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고당도'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고당도'는 보고 나면 제목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의미는 중의적이다. 최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연출자 권용재 감독은 "부고의 고, 도달하다 당을 합쳐서 죽음에 도달한, 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실제) 부고의 고는 고향 고를 쓴다, 고향에 도달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전한 바 있다.

감독의 설명처럼 '고당도'는 현실적인 문제로 서로 등을 지고 살았던 가족이 이런저런 소동을 거치며 이해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짜 장례식'이라는 소재는 조의금을 주고받는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관객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여길만하다.

영화는 오랫동안 아버지의 간병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간호사 딸 선영(강말금 분)이 의사에게 아버지의 위독한 상황에 대해 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은 아버지의 상태. 그로 인해 오랫동안 소원했던 동생 일회(봉태규 분) 부부가 아들 동호(정순범 분)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

일회와 그의 아내 효연(장리우 분), 아들 동호는 사채 빚에 쫓겨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도 모범생인 동호는 의대에 합격하고, 고모인 선영은 이를 기특하게 여기며 축하해준다. 아버지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남매의 마음에는 슬픔이 치고 들어올 여유가 없다. 선영은 '독박 간병'으로 지친 데다 한심한 꼴의 남동생 때문에 화가 나 있고, 일회와 효연은 의대에 붙어도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된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

'고당도' 스틸 컷

그러던 중 효연이 지인들에게 보낼 부고 문자를 정리하다가 실수로 이를 보내버리고 만다. 마침 문자를 받게 된사람은 아버지의 누이동생이자, 친척 중 가장 부유한 금순 고모다. 선영과 일회는 금순 고모가 모친상 때도 거금을 투척하고 간 사실을 기억하며, 동호를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다.

아버지가 입원했던 병원의 간호사인 선영은 병원과 장례식장의 전산 시스템이 다른 점을 이용해 몰래 가짜 빈소를 차린다. 편의점 음식으로 상을 차리고, 버려진 꽃을 주워서 임시 제단을 만든다. 경비까지 속여 가며 금순고모 만을 위한 가짜 장례식을 성공리에 치른 세 사람은 고모에게 받은 천만원 때문에 안도감을 느낀다. 효연과 선영은 그 돈을 동호의 등록금으로 쓸 생각에 기쁘지만, 일회는 병원까지 쫓아온 사채업자들을 보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고당도' 스틸 컷

'고당도' 속 아직 죽지 않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매의 모습은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영화 속에서는 총 세 번의 가짜 장례식이 치러진다. 첫 번째 장례식은 다분히 블랙 코미디적이지만, 마지막의 장례식은 절박한 사건들이 이어지며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현실에는 돈 때문에 남보다 못 한 관계가 돼버리고, 급기야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가족들이 있지만, '고당도'는 지난한 소동 끝에 한 개의 감을 나눠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며 훈훈하게 끝난다.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몰입을 끈다. 냉정하고 침착한 누나 선영 역의 강말금과 문제를 더 악화하게 만드는 트러블메이커의 전형인 남동생 일호를 연기한 봉태규, 그리고 현실적이지만 인간적이기도 한 그의 아내 효연을 연기한 장리우까지. 세 사람의 앙상블이 훌륭하다. 상영 시간 88분. 오는 12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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