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으로 시한부 선고받은 명장의 마지막 꿈, '리버풀 감독'…눈물바다 된 안필드
입력 : 2025.05.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웅기 기자= "인생의 끝을 리버풀과 함께한다는 것,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없다"

스벤 예란 에릭손(76) 감독이 리버풀 사령탑 자리에 앉아 평생의 꿈을 이뤘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는 리버풀과 아약스의 '레전드 매치'가 열렸다. 리버풀은 예지 두덱, 마틴 스크르텔, 다니엘 아게르, 스티븐 제라드, 페르난도 토레스 등 추억의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제라드와 토레스의 '제토라인'이 재가동된다는 점에서 올드팬들에게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아약스 역시 라파엘 반 더 바르트, 야리 리트마넨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 결과는 4-2, 리버풀의 대역전승이었다. 리버풀은 0-2로 뒤지던 경기를 후반 그레고리 비냘, 지브릴 시세, 나빌 엘 자르, 토레스의 릴레이 골로 뒤집었다. 레전드 매치임에도 극적인 경기를 연출하는 팀 컬러에 끝없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어와 선수보다 더욱 이목이 쏠렸던 것은 바로 리버풀 '벤치'였다. 감독 자리에 위르겐 클롭이나 케니 달글리시 같은 레전드가 아닌, 단 한 번도 리버풀 감독을 맡아본 적 없었던 에릭손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전말은 이러했다. 에릭손은 지난 1월 영국 매체 'BBC'와 인터뷰를 통해 췌장암 말기 사실을 고백했다. 에릭손은 "2023년 초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을 가야 했다. 뇌졸중은 100% 나을 것이란 이야길 들었지만 치료할 수 없는 암을 발견했다"며 "길면 1년, 최악의 경우 더 짧게 살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덧붙여 에릭손은 축구인 경력 58년 동안 단 한 번도 전하지 않았던 '평생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의 꿈은 '리버풀 감독'이 되는 것. 이 소식에 리버풀 구단과 클롭이 에릭손을 직접 초청했다. '아약스와 레전드 매치를 지휘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지난 주말 그의 꿈이 인생 마지막 장에서 이뤄졌다. 경기 전 리버풀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듣는 에릭손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의 이야기를 모두가 알고 있었던 만큼 안필드의 팬들도 눈물을 지어 보였다.

경기 후 에릭손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정말 아름답다. 인생에 있어 큰 추억이 될 것"이라며 "리버풀 벤치에 앉는다는 평생의 꿈이 이뤄졌고, 나 역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잉글랜드 감독 시절에도 리버풀을 응원했지만 그때는 말할 수 없었다. 좋은 마무리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리버풀 레전드 팀의 '캡틴' 제라드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제라드는 에릭손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 주장을 맡은 연이 있었다. 그는 "에릭손이 오늘 경기에 참석해 매우 특별하다"며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다릴 수 없었다"며 에릭손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에릭손은 1990~2000년대를 대표하는 세계적 명장 중 한 명이다. IFK 예테보리, SL 벤피카, AS 로마, SS 라치오 등을 이끌며 족적을 남겼고 국내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스타 군단'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고국 스웨덴의 IF 칼스타드 포트볼 고문 및 단장으로 부임 후 지난해 건강을 이유로 사임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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