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테보의 일침, “한국축구 더 이상 논쟁은 없어야”
입력 : 2013.07.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민 기자= 마케도니아 출신 스테보(31)에게 K리그, 그리고 한국 축구는 특별했다.

스테보의 고향은 마케도니아지만 ‘축구 고향’은 한국일 수밖에 없다. 스테보는 2007년부터 올 여름까지 142경기 출장 57골 21도움을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보냈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수원에서도 61경기 24골 6도움이라는 좋은 성적을 내며 수원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별은 어느 순간에나 찾아오는 법이고 스테보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선수생활을 마무리 했다. 이에 출국하는 스테보를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기분이 어떤가?

“씁쓸하면서도 무언가가 아쉽다. 한국에 더 남아 뛰고 싶었지만 그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아쉽고 안타깝다.”

오랜 시간 K리그에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추억이 하도 많아 뽑기 어렵지만, 지난 4월에 있었던 서울과의 경기가 생각난다. 수원이라는 팀에게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였다. 게다가 당시 우리 팀은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했기에 더 이기고 싶었다. 내가 올려준 크로스를 라돈치치가 골로 연결했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원 팬들의 환호성도 잊을 수가 없다.”

수원 팬들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다?

“물론 그렇다. 내가 부진할 때도 나를 믿고 응원해 준 것 같다. 수원에서 경기를 뛰는 것도 좋았지만 그들이 있어 더 값진 기억이 된 것 같다.”

당신은 수원 뿐 아니라 전북과 포항에서도 뛰었다. 그때의 기억은?

“두 팀 모두 기억에 남지만, 2009년의 포항이 특히 기억이 남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분요드코르 원정 경기는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1차전에서 1-3으로 패해, 뒤집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더라. 그러다보니 우리도 3-1의 스코어를 만들어냈고 연장전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때 허벅지 근육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는데, 꾹 참고 뛰었다. 좋은 분위기를 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나는 추가 골을 넣을 수 있었고, 포항은 4강에 오르게 됐고 우승까지 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반면 수원에서는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었다?

“그게 너무 아쉽다. 강팀인데도 운이 좀 안 따랐던 것 갔다. 특히 2011년 FA컵 준우승에 그친 게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수원의 우승 가능성은?

“수원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 최근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 있긴 하지만 내가 본 수원은 정말 최강의 팀이다. 분명 조만간 우승컵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수원에 대한 애정은 변치 않은 것 같다. 지난 2011년 수원을 위해 마케도니아 대표팀 차출도 거부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에야 말하지만 그때 많이 고민했다. 사실 나는 마케도니아에서 대표팀으로 뽑힐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대표팀의 일원이 된 다는 것은 대단히 명예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당시 수원의 상황도 영 말이 아니었다. 주축선수였던 염기훈, 정성룡등이 한국 대표팀에 차출돼서 나갔기 때문이다. 문득 나까지 나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야네프스키 마케도니아 감독에게 전화해 지금은 팀 사정이 안 좋으니 다음에 꼭 뽑아달라고 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 가겠지만, 수원은 나 없으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의 하는가?(웃음)"

동의한다고 치자.(웃음) 그런데 그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말한 것처럼 국가대표팀 차출은 선수로서 최고의 명예가 아닌가?

“맞다. 다시 그때가 오면 생각을 바꿀 것 같다.(웃음)"

대표팀 얘기가 나와 하나 물어보겠다. 최근 한국 축구 대표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유가 어찌됐든 선수와 감독간의 불화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이렇게 떠나는 마당에... 굳이 내가 할 말이 있다면 대표팀 선수는 일반 클럽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예로운 자리이기 때문에 항상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쟁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이다. 한국 대표팀은 충분히 강팀이 될 수 있다."

떠나는 순간까지 한국 축구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K리그로 돌아올 일은 없을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에 아예 오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행으로도 올 수 있지 않느냐?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만약 내가 한국을 방문하고, 그때도 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는척 해줬으면 좋겠다.(웃음) 부족한 나를 많이 아껴줬던 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