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역시 멘털' 첫 우승 이끈 힘, 김백준은 멀리 본다 ''대상 후 PGA 진출이 목표''
입력 : 2025.04.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춘천=안호근 기자]
김백준이 20일 KPGA 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김백준이 20일 KPGA 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 제공
"화를 내면 더 못 치는데 왜 화를 내냐고 하시더라.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25번째 도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통산 첫 승을 달성한 김백준(24·team속초아이)은 안 풀리는 순간 스승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결국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김백준은 19일 춘천시 라비에벨 골프 & 리조트 올드코스(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시즌 개막전 제20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이븐파(72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김백준은 2위 이상희와 옥태훈(금강주택)을 제치고 2타 차로 제치고 감격의 첫 우승과 함께 상금 2억원도 손에 넣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김백준은 "감사드릴 분이 너무 많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첫 우승을 할지 몰랐는데 스스로도 대견하다"며 "경기가 타이트해서 내내 긴장감 놓을 수 없었다. 다 끝났고 우승했구나 생각만 들었다. 그간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마 시절 6차례 대회에 나섰고 지난해 18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준우승이었다. 지난해 포인트 2위로 아쉽게 명출상(신인상)도 놓쳤다. 조우영(24·우리금융그룹) 등 또래 선수들은 우승을 맛보며 치고 나갔지만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

김백준이 우승을 확정짓는 버트 퍼트를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김백준이 우승을 확정짓는 버트 퍼트를 성공시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이날 드디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2라운드부터 공동 1위로 올라선 김백준은 최종 라운드를 단독 1위로 시작했다.

챔피언조에서 시작해 김백준은 8번 홀까지 파를 지켜냈으나 14번 홀(파4)까지 버디를 잡아내지 못하고 경쟁자들의 추격을 받아야 했다. 15번 홀(파5)에서야 첫 버디를 잡으며 우승에 한 발 가까워졌다. 3번째 샷이 날카롭게 홀 근방에 붙었고 버디를 낚았다. 심리적 압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과거 스승이 건네준 메시지 때문이었다.

경기 후 김백준은 "앨런 힐스 코치가 예전에 해준 말이 있다. 샷이 안 될 때마다 화가 난다고 하니까 '화가 나면 샷을 못 치는데 왜 화를 내냐'는 것이었다"며 "조급하고 불안해지면 공이 잘 안 맞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했지만 그렇게 하면 골프가 더 안 좋아지니 그렇게 하지 말자고 하셨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 순간에 '여기서 조급해지면 더 안 맞을거야. 침착해'라고 주문을 외웠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었다. 버디 퍼트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도 김백준은 "잘 안되긴 했다. 코스가 굉장히 어렵고 핀 위치도 어려웠다"면서도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려고 했다.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잘 안 풀리더라도 조급함을 버리고 인내심 갖자고 되뇌었다. 마지막에 중요한 퍼트가 떨어진 게 그 비결"이라고 밝혔다.

17번 홀(파3) 보기도 있었지만 경쟁자들도 실수를 했고 18번 홀(파4)에서 완벽한 아이언샷을 통해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기술적으로도 발전을 이룬 시즌 개막전이었다. 가장 돋보였던 건 비거리 증가다.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300야드(274m)를 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선 306.79야드(280.5m)를 기록했다. 티샷의 비거리 상승은 아이언의 정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까다로운 코스였으나 그만큼 세컨드샷에서 남은 거리가 줄어들었고 이전에 비해 부담 없이 클럽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린 적중률에서도 79.17%로 지난해(74.74%)를 웃돌았다.

18번 홀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는 김백준. /사진=KPGA 제공
18번 홀 드라이버 티샷을 날리는 김백준. /사진=KPGA 제공
김백준은 "작년엔 캐리(공이 최초로 떨어지는 거리)로 255m~260m, 총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지 않았다"면서 "이번엔 캐리로 270m를 보고 칠 수 있었다. 그린이 굉장히 까다로워 숏아이언을 잡는 게 중요한 골프장인데 거리가 많이 늘어난 덕분에 작년보다 숏아이언으로 공략할 수 있어 첫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뒤 리브 골프에 진출한 장유빈(23·아이언 헤드 GC), 이미 2승을 올린 조우영 등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또래 선수들에 비해 뒤처지기도 했다. 김백준은 "그때 골프 실력이 정말 안 좋아졌다. 같이 라운딩을 하면 맨날 져서 밥도 사고 했는데 대회 성적도 제일 안 좋아 마음고생을 했다"며 "2022년 프로로 넘어와서도 슬럼프가 이어졌고 정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오늘에서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확실히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슬럼프를 이겨낸 비법은 골프 외에서 찾았다. 김백준은 "안되면 파고 들고 집착하는 성격인데 그게 어느 순간 선을 넘었다.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주변의 조언에 따라 완전히 골프를 놓고 한 달 정도를 쉬면서 그동안 못해본 것도 많이 해봤다. 혼자 가고 싶었던 식당에도 가보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제가 잊고 있던 일상들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골프도 중요하지만 그런 일상들이 제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이 됐고 그 순간 조금씩 모든 것이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김백준은 "목표를 3승으로 잡았는데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끝이 아니고 시작에 가까운 커리어"라며 "원동력 삼는 건 좋지만 자만하지 않고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제 첫 승을 했을 뿐이지만 목표는 구체적이고 원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서는 것이다. 김백준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대회에 나설 땐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전한다. 이 대회는 꼭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느 대회든 우승 기회가 온다면 값진 것이기에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목표는 PGA 진출이고 거기서도 살아남아 좋은 선수로 활약하는 게 최종적인 목표다. 그걸 이루기 위해 오늘 결과 같은 좋은 과정을 밟고 있고 최선 다하겠다.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해 Q스쿨 파이널에 진출해 시드 투어 카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백준이 우승 후 그린재킷을 입고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KPGA 제공
김백준이 우승 후 그린재킷을 입고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KPGA 제공



춘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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