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풋볼스키] 홍명보가 러시아서 받은 ‘인턴 성적표’는?
입력 : 2013.06.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러시아 미녀’, ‘보드카’. 이들은 러시아를 수식하는 대표 키워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러시아 축구’다. 최근 유수의 해외 축구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출몰하지만 우리는 정작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탈코리아’가 준비했다. 매주 금요일 ‘풋볼스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의 최신 이슈와 소식을 독자에게 전한다.

“한국의 탑 플레이어였던 홍명보가 코칭스태프로 지내며 인턴생활을 할 것이다.”

러시아 프로축구 안지 마하치칼라가 지난 1월 홈페이지를 통해 홍명보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코칭스태프 합류를 알렸다. 그만큼 안지에서도 한국의 슈퍼스타 홍명보의 합류 소식은 주목 받을만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러시아 다케스탄 공화국의 작은 도시인 안지에서 인턴 생활을 한 홍명보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한국 축구계는 최강희 감독의 후임 물색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지난 20일 ‘스포탈코리아’가 협회 고위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해본 결과 홍명보 감독이 끝까지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고 있고 이에 협회의 새 감독 선임 작업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 할 수도 있다는 피드백이 나왔다.

점점 더 혼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대표팀의 후임 감독 선정. 더 이상 이 사안이 산으로 가면 안 된다. 주먹구구식 선임은 한국 축구의 해가 되고 있기에 이럴 때일수록 각 후보자들의 역량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선정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역량에 대해서 다시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는 U-20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홍명보가 감독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단 러시아 안지에서 코치생활을 했던 5개월의 행보는 빼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드는 궁금점. 홍명보 감독의 러시아 생활은 어땠을까?

홍명보의 팔로워디(follow-worthy) 리더십은? A+

지난 2월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모스크바의 디나모 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지 마하치칼라와 하노버96의 2012/2013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전에 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안지 어시스턴트 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 홍명보 감독의 첫 공식 경기였기 때문이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는 혹한 때문에 1,2월을 쉬고 3월에 다시 시작한다. 안지는 이 기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스페인에서 해외 전훈을 소화했고 그 동안 평가전만 3차례 했을 뿐, 그 어떤 공식 경기도 없었다. 이미 우리는 그 시간동안 홍명보 감독이 적응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그가 하노버와의 32강전에서 정식으로 벤치에 앉는 모습을 기대했다.

기대했던 경기는 시작됐고 우리가 마주친 장면은 뜻밖이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경기장 안에서의 홍명보 감독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홍명보가 안지에 합류한 이래 선수단의 모든 구역을 개방하고, 식사시간에도 헤드 테이블에 홍명보 감독을 앉히는 등 히딩크 감독이 홍명보 감독에게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사실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 감독을 하노버 전에서 벤치에 앉히려 했지만 팀의 단합을 중시한 홍명보 감독이 이를 거절한 것이다. 안지는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의 규모가 상당하다. 총 25명을 넘은 규모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에 대한 히딩크의 배려가 본의 아니게 다른 스태프들에게 폐를 끼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보다는 팀을 위한 홍명보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로써 우리는 홍명보가 감독의 역량 중 하나인 리더십을 갖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리더십은 리더가 스스로 주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따라갈 만하다고 판단하면 생기는 것이 리더십이다. 홍명보가 안지에서 배려를 통해 보여준 팔로워디(follow-worthy) 리더십은 추후 대표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수비조언’을 구한 카를로스가 본 홍명보는? A-

한국 축구팬들에게 안지는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히딩크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호베르트 카를로스다.

카를로스는 2011년에 러시아 안지 마하치킬라에서 선수 겸 감독대행으로 있었고 이듬해 히딩크 감독이 안지에 부임한 후에는 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도우며 경험을 쌓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터키 수페르 리그의 시바스포르의 새 감독으로 가 있는 상황이지만 홍명보가 안지에서 인턴 생활을 했을 당시에는 안지의 수석코치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직책이 수석코치다보니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동했던 홍명보와도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을 터. 이에 카를로스 전 수석 코치가 유로파리그 8강 진출이 좌절된 지난 3월 홍명보에 대한 러시아 언론 ‘싸벳스키 스뽀르뚜’와의 인터뷰에서 홍명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화제가 됐다.

당시 안지는 3월 15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원정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파피 스 시세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해 8강 진출에 실패했는데, 경기 내용으로 보면 그리 밀리는 경기가 아니였다.

이에 카를로스 전 수석코치는 “경기력도 다 좋고 수비조직력도 좋았는데 너무 아쉽다”면서 “특히 한국에서 온 홍명보 코치가 조언해준 수비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만족스럽다. 물론 공격력은 실망이었다”고 말했다.

비록 카를로스가 홍명보 감독을 평가한 대목은 ‘한국에서 온 홍명보 코치가 조언해준 수비전략이 효과를 발휘해 만족스럽다’는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어시턴트 코치, 그것도 5개월의 인턴생에게 전략적인 조언을 구했고 이를 경기에 대입, 언론에 드러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게다가 홍명보 감독의 조언이 월드컵과 같은 토너먼트 경기에서 성공의 근간이 되는 ‘수비전략’에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홍명보 감독이 수비수 출신이라 조언한 내용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 경기를 앞두고 전력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수비전략'에 홍명보 감독의 조언을 대입시켰다는 것은 평가절상 돼야 하는 부분이다.

이로써 우리는 홍명보 감독의 감독이 지녀야 하는 두 번째 역량인 ‘전술적인 이해도’가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맡게 될 경우 빠르게 돌아가는 축구판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렇듯 짧은 기간임에도 안지에서 자신이 감독의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찌 보면 대표팀 감독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요즘 일부 축구팬들이 ‘홍명보 차기 감독설’에 대한 반응을 보면 참 아쉬운 것이 많다. 많지 않은 수이지만 세월이 10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2002년 한일월드컵 감독인 히딩크의 복귀를 원하는 팬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도 이런 해바라기가 없다. 이건 마치 첫사랑의 여성만 10년째 찾고 있는 꼴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2002년을 추억하는 순정표 첫사랑을 꿈꾸는 팬들이 있다면 2002년 월드컵의 레전드이자 러시아에서 인턴 생활을 충실히 수행한 홍명보 감독은 어떨까? 아 물론 홍명보가 원하고 장기적인 집권에서의 감독 수행이 보장된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글= 김성민 기자
사진 출처= 안지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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