확인하고, 축구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두천의 한 요양원에서 만난 박경호 선생은 “우리 축구협회 행정은 여전히 고구려 시대 행정이야”라고 했다. 협회의 근원적인 문제로 발전하지 못하는 행정력을 지적한 것이다.

박경호 선생은 행정력 부족이 아시안컵 우승 실패로 여겼다. 그 말대로 아시안컵에서 협회는 의무진 재계약 문제가 드러나며 선수 지원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힐 정도다. 치밀한 행정력이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박경호 선생은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했고 협회 이사도 역임했다. 한국 축구의 현장과 행정을 모두 경험한 노(老)축구인으로서 과거에 비해 나아지지 않는 협회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일본은 축구를 위한 행정을 한다.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며 겉과 다르게 축구 중심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경호 선생은 일본축구협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츠쿠바대학, 오이타 트리니타 감독을 지낸 일본축구통이기도 하다. “일본은 도쿄나 지방이나 다 같은 시스템이다. 일본축구협회나 지방축구협회나 구성이 다 똑같다. 그래서 일사불란하게 행정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국내는 이러한 부분이 미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느냐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이었다. 박경호 선생은 “다른 것을 하기 위해 축구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축구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여야 한다”며 “다른 사람 얘기도 듣고 소통해야 한다. 축구를 알고 이해해야 한다. 축구인이 협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경호 선생은 “그 동안 우리는 대표 선수들을 키워 우승하는 발전만 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은 하지 않았다”는 뼈 있는 지적을 했다. 협회가 한국 축구 전반의 발전보다 대표팀 성적에만 신경 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씨 잘 쓰고 돈 잘 쓴다고 행정이 아니”라며 다시 한 번 축구를 아는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 선생은 마지막으로 “과거에는 대회에 출전했다 탈락하면 돌아오자 마자 모두가 물러났다. 그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였다. 협회는 항상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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