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찍는데 방출 통보라니...' 감동 복귀, 사자후를 토해내다
입력 : 2025.05.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1일 잠실 KT전에서 8회를 마무리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1일 잠실 KT전에서 8회를 마무리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42세 베테랑' 이적생이 포효했다. 솔선수범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고효준이 돌아왔다. 고효준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 팀이 3-1로 앞선 8회 1사 후 구원 등판,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노히트 투구를 펼쳤다. 두산은 고효준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김택연이 9회 블론세이브를 범한 끝에 연장 11회 3-3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고효준이 상대한 첫 타자는 권동진이었다. 초구 속구에 권동진의 배트가 헛돌아갔다. 이어 2구째는 볼. 구속은 146km가 찍혔다. 결국 고효준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파울을 유도한 뒤 8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파고든 속구를 뿌리며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고효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감정을 표현했다.

다음 타자는 황재균. 고효준은 속구 4개를 뿌렸으나, 낮은 볼이 연달아 4개가 들어가며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다. 이어 3번 타자 강백호가 타석에 섰다. 이날 1회 대형 솔로포를 터트린 강백호. 고효준의 신중한 승부가 이어졌다. 연거푸 볼 2개를 뿌린 뒤 헛스윙을 2차례 이끌었다. 5구째는 볼. 그리고 6구째 슬라이더에 강백호의 배트가 나갔고, 타구는 2루수 쪽으로 향했다. 2루 땅볼 아웃. 이닝 종료.

땅볼 타구를 보자마자 더그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고효준. 그리고 1루에서 아웃 선언이 나온 뒤 고효준은 사자후를 토해냈다. 감동과 울분, 기쁨과 후련한 감정 등이 모두 섞여 있는 듯했다. 고효준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박정배 투수코치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또 이승엽 감독에게 꾸뻑 인사를 하는 모습도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승엽 감독은 그런 고효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이날 42세 2개월 23일의 나이로 마운드에 오른 고효준은 베어스 역대 최고령 등판 신기록을 세웠다.(종전 기록은 박철순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전, 40세 5개월 23일) 아울러 베어스 역대 최고령 홀드(종전 이현승 2022년 6월 15일 고척 키움전, 38세 8개월 4일) 및 베어스 역대 최고령 탈삼진(종전 : 박철순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전, 40세 5개월 23일) 기록도 갈아치웠다.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1일 잠실 KT전에서 8회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1일 잠실 KT전에서 8회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경기에 앞서 만난 고효준은 "계속 운동을 하고 있었고, 가장이다 보니까 돈을 벌어야 해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하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감독님과 면담을 하면서 말씀드렸던 부분이 있다. '악'을 좀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감독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셨다. 확실히 지금 팀에 어린 투수들이 많다. 그런 투수들에 대해 신경 쓰면서 가르쳐 줄 부분을 가르쳐주고, 많이 이끌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고효준은 '올해 두산 경기를 봤는가'라는 질문에 "이 팀에 뭐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들더라. 아마 오늘부터 경기한다면 저부터 솔선수범해서 파이팅을 내려고 한다"며 "확실히 허슬두는 '악'이 있던 팀이었다. 제가 상대편에서 봤을 때 두산은 7, 8, 9회가 굉장히 강했다. 특히 투수 쪽에서 강했다. 타자 쪽도 무서운 팀이었다. 그렇게 기세가 강했던 팀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조금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냉철하게 짚었다.

이어 "냉정하게 저희 팀으로 봤을 때, 정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바뀌어야겠다, 아니면 선수들이 좀 더 인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이제 현장에 있는 분들한테 강력하게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라면서 "정말 말로 하는 투지가 아니라, 지면 열받고 안에서 끓어오르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두산에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확실히 두산은 악이 있던 팀이었다. 근데 지금은 그 악이 사라졌다. 그래서 제가 솔선수범하면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짜 화가 나 있는 악을 좀 보여줬으면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이날 고효준은 포효로 그 약속을 지켰다.

고효준은 "선수들을 일깨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린 선수도 있고, 고참 선수도 있겠지만, 정말 냉정하게 망각했던 부분을 일깨워주고 싶다. 떨어져 있는 부분을 끌어 올려주고 싶다. 그리고 올라갔을 때 어느 정도 자중할 줄 아는 부분도 만들어보고 싶다.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싶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말씀해주셨다. 추격조든, 중간에 나가든, 마운드에 올라가면 스스로 필승조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공 하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며 자신의 말을 맺었다.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1일 잠실 KT전에서 8회를 마무리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투수 고효준이 1일 잠실 KT전에서 8회를 마무리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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