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대구] 황선홍-라데 조우, 영혼의 투톱 떠올리다
입력 : 2013.05.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포항] 김성진 기자= 1998/199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트레블을 이끈 드와이트 요크와 앤디 콜을 두고 ‘영혼의 투톱’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것을 알고 있는가? K리그에도 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영혼의 투톱이 있다는 것을. 1993년부터 1996년까지 포항 스틸러스를 이끈 황선홍, 라데 투톱이다.

라데는 1992년 포항에 입단했다. 이듬해인 1993년 황선홍이 포항 유니폼을 입으면서 두 선수의 발에서 포항의 역사가 쓰여졌다.

당시 한국 축구는 최전방에 두 명의 공격수를 세운 일이 드물었다. 황선홍, 라데 투톱은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 신선함으로 끝나지 않았다. 파괴력은 K리그 30년 역사에서 최고의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이 뛰어나고 넓은 움직임을 가진 라데가 좌우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든 뒤 황선홍에게 연결하면 황선홍은 특유의 날카로운 골 결정력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라데는 “1994년에서 1996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황선홍의 컨디션이 최고였다”며 황선홍과 함께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던 그 두 해를 잊지 못했다.

황선홍도 마찬가지였다. “라데가 측면에서 움직이면 내가 골 넣기 쉬웠다. 당시는 모든 수비가 맨투맨이었다. 한 명을 제쳐도 스위퍼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상대가 라데의 움직임을 알아도 막지 못했다. 라데가 있으면 든든했다”고 당시 라데의 플레이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포항은 황선홍, 라데 투톱이 맹활약하던 이 시기에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축구의 진수를 마음껏 느끼게 해주었다. 황선홍은 수많은 대표팀 차출로 혹사 당하며 K리그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하지만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라데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29골을 집중시켰다. 1995년에는 지금도 깨지지 않은 8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라데도 마찬가지였다. 1994년 22골 6도움을 올렸고, 1996년에는 13골 16도움으로 K리그 최초의 한 시즌 10골-10도움의 주인공이 됐다.

두 선수는 서로 힘을 모아 3년간 16골도 만들었다. 그러나 골 숫자보다 두 선수가 함께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공포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이날 포항의 ‘영혼의 투톱’이 조우했다. 황선홍은 포항의 감독으로 포항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다. 라데도 조국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포스코 레지던스라는 숙박업소와 포스코 아레나로 부르는 풋살 경기장 등을 운영하며 포항을 자신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26일 포항스틸야드에서는 포항과 대구의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포항은 이날을 팀 창단 40주년 기념경기로 정했고, 13명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선정했다. 라데도 헌액자로 선정돼 1996년 말 포항을 떠난 뒤 17년 만에 다시 친정팀을 찾았다. 라데 뿐만 아니라 이회택, 이흥실, 최순호, 박태하 등 포항의 레전드들이 총출동했다.

레전드들은 경기 내내 황선홍 감독과 포항 후배들을 응원했다. 전설의 기운을 받은 포항은 대구에 4-2로 승리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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