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FINAL] '철퇴왕' 김호곤, 아시아 무대 삼키다
입력 : 2012.11.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류청 기자= “울산은 너무 강했다” (분요드코르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

철퇴왕이 약속을 지켰다.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2012 AFC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컵을 들어올리겠다던 공약을 완벽하게 이행했다. 울산은 10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알 힐랄과의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2012년 아시아 최고 클럽이 됐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김 감독은 경기 기록과 우승컵으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울산은 ACL 무대에서 패배와 만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12경기에서 10승 2무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얻었다. K리그에서 처음으로 스플릿시스템을 시작하고, 주전 선수들 3~4명이 항상 대표팀에 소집되는 상황에서 거둔 쾌거다. 변수들을 완벽하게 제어했다.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리그와 FA컵 그리고 ACL을 적절히 잘 병행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가지를 선택했다. ACL이었다. 김 감독은 “리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K리그 경기 수가 많아졌다. K리그와 ACL을 병행하기는 어렵다”라며 “그래서 K리그보다는 ACL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울산은 분요드코르와의 4강 1차전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뒤 이어진 리그 두 경기에서 주전을 대거 빼는 과감한 수를 던지기도 했다. 예상보다 결과도 좋았다. 1무 1패였다. 김 감독은 리그에서의 뒤처짐은 ACL 우승컵을 차지한 후에 만회해도 된다고 봤던 것. 주전 선수들은 그 사이에 완벽하게 힘을 비축했다.

전체적으로 봐도, 김 감독은 긴 호흡으로 ACL대회 내내 선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흐름도 완벽하게 탔다. 조별리그 2, 3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이후 전승을 거뒀다. 토너먼트 라운드에서도 16강에서 가장 접전을 벌였다. 8강과 4강전에서는 상대에게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4강 상대였던 분요드코르의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은 “울산은 너무 강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장이 방향타를 잘 잡자 선원들도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끈끈해지고 강해졌다. 경기 하기 전부터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다. 2012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은 김승용은 결승전에 진출한 후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 간의 신뢰가 정말 강하다. 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결승전에 진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ACL 결승전은 내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경기다. 긴장된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겸손은 엄살이 됐다. ‘철퇴’를 든 울산 선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알 힐랄을 제압했다. 김 감독은 30년 지도자 생활에 정점을 찍었고, 울산 그리고 K리그 팬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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