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기묘한축구] 메시의 징역 21개월, 유럽을 강타한 탈세 스캔들
입력 : 2017.05.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징역 21개월, 단 24개월 미만 초범은 집행 유예

리오넬 메시(29, 바르셀로나)의 탈세가 혐의에서 진실로 판가름났다.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영국 공영언론 ‘BBC’를 포함한 다수의 매체들이 25일(한국시간) 메시의 탈세 확정을 연이어 보도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메시의 항소를 인정하지 않았고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21개월을 확정지었다. 부친 호르헤 메시는 벌금 부과를 인정해 징역 21개월에서 15개월로 감소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탈세 스캔들에 휘말렸다. 스페인 국세청이 호날두 탈세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스캔들이 불거지자 호날두는 “사람들이 나를 범죄자 취급한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유럽의 내로라하는 축구 스타들이 탈세 스캔들에 몸살 앓고 있다.

■ 스페인은 메시의 손을 들지 않았다



메시의 탈세 혐의가 피어오른 시기는 2013년이다. 스페인 법원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고 메시를 기소했다. 당시 영국 BBC를 포함한 유력 언론들이 대서특필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방법은 동일했다. 조세율이 낮은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금액을 빼돌리는 방식이다. 스페인 세무국은 메시가 우루과이와 벨리즈에 세운 회사로 초상권 수익 일부를 축적했다고 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폭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ICIJ는 유명 인사들의 조세 회피 자료를 입수해 폭로했고 그 중 메시가 포함됐다. 자료에 따르면 메시 가족이 파나마에 재정 고문을 설립했지만 제대로 기능을 한 적이 없었다.

탈세 혐의가 불거지자 메시 측은 무혐의를 주장했다. 공식 성명을 통해 “현재 법률팀이 탈세 보도를 한 언론에 법적 조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탈세 의혹과 관련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바르사와 아르헨티나축구협회도 힘을 실었다. 바르사는 “메시 일가의 공식 성명을 지지한다. ICIJ 폭로 이후 구단은 메시와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혐의를 위해 법적, 재정적, 행정적 부분에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파나마 페이퍼스가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메시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며 결백을 주장한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상징이자 주장이다”라며 자국 스타의 선언했다.

바르사와 아르헨티나의 지지에도, 스페인은 메시의 손을 들지 않았다. 스페인 법원은 메시와 아버지 호르헤에게 징역 21개월과 벌금형을 내렸다. 페이퍼 컴퍼니로 416만 유로(약 55억원)를 탈세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메시는 즉각 항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스페인 대법원은 유죄와 항소 기각을 선언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메시는 징역 21개월을, 아버지 호르헤는 15개월을 선고 받았다. 24개월 초범은 집행 유예로 징역을 면하는 만큼 실형을 살지는 않는다.

■ 전 유럽을 강타한 탈세 스캔들



시간을 2013년으로 돌려보자. 2013년은 메시의 탈세 혐의가 처음으로 불거진 시기다. 스페인 세무 당국은 페이퍼 컴퍼니에 따른 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영국 BBC를 포함한 유력 언론도 메시의 탈세 혐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015년 9월 네이마르까지 탈세 혐의에 휘말렸다. 브라질 재무부가 산토스에서 활약하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고 1억 8,880만 헤알(약 573억원) 자산 동결을 지시했다.

탈세 혐의가 가장 많이 보도된 시기는 2016년이다. 축구 스타들의 탈세 스캔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졌다. 실제 2016년 1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19억 탈세 혐의를 인정했다. 스페인 법원은 마스체라노에게 징역 대신 벌금형을 내렸다.

마스체라노의 여파로 바르사가 유럽 언론의 표적이 됐다. 2016년 4월과 5월 아드리아누와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탈세 혐의가 포착됐다. 방식은 모두 페이퍼 컴퍼니다. ‘마르카’에 따르면 브라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IMFC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고 꾸준히 1,000 유로(약 133만원)를 축적했다.

바르사에서 활약했던 스타들도 탈세 혐의를 피할 수 없었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사무엘 에투가 대표적이다. 산체스는 바르사 시절 98만 유로(약 12억 4,677만원) 탈세로 기소됐고 혐의를 인정했다. 이후 스페인 검찰은 에투의 탈세 정황을 파악했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바르사 선수만 탈세에 연루된 것은 아니다. 2016년 11월부터 다른 선수들의 탈세 흔적이 포착됐다. 스페인 정론지 ‘엘 문도’와 계약서 유출 이후 활동을 재개한 ‘풋볼리크스’가 폭로에 앞장섰다.

보도에 따르면 루카 모드리치가 룩셈부르크에 자회사를 설립해 초상권 수익 일부를 숨겼다. 역대 최고 이적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한 폴 포그바도 조세 피난처에 설립한 회사로 수익 일부를 빼돌렸다. 포그바는 아디다스와의 3500만 파운드(약 516억원) 초상권 계약을 조지 섬에서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들어 라다멜 팔카오, 파비우 코엔트랑, 앙헬 디 마리아, 하비에르 파스토레 등이 언론 지면을 달궜다. 팔카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인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번 566만 유로(약 70억원)를 신고하지 않았다. 여기에 프랑스 경찰은 탈세 조사를 위해 PSG 사무실과 디 마리아와 파스토레 자택을 수색했다.

■ 스페인의 높은 세율, 호날두까지 번진 의혹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선수들이 탈세 혐의에 자주 거론된다. 이유는 스페인의 높은 세율이다. 스페인 정부는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자국 선수에게 52%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세율은 46%다. 수입 절반을 스페인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메시를 포함한 프리메라리가 스타들의 탈세가 높은 세율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만이 커지자 세금을 낮추려는 시도도 있었다. 2003년 데이비드 베컴이 레알로 이적하면서 스페인 정부는 세율 43%에서 24%로 낮추는 법안을 마련했다. 베컴의 상업적인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베컴 법은 2010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메시 탈세 확정 이후, 다음 대상은 호날두다. 스페인 ‘엘 문도’가 ‘풋볼리크스’ 자료를 입수한 바에 따르면 2009년 초반부터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 설립으로 초상권을 보호했다. 광고 수익 일부(약 1,883억원)가 버진 아일랜드 회사로 흘러간 정황이 드러났다. 버진 아일랜드는 스페인보다 낮은 법인세(12.5%)를 사용하고 있다.

혐의가 불거지자, 호날두 측은 탈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호날두 에이전시 ‘제스티 후테’는 “착실히 세급을 납부했다. 사실이 아니다. 법적 조지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강경 대응했다. 스페인 세무서가 발급한 문서까지 첨부해 무혐의를 주장했다.

호날두도 자신의 무죄를 직접 밝혔다. 그는 발롱도르 수상 직후 “세상에는 죄를 짓지 않고 감옥에 가는 사람이 있다.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 나는 내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소리쳤다. 호날두와 에이전시의 적극 부인으로 탈세 논란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라리가 최종전을 앞둔 5월 19일. 호날두의 탈세 혐의가 다시 고개 들었다. 스페인 일간지 ‘엘 컨피덴셜’이 “스페인 당국이 호날두 탈세 혐의를 고소할 방침이다”라며 대서특필했다. 이어 스페인 언론 ‘그룹14’의 라파엘 에르난데스 기자도 “스페인 국세청이 호날두의 탈세 혐의를 기소했다”라고 전했다.

‘엘 컨피덴셜’은 "호날두 측이 세금 일부를 납부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다”라고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호날두 측은 납세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탈세 의도가 아니다(Ronaldo admite que no tributó todo en España aunque "no hubo ánimo de defraudar)고 주장했다.

호날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발롱도르 때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항상 범죄자 취급한다. 그들은 나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항상 그런 것들만 이야기한다. 나는 성자도 아니지만 악마도 아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은 내 삶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르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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