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김유민 기자= 미국 현지에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개인 팬클럽이 등장해 오라클 파크를 점령했다.

이정후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리는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부터 존재감을 내뿜었다. 이정후는 1회초 상대 선두타자 TJ 프리들의 좌중간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백핸드로 잡아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였던 로건 웹이 손가락을 치켜들며 이정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5회에도 수비 하이라이트를 한 장면 추가했다. 상대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띄운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가볍게 잡아냈다. 처음 타구가 떴을 때 타구 판단을 잘못해 스타트가 한발 늦었지만, 빠른 주력으로 만회했다.


이정후는 결정적인 순간 경기 첫 안타를 때려냈다. 상대 선발 헌터 그린이 완봉승까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둔 9회말 2아웃 상황이었다. 그린과 풀카운트 승부를 이어간 이정후는 7구째 결정구였던 바깥쪽 꽉 찬 시속 99.7마일(약 160.5km) 패스트볼을 정확히 잡아당겨 우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타구속도 시속 103.6마일(약 166.7km)의 강한 타구였다.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은 이후 맷 채프먼에게 볼넷까지 내준 그린은 결국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어지지 않으면서 샌프란시스코는 0-2 패배를 떠안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정후는 나머지 타석에서도 시속 100마일 전후의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특히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때려낸 뜬공은 MLB 30개 구장 중 19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이날 오라클 파크 관중석에는 신기한 광경이 목격됐다. 이정후를 응원하는 팬클럽이 한 구역을 차지하고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이 팬클럽의 이름은 '후리건스(HOO LEE GANS)'로 광적인 스포츠팬을 뜻하는 '훌리건'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은 불꽃 모양의 모자와 팬클럽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경기 내내 이정후를 응원했다. 심지어 그들은 인원수까지 이정후의 등번호인 51명으로 맞춰서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정후 팬클럽을 조직한 현지팬 카일은 현지 매체 '95.7 더 게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이정후를 위해 모여 같은 셔츠를 입고 가발을 썼다. 정말 천국 같은 시간이다. 그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2루타만을 때려낸다"라며 팬클럽을 조직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들은 인터뷰 이후에도 '후-리-건즈'를 외치며 응원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들을 직접 보진 못했다고 하면서도 "작년에도 조금이었지만 많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올해 돌아와서 다시 느낄 수 있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선발투수였던 웹은 "정말 대단하다. 계속 보고 있었다. 다들 노래를 배워서 관중석에서 불렀으면 좋겠다"라며 "이정후가 오기 전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이 나올 때와 비슷했다. 관중들이 '하성킴'을 외치기 시작하면 경기장이 시끄러워졌다"라며 감상평을 남겼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95.7 더 게임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