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서 다시 태어난 '리마리용' 김승용
입력 : 2012.11.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류청 기자= “이제 남은 설움은 없다”

세리모니는 골을 터뜨린 선수의 특권이다.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홀로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김승용(27)은 10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알 아흘리와의 ‘2012 AFC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리마리오 춤을 췄다.

오랜만이었다. 골을 터뜨린 뒤 시원하게 세리모니를 펼친 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김승용은 박주영, 백지훈과 함께 U-20 대표팀에서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프로에 데뷔해서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FC서울에서 2004년부터 3시즌을 뛰고 동기들보다 빠르게 상무(2007~2008)에 입대했지만, 돌아온 후에는 다시 서울(2008~2009)과 전북 현대(2010)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도착한 전북에서는 고민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도 해봤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리면서 결국 5경기에 출전해 1골을 터뜨리는 데 그쳤다. 2004년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이었다. 결국 김승용은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선택한 게 일본행이었다.

김승용은 지난 2011년 감바 오사카로 이적하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28경기에 출전해 4골 5도움을 기록했다. 2012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울산으로 이적한 후에는 더 속도를 냈다. 올 시즌 31경기에 출전하며 완벽하게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3골 6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ACL 결승전에서 골과 도움을 하나씩 기록하며 화룡점정을 했다.

이날 나온 골은 의미가 깊다. 김승용은 골과 함께 설움까지 날려버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던 끈질긴 꼬리표를 떼어버린 것. 김승용은 경기가 끝난 후 한 인터뷰에서 “데뷔 할 때부터 항상 유망주였고, 기대주라고만 불렸었다. 그걸 한 번에 날려버린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단 번에 터널을 빠져 나온 것은 아니다. 김승용은 울산에 온 후 절치부심했다. 장점인 정확한 킥 능력을 더 발전시키면서 빛을 봤다. 김신욱과 이근호에게 달콤한 패스를 계속해서 넣어주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경기력은 점점 좋아졌다. 김승용이 “후반기 들어서 스스로도 킥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할 정도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다. 특히 부모님과 여자친구의 도움이 컸다. 김승용의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의 활약을 바라며 매일 새벽 절에 가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승용은 “일단 부모님께 감사 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또한 여자친구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승용은 이번 경기를 확실한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는 특별한 일을 꾸미고 있다. 파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할 생각이다. “탈색을 두 번 정도 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아직 변심의 여지는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리마리용은 터널에서 나왔다. 소년에서 남자가 된 김승용은 두 번 울지 않았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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