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 서준원 때와는 다르다...롯데, '불륜+가정폭력 의혹' 나균안 논란에 속앓이
입력 : 2024.02.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또 한 번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악재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호하게 철퇴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차 지명 출신' 투수 서준원(24)이 성범죄 혐의로 구단에서 퇴출된 데 이어 올해는 '국가대표 선발 투수' 나균안(26)이 불륜 및 가정폭력 의혹에 휩싸였다.

나균안은 28일 구단을 통해 "저의 개인적인 일로 시즌 직전에 우리 구단과 감독님, 선수들에게 죄송스럽고 무엇보다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최근 알려진 일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며 그 부분은 법무적인 대응을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알려진 일'은 나균안의 아내 A씨가 폭로한 불륜과 가정폭력 의혹이다. 2020년 나균안과 결혼한 아내 A씨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나균안이 외도를 저지르고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으며, 외도를 들킨 뒤에는 가정폭력까지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나균안의 입장이 나오자 아내 A씨는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포수로서는 기대만큼 성장을 하지 못한 나균안

용마고를 졸업한 나균안은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큰 기대를 받으며 롯데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대형 포수로 큰 기대를 받았던 나균안은 통산 216경기 타율 0.123(366타수 45안타) 5홈런 24타점으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인 나균안은 결국 2020년 투수로 전향했고, 이름도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하며 새 출발했다.

포지션과 이름을 모두 바꾼 나균안은 이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2022년 39경기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하며 투수로서의 잠재력을 터뜨린 나균안은 지난해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아 2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4월 한 달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의 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첫 월간 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2023시즌 전반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낸 나균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승선, 프로 데뷔 후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조별리그 3차전 태국전 선발로 나서 4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은 나균안은 연봉도 지난해 1억 900만 원에서 2억 500만 원으로 수직 상승하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금메달까지 획득한 나균안

탄탄대로를 걷는 일만 남은 듯했던 나균안은 2024년 새 시즌을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소 인터뷰 등을 통해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나균안이 포수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시절 함께 어려움을 이겨낸 아내 A씨를 두고 외도를 했다는 폭로는 팬들을 더욱 실망하게 했다.

하지만 뜨거운 여론과는 별개로 롯데 구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입장에 놓였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진행 중인 롯데 구단은 논란을 인지한 뒤 나균안과 면담을 실시했고 선수의 공식 입장도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나균안과 관련된 논란이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롯데 구단은 선수의 증언이나 아내 A씨의 폭로만으로 결단을 내리기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서준원

지난해 롯데는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서준원에게 '방출'이라는 강력한 철퇴를 내렸다. 사안이 민감한 범죄 혐의라는 점, 그리고 서준원이 수개월 동안 구단에 해당 사실을 은폐했다는 점에서 롯데는 일사천리로 결단을 내렸다. 롯데에서 방출된 서준원은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120시간 및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 5년간 취업 제한 등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나균안은 서준원을 방출했을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명확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설사 나균안의 불륜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는 있지만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에 강력한 징계를 내리기도 어렵다.

KBO 규약의 '야구선수계약서'에는 '제15조 [품위 유지 등] ① 선수는 계약기간 동안 폭행, 상해, 성폭력, 성희롱, 사기, 마약, 약물복용, 간통, 불법도박, 음주운전 등 법령을 위반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스포츠 선수로서의 품위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이 있다. 다만 이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이며 징계와 관련된 규정이 아니다. 또한 간통죄는 이미 2015년 폐지돼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는 아니다.

아내 A씨가 폭로한 내용 중 가정폭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롯데 구단뿐만 아니라 KBO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KBO 야구규약에는 '폭력(협박, 폭행, 상해 등)'과 관련해 규정이 있다. 만약 나균안이 가정폭력 혐의로 사법처리 된다면 KBO에서도 상벌위원회가 열릴 수 있고, 구단도 확실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나균안과 관련된 논란은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명장'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을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과 찰리 반즈, 국내 선발 박세웅에 이어 롯데의 4선발로 낙점한 상황이다. 나균안은 지난 27일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서 3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나균안은 부상이나 실력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팀 전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생겼다.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고 그대로 시즌을 맞아도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나균안을 향한 비난 여론이 선수 개인을 넘어 롯데 구단을 향하게 되면 팀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새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롯데는 2년 연속 선수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씁쓸한 봄을 보내고 있다.

사진= OSEN, 뉴시스,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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