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 부르는 기생충, 유독 감염률 높은 이 동네…이유 보니
입력 : 2025.05.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경상북도 안동시의 간흡충 감염률이 5대강 유역 주민 평균의 4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남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도 간흡충 감염률이 눈에 띄게 높다. 간흡충은 담관암을 비롯해 담도계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일반 구충제로는 치료할 수 없어 전문의약품을 써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21일 공개한 '2024년 장내기생충 유행지역 감염 조사'에 따르면 섬진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금강 등 5대강 유역의 39개 시·군·구 주민 2만6985명의 대변 검체를 분석한 결과 장내 기생충 감염률(충란 양성률)은 4.5%를 기록했다.



5대강 유역별 감염률은 섬진강이 6.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낙동강(3.9%), 영산강과 한강(각각 2.3%), 금강(0.9%)이 뒤를 따랐다. 조사 대상 시·군·구 중에는 하동군(12.6%), 구례군(11.7%), 안동시(10.4%)가 감염률이 10%를 넘었다. 순천시(6%)와 광양시(5.3%)도 비교적 높은 감염률을 보였다.



장내 기생충은 크게 '토양 기생충'과 '식품 기생충'으로 분류한다. 인분을 비료로 썼던 1960년대에는 토양과 하수 오염으로 회충·편충과 같은 토양 기생충 감염률이 80% 이상으로 높았다. 이후 기생충 퇴치 사업과 환경 개선으로 지금은 감염률 1% 이하의 '퇴치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문제는 식품 기생충이다. 피라미, 돌고기, 은어, 모래무지,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칼·도마와 같은 조리기구를 통해 감염되는데 좀처럼 줄지 않는다. 토양 기생충 감염률을 넘어선 지 오래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전체 기생충 가운데 민물고기 섭취로 인한 '간흡충'의 감염률이 2.3%로 가장 높다.



특히 안동시는 간흡충 감염률이 9.1%로 전국 평균의 4배 정도였다. 하동군(5.4%), 구례군(5.3%), 청송군(3.8%)도 감염률이 높았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간흡충 감염은 작은 민물고기를 생식하고 회처럼 다져 먹는 '꿀뚝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다른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간흡충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담관암의 주요 원인이다. 간흡충이 담관에 기생하면서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암을 일으킨다.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로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짙어지는 등 증상이 특징이다. 이 외에 복부 통증,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이유 없는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담관암은 전체 암 가운데 발생률 9위, 사망률 6위로 드물지 않은 암이다. 우리나라의 담관암, 담낭암 등 담도계암의 발생률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김효정 고려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며 "수술이 어렵고 항암치료 효과도 낮아 췌장암보다 예후가 더 나쁜 암으로 알려져 있다"고 경고했다.



질병청의 기생충 감염 조사는 위험 지역 주민의 조기 진단 측면에 의미가 있다. 별도로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동시에서도 특정 지역(면)이 유독 간흡충 감염률이 높은데, 전수 조사 후 치료 연계하려 했지만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로 미뤄졌다고 한다. 진단은 장내 기생충의 치료법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기생충 감염 시 먹는 일반의약품 구충제(알벤다졸)로는 간흡충을 죽일 수 없다. 작용 기전이 다르다. 이희일 과장은 "간흡충은 의사 처방을 받아 '프라지콴텔'이라는 전문 의약품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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