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를 꿈꿨던 여대생 노윤주 양, 제2의 축구 인생 시작
입력 : 2025.05.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한 때 축구 선수를 꿈꿨던 23세 앳된 여대생, 한국체육대학교 FC천마의 주장 노윤주 양은 스포츠마케팅 중심 도시 양구군에서 열린 제4회 양구 국토정중앙기 전국여성클럽대회(이하 양구여성클럽축구대회, 5월 3~5일 개최)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노윤주 양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7경기에서 총 4골을 터뜨리며 필드를 누볐고 준우승팀 MVP에게 주어지는 실버슈 수상으로 그 활약을 인정 받았다. 다른 관심사나 취미 없이 오로지 축구 만을 바라본다는 노윤주 선수. 쾌활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팀을 이끌어 작년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던 FC천마를 올해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FC천마의 작년 1회전 탈락은 조금 의외의 결과였다. FC천마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유일한 여자 축구 동아리로 2010년 첫 창단해 SUFA(서울권대학축구동아리연맹) 대학 리그와 KUSF(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대회에서 다수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여자 대학부 팀 중에서 항상 순위권에 드는 강팀이기 때문이다.

FC천마는 작년 성적을 만회하듯 이번 양구여성클럽축구대회에서 예선 8골, 본선 7골을 터뜨리며 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엘리트 선수들을 비롯해 체육지성인을 양성하는 한국체육대학교 학생들인 만큼 한국체육대학교의 상징인 천마(天馬)와 같은 활동량을 선보였다.
주장으로 팀을 이끈 노윤주 양은 팀원 간의 결속력을 FC천마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축구에 진심이고 축구를 사랑하는 여대생들이 축구라는 공통점 하나로 모였다. 중앙동아리로 비활동 인원 포함 21명이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동아리 회원들끼리 끈끈하고 결속력이 높다. 서로 서로 정말 친해서 사석에서 자주 만나고 노는 사이다. 그런 결속력이 축구 할 때도 나타나면서 좋은 성적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당찬 눈빛에 코 밑 매력점을 가진 노윤주 양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당돌한 인상처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노윤주 양은 8강에서 코피가 나는 와중에도 거즈로 지혈을 한 채 부상 투혼을 펼치기도 했다. 교녀의 열정적인 투혼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노윤주 양은 “중학교 때 정식으로 축구를 배웠었다. 충주 예성여자중학교에서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아버지 회사에 축구 동호회가 있었는데 5, 6살 때부터 아버지와 조기 축구회에 함께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하게 됐다. 초등학교 때 그냥 공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전술과 전략, 멋있는 선수들에게 매료되어 축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윤주 양의 선수 생활은 길지 않았다. 중학교 3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던 노윤주 양은 부상과 여성 프로 축구의 현실적인 벽 앞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었다.

“실력적인 부분도 있고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그만두게 되었다. 아직 여자축구가 덜 발전된 부분도 있고 폭이 정말 좁다. 이번 양구 대회에서도 동호인끼리 한 다리 건너 다 알 정도다. 아마추어 세계가 좁은 만큼 프로 세계는 훨씬 좁다. 정말 특출난 선수가 아닌 이상 선수로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른쪽 발목 부상도 영향을 미쳤다.”

노윤주 양은 선수를 그만둔 이후 운동장에 축구 골대도 없는 일반 여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주변에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없었고 입시에 집중하며 한동안 축구와 담을 쌓았다. 재수 끝에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과에 합격한 노윤주 양은 다시 축구에 대한 열정을 지폈다고 한다. 축구 종목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을 취득하며 축구 센터에서 축구를 가르치기도 하고 열심히 활동하던 동아리에서 주장까지 맡게 됐다.


노윤주 양은 “축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11명의 주전 선수들과 벤치 선수들을 포함해 골과 승리 만을 목표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골과 승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좋아서 그것 때문에 여전히 축구를 사랑한다. 다른 관심사나 취미는 없고 축구를 가장 좋아한다. 축구를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해서 작년 토트넘이 내한 했을 때도 티켓을 구해 보러 갔고 수원FC를 좋아해 경기장에 자주 갔다. 전북 현대도 좋아해서 전주까지 가서 직관한 경험도 있다”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내 여성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21년 처음 방송이 시작된 여성 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은 평균 약 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축구보다 접근성이 좋고 진입 장벽이 낮은 풋살(실내 축구의 한 형태)이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축구에 진심인 노윤주 양은 아직 축구를 접하지 못한 여성들에게 풋살을 시작으로 축구에 입문하는 것을 강력 추천했다.

“요즘 풋살의 인기가 정말 많아졌다. 플랩풋볼(풋살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개인 참여형 매칭 서비스) 같은 서비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야외에서 11대11로 경쟁하는 축구에 앞서 풋살을 먼저 경험하고 축구에 입문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어 앞으로 여자 동호인 축구 부흥에 대해 “이번 양구여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POC’나 이화여대 졸업생들이 창단한 FC16.9 같은 신생팀들이 많이 생겨야 할 필요가 있다. 팀이 많아지고 참여 인원도 늘어나면 대회도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지원이나 상금도 많아지면 여자 동호인 축구가 더욱 부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를 좋아해 자칭 ‘노흥민’이라는 노윤주 양은 내년이면 졸업반 4학년이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유소년 축구 관련 일을 하거나 기회가 된다면 축구 구단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축구 선수의 꿈을 뒤로 하고 새로운 축구 인생을 써내려 가는 노윤주 양. 국내 여자 축구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사진=한국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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