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연속이었던 '서프라이징! 2013 슈퍼매치'
입력 : 2013.04.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앙숙' FC 서울과 수원 삼성간 2013시즌 첫 슈퍼매치가 열린 14일 빅버드. 승패없이 1-1이라는 다소 얌전한 스코어가 나왔지만 그 내용은 소문난 잔치답게 놀라운 반전의 연속이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햇볕만 쨍쨍했던 기상청의 오보부터 시작해 '절친' 차두리와 정대세의 극적인 만남과 퇴장, 그리고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터진 '미운 오리' 라돈치치의 동점골까지, 장면 하나 하나가 그랬다.


▲차두리가 나왔다고? 선발로?

첫 번째 반전은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차두리(33)의 선발 출전이었다. 사실 차두리와 관련해선 공백 기간이 길었던 만큼 경기 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홈경기도 아니고 부담스러운 빅버드 원정에서 굳이 나설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은 과감히 수원 원정에서 '차두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아가 풀타임까지 소화한 차두리는 "즐거웠다"고 웃어보이며 센다이 원정(10일)이 끝난 뒤 출전 여부를 묻는 최 감독의 말에 몸상태가 괜찮다고 판단해 뛸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출전 스토리를 밝혔다. 아무도 모르게 4일간 실전을 준비한 차두리는 가장 드라마틱한 무대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막판 라돈치치를 놓치며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한 게 옥의 티였지만 활약상 만큼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대세~! 퇴장~ 왜 그랬니~!

'절친' 차두리를 오랜만에 그라운드서 보게 돼 너무 흥분했던 것일까. 차두리의 선발 출장에 이어 또 하나 쇼킹한 소식을 전해 준 것은 '인민루니' 정대세(29)였다. 지난 11일 화성에서 열린 미디어간담회에서 골을 넣으면 차두리에게 가 악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던 정대세는 차두리의 선발 출장에 전반 39분 퇴장으로 화답했다. 전반 7분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그는 그걸 잊은 듯 FC서울의 골키퍼 유상훈에게 뒤에서 반칙을 가했고 경고누적으로 일찌감치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 했다. 항의조차 할 수 없었을 만큼 명백한 파울이었고, 정대세는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자책이라도 하듯 혼자서 중얼거리며 벤치로 향했다.

▲자신의 벤치행에 오히려 최용수를 위로한 몰리나

FC서울 선발 명단이 전한 놀라움은 차두리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최용수 감독은 차두리 외에도 몰리나(33)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FC서울 입단 이후 부상을 제외하고 몰리나가 베스트 11에서 제외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몰리나는 자신의 선발 제외를 통보하는 최 감독에게 "괜찮다"는 말로 오히려 위로했다는 후문. 몰리나는 후반 17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마지막 프리킥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무승부를 지켜봐야 했다.


▲라돈치치, 나 아직 살아 있다고!

0-1로 뒤진 상황에서 정대세의 퇴장까지 겹쳤으니 누가 봐도 FC서울의 승리가 당연해보였다. 그러나 2008년 12월 이후 빅버드에서 서울을 상대로 6연승을 이뤘던 수원은 역시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막판 조지훈을 빼고 '신인' 김대경을 투입한 것 빼고는 수적 열세에도 교체 카드 없이 전열을 유지한 서정원 감독은 후반 37분 그 동안의 부진에 혹평을 들어야만 했던 라돈치치(30) 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홍순학을 대신해 투입된 라돈치치는 기다렸다는 듯 후반 42분 스테보의 크로스를 정확히 머리로 받아 넣으며 승리 같은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미운 오리가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하는데는 단 번 5분이면 충분했다.

▲독수리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 몰리나의 프리킥

승리를 눈 앞에 뒀지만 라돈치치에게 한 방을 얻어맞고 1-1 동점을 허용한 서울. 그런 서울에게 마지막 프리킥 찬스가 후반 추가시간에 찾아왔다. 서울은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마지막 키커로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가 나섰다. 이것을 끝으로 최명용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릴 것이 확실했기에 서울로서는 마지막 찬스였다. 그러나 몰리나의 날카로운 킥은 수비벽을 지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지만 살짝 빗겨가며 골이 되진 못했다. 프리킥 순간 정성룡조차 꼼짝 못하고 공만 바라보고 있었기에 멀리서 봤을 때 꼭 골과 같았다. 좋다 만 최용수 감독으로서는 심장이 정말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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