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헌의 나도 선수다] 제15화 -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축구화는?
입력 : 2013.06.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축구의 고수가 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목표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즐겨보시라. 그리고 대리만족을 통해 축구와 인생을 더욱 사랑하는 계기를 만들길 바란다.

축구공은 둥글고 매 경기마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된다. 그라운드에는 객관적 전력을 뒤엎을 만한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와 같은 환경적 요소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친숙하지 않은 '수중전'은 의외의 승부를 낳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선수들은 수중전을 치를 때 평상시 경기를 하는 것보다 체력적 부담을 배 이상 느끼게 된다. 축구화와 유니폼에 물기가 잔뜩 머금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은 물론 부상의 위험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수막 현상으로 공의 가속도가 붙어 볼 컨트롤이 힘들 뿐 아니라 슈팅이나 패스를 할 때 축이 되는 발의 접지력(接地力)이 떨어져 정확한 임팩트를 가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축구화 선택이다. 개인적 편차가 있지만 비에 젖어 미끄러운 그라운드에서는 SG(Soft Ground) 축구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SG(Soft Ground) 축구화는 주로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재질의 금속 스터드로 제작되며 스터드가 무겁고 높아서 땅에 깊이 박히므로 비가 젖은 잔디에서도 쉽사리 미끄러지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베른의 기적' 역시 축구화 선택에서부터 시작됐다. 서독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아다디스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아다다스의 창립자인 아디 다슬러는 길이가 다른 스쿼드(축구화 밑에 달린 뾰족한 징)를 바꿔달 수 있는 축구화를 제공한 것. 이날 경기서 서독을 당대 최강으로 불린 헝가리를 맞아 경기 초반 2실점을 내줬지만 거친 빗줄기속에서도 미끄러짐을 줄여준 아디의 축구화 덕분에 3-2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여부를 가늠할 이란전 역시 수중전이 예고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기 당일인 18일 경상북도에서 장마전선이 남하하여 오후에 경상도 전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해놓은 엄격한 경기장 표준에 맞춰 지어진 울산문수경기장의 배수시설은 최고 수준에 가깝지만 한국과 이란에게도 이번 비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최강희호는 그동안 수중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최강희호는 지금까지 두차례 수중전을 치렀다. 지난해 8월 15일 안양에서 열린 잠비아와 평가전에서도 이근호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뒀으며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두 경기 모두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SG 축구화 또는 FG와 SG 스터드가 혼합된 믹스 축구화를 다수 착용한 선수들의 준비성도 돋보였다.

반면 호랑이굴에 들어온 이란의 선택은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해 울산 현대와 2012 AFC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을 치르기 위해 울산문수경기장을 찾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은 제16호 태풍 '산바'의 북상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국내 K업체에 의뢰해 SG 축구화를 공수해왔다. 강한 전력을 갖춘 알 힐랄도 수중전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란과의 맞대결을 볼 때도 양팀 선수들의 축구화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자. 승리로 이끌 또 하나의 반전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이경헌 올댓부츠 에디터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