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돋보기] 비야의 이탈…스페인 원톱 대체자는 누구?
입력 : 2012.05.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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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노리는 스페인 대표팀이 넘버원 공격수를 잃었다. 유로2008(4골)과 2010 남아공 월드컵(5골)에서 대회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었던 다비드 비야가 끝내 정강이 골절 부상의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대표팀 선발권을 포기했다.

FIFA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문가들로부터 ‘타이틀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수비의 핵 카를라스 푸욜의 부상 이탈에 이어 공격의 핵 비야까지 잃게 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 비야가 떠난 스페인 대표팀 공격진의 구성은 어떻게 될까?

델보스케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 선발한 23명의 최종 엔트리 중 최전방 공격 요원으로 3명의 선수(비야, 페르난도 토레스, 페르난도 요렌테)를 선발했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지휘한 유로2008 대회 당시에서 3명(비야, 토레스, 다니 구이사)이었다. 4-2-3-1 또는 4-1-4-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스트라이커는 3명으로 충분하다.

▲ 페르난도 토레스
지난 1년 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프로 경력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152일간 27경기 1,600분 동안 득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차례 대회에 모두 출전해 우승과정에 기여한 토레스(28세, 186cm, 첼시)의 승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델보스케 감독은 세르비아, 한국전 소집 명단에 토레스의 이름을 제외했으나 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으로 인해 휴식 시간을 추가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토레스는 첼시에서 시즌 막판 득점 감각을 회복했고, 탁월한 도움 능력을 과시했으며 FC 바르셀로나와 준결승전에는 결정적인 득점도 기록해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미 델보스케 감독은 첼시 측에 토레스의 유로2012 본선 소집에 대한 요청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레스는 아직 만 28세에 불과하지만 센추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91경기 중 64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독일과의 유로2008 결승전을 포함해 27골을 넣었다.

대표팀 승선 경쟁에서 앞선 토레스는 선발 선수 자리를 위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 토레스의 강점은 수비 배후를 파고드는 능력과 문전에서의 마무리 기술이다. 볼 점유율이 높아 밀집 수비를 상대해야 하는 스페인 대표팀이 토레스가 장점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2선에 위치한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에 신경 써야 한다.



▲ 페르난도 요렌테
아틀레틱 클럽의 사자왕 요렌테(27세, 195cm, 아틀레틱 빌바오)는 아직까지 한번도 대표팀의 주역이 되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비야의 부상과 토레스의 부진은 요렌테가 유로2012 대회를 통해 무대의 중심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요렌테는 스페인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2미터에 가까운 신장으로 제공권 장악 능력과 헤딩 득점 능력이 탁월한 요렌테는 중원에서 수 많은 패스를 주고 받는 스페인 대표팀이 상대 문전의 밀집 수비와 힘 겨루기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다. 바르셀로나는 인터 밀란과 첼시의 질식 수비에 무너졌지만 스페인 대표팀에는 요렌테라는 열쇠가 있다.

요렌테는 올시즌 유로파리그 준우승, 코파 델레이 결승 진출 과정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토너먼트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토레스에 비해 경기 감각과 최근 흐름에선 우위에 있다. 장신에도 볼 터치 및 간수 능력이 뛰어나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천재 미드필더들과 충분히 호흡할 수 있다.

20차례 A매치에서 7골을 넣은 요렌테는 2009년 잉글랜드와 친선전, 2010년 아르헨티나와 치선전에 득점하며 강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유로2012 예선전에서도 3골을 기록하며 본선 진출 과정에 기여했다. 현지 시간으로 25일에 있을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인다면 델보스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토레스와 선발 공격수 자리를 두고 경합할 것이다.

▲ 솔다도, 네그레도, 아드리안
비야의 부상 이탈로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세 명의 선수가 승선 경합을 벌인다. 헤타페와 발렌시아를 거치며 스페인 라리가 무대에서 꾸준한 득점력을 보인 발렌시아의 로베르토 솔다도(26세, 179cm, A매치 3경기 3골), 세비야의 알바로 네그레도(26세, 186cm, A매치 7경기 5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아드리안 로페스(24세, 180cm, A매치 경력 없음)가 세르비아, 한국전에 소집됐다.

델보스케 감독은 27일에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26일 세르비아전이 이들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솔다도와 네그레도는 모두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출신으로 문전에서 마무리 슈팅 능력이 뛰어난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타입이다. 상대 수비와 몸싸움 경합이 가능하고 볼 컨트롤 기술도 뛰어나다.

솔다도는 지난 2월 베네수엘라와 친선 경기에서 해트르릭을 작렬하며 스페인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라리가 무대에서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발렌시아 입단 후 두 시즌만에 공식 경기 52골을 기록했다. 네그레도는 지난해 미국과 친선 경기, 리히텐슈타인과 유로2012 예선전에 골맛을 봤다. 알메리아와 세비야를 거치며 다섯 시즌 연속으로 라리가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대표 공격수인 아드리안은 아직 A매치 경력이 없다. 하지만 솔다도와 네그레도가 토레스, 요렌테와 큰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과 달리 2선 전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 비야의 공백을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다.



▲ 라울 곤살레스
비야의 이탈로 공석이 된 등번호 7번은 스페인 축구의 영원한 전설 라울 곤살레스가 다시 입게 되리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스페인 내의 라울 골수팬들이 샬케04에서 백조의 노래를 부르며 맹활약한 라울의 대표팀 재승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만 34세의 라울은 샬케에서 보낸 두 시즌동안 98경기에서 40골을 기록하며 건재한 득점력을 보였다.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부지런히 뛰었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푸욜의 이탈 속에 라울의 가세는 대표팀의 리더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타르 알사드 입단을 확정하며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라울에게 유로2012 출전은 현역 생활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다. 델보스케 감독은 라울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바 있다. 최근 활약상을 본 뒤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102차례 A매치에서 44골을 기록한 라울은 2006년 이후 6년째 대표팀을 떠나있다. 세르비아, 한국전 명단에 빠지며 승선 가능성이 떨어졌지만 이 기간동안 솔다도, 네그레도, 아드리안이 델보스케 감독의 마음에 차지 못할 경우 라울의 깜짝 발탁 가능성은 열려있다.



▲ 가짜 9번,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다비드 실바

비야의 이탈에도 이처럼 스페인의 공격수 자원은 풍부하다. 하지만 델보스케 감독은 유로2012 본선에 단 한 명의 전문 공격수도 내세우지 않고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수 도 있다.

스페인은 어떤 팀을 만나도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팀이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중원의 정면승부를 피한다.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 많은 수의 선수를 배치하고 스페인이 허점을 노출하길 기다리며 배후 공간을 통한 역습 작전에 집중한다.

중원에서 볼을 소유해도 문전에 워낙 많은 선수가 있기 때문에 원톱 공격수는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당대 최고의 팀으로 불리던 바르셀로나도 이 같은 숙제를 풀지 못해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델보스케 감독은 이미 비야와 토레스의 공격이 차단당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모색해왔다. 요렌테 원톱을 통한 직선적인 축구를 시도해봤고, 지난해 10월 스코틀랜드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26세, 170cm, A매치 55경기 15골)를 최전방에 배치한 ‘무톱’ 전술을 시험하기도 했다.

실바는 스코틀랜드전에서 2골을 기록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부스케츠,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중원 자원이 풍부한 스페인은 최전방과 2선의 유기적인 위치 이동으로 상대 밀착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무톱’ 전술을 새로운 해법으로 여기고 있다.

‘무톱’ 전술의 최전방에 서기 위해선 문전에서 날카로운 컨트롤 기술에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에 이길 수 있는 완력, 결정적인 기회를 성공시킬 수 있는 예리한 마무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하며 피지컬 게임에 익숙한 세스크 파브레가스(25세, 179cm, A매치 63경기 8골)는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적으로 ‘가짜 9번’ 역할을 수행했고,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룬 실바 역시 델보스케 감독이 부여한 ‘가짜 9번’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두 선수는 이미 스페인의 두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실바는 유로2008 우승의 주역이었으나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 조연에 그쳐 의욕이 강하다. 파브레가스 역시 두 대회에서 모두 로테이션 멤버에 그쳤다. 이번 유로2012 대회에서 두 선수가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상대 골문을 공략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파브레가스와 실바의 존재는 스페인이 이번 대회를 통해 또 한번의 전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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