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제주의 '첫 여름'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
입력 : 2021.03.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프로 10년 차. 원클럽맨 타이틀을 뒤로하고 시작한 새로운 도전. 물음표가 따랐던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첫' 여름(32)은 예상과 달리 전혀 낯설지 않았다.

여름은 군복무 기간(상주 상무 2017~2018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광주에서 활약한 '원클럽맨'이었다.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여름은 지난해 광주의 주장 완장을 차고 파이널A 진출과 함께 역대 최고의 팀 성적(6위)을 이끌며 리더십까지 인정받았다. 여기에 K리그 200경기 출전의 금자탑까지 세우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광주의 여름은 2021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가장 자신있을 때 안주하기 보다는 변화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고민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은사였던 남기일 감독이 러브콜을 보냈다. 남기일 감독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남기일 감독은 2013년 광주 코치 및 감독대행 시절부터 2016년 광주 감독 재임때까지 여름을 중용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물색했던 남기일 감독은 수 많은 선택지 끝에 누구보다 잘 아는 여름을 지목했다. 남기일 감독은 이적 과정에서 광주까지 직접 찾아왔을 정도로 여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여름은 "신인 때부터 나를 키워주신 분이다. 남기일 감독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제주의 목표도 뚜렷했다. 함께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확고한 믿음과 별도로 두터운 스쿼드를 구축한 제주에서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했다. 이찬동이 광주로 이적했지만 제주의 중원은 주장 이창민을 비롯해 김영욱, 강윤성 등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미드필더들이 여전히 지탱하고 있었다. 수비자원인 김경재, 이정문 역시 전술 운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어 쉽사리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지난 1일 성남 FC와의 개막전(0-0 무)을 앞두고 김영욱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 김영욱의 공백은 커보였다. 김영욱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지난해 K리그2 무대를 장악했다. 경기당 평균 1만 1115m를 뛰었다. 이는 팀 내 1위 기록이다. 또한 코너킥 전담 키커로 나서 수 많은 득점 찬스를 연출했다.

남기일 감독의 선택은 여름이었다. 여름은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손준호(전 전북 현대), 한석종(수원 삼성)에 이어 3번째로 가장 많이 뛴 선수였다. 여름은 경기당 평균 10,783m를 누볐다. 김영욱을 대신해 중앙 미드필더 선발 출전한 여름은 그 명성에 걸맞게 기록지에 드러나지 않는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팀 플레이로 그라운드 곳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

제주가 진성욱의 퇴장 악재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코너킥 찬스에서도 두 차례 전담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궤적과 정교함을 선보였다. 이적생이 아닌 마치 오랫동안 함께 손발을 맞춘 느낌이었다. 제주는 '믿을맨' 여름의 가세로 누가 출전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두터운 중원을 자랑하게 됐다.

오는 6일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은 여름에게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초호화 멤버를 갖춘 전북이지만 자신은 있다. 여름은 광주시절 전북을 상대로 6개의 클리어링을 선보이며 상대 공격을 막는 1차 저지선을 도맡는 동시에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여름은 "예전에 '내 유니폼이 더러워질수록 팀이 빛난다'라는 (김)영욱이의 인터뷰를 봤다. 내 의지도 마찬가지다. 전북은 쉽지 않은 상대다. 하지만 내가 한 발 더 뛰면 팀이 더욱 뜨거워질 수 있다. 전북전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하겠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제주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 되겠다"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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