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심판은 카리스마 공정성 지닌 경기장 지존
입력 : 2013.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필자는 가끔 축구경기를 관람하다가 심판과 선수들이 판정에 대해 시비를 가리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다. 이런 일은 비단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거칠게 항의하는 선수들의 마음속에 심판이란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98년 유럽 유소년 축구경기에서 목격한 일화를 소개해 보면 이렇다.

마침 유럽출장 길에 ‘유소년 축구 9세 경기’를 볼 기회가 있었다. 시간이 되자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던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를 받은 후 경기장 중앙으로 모였다. 같은 구(區)에 있는 클럽의 선수들의 방문 리그경기였다. 그들은 한 사람씩 심판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스파이크의 이상 유무를 심판에게 확인시킨 후 악수로 인사를 대신하고 상대방 선수와도 인사를 나눴다. 최소한의 경기장 모습을 갖춘 약식경기였지만 나에게는 그런 모습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심판 역시 선수들을 진지하게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프로축구 말고는 리그경기가 없을 때였고 ‘유소년 9세 지역 리그’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필자는 몇 가지 느낀 바가 있었다. 첫째는 심판이 장차 미래에 성인축구를 이끌 저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존재로 마음속에 새겨져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심판이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런 생각을 한 까닭은 선수들에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심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경기는 잘 진행이 되었고 범칙을 한 선수는 예외 없이 심판이 부르면 다가가 뒷짐을 진 채로 공손하게 주의나 경고를 들었다. 경기를 떠나 심판과 선수와의 관계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유소년이기는 하지만 심판은 절대적이었고 선수들은 이의를 제기함 없이 경기를 마쳤다.

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마음으로부터 심판의 판정에 복종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가히 우리나라의 프로 수준을 능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대들거나 돌아서서 험한 말을 내뱉는 선수가 종종 눈에 띠던 시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심판의 판정이 팀의 로비에 의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도 만약 어렸을 적부터 심판 자격을 갖춘 이가 경기를 관장했더라면 심판에 대한 불신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섰다. 자격미달의 심판이 경기를 주관한 것이 판정 잘못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은 성인이 되어서도 심판을 믿지 못하게 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물론 지금은 자격을 갖춘 심판이 공식 경기의 심판을 맡아 보고 있지만 아직도 얼마간의 세월이 더 지나야 심판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바로 잡힐 듯하다. 외견으로는 심판 판정에 복종하지만 마음속으로도 복종하고 있는가 하는 것 역시 의문이다.

심판은 말할 것도 없이 축구경기에서 최고의 카리스마와 공정성을 지닌 경기장의 지존이어야 한다. 그의 말은 추상과 같아 한 번 결정하면 선수와 선수단은 절대 복종하고 따라야 한다.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경기가 끝나고도 판정에 대해 불만스러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심판의 자질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상대 팀과 심판이 특수한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뒤따르도록 하게 한다.

필자는 이런 일이 어렸을 적의 심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올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니 유소년 경기부터 자격과 인격을 갖춘 심판이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12세 이전에 배운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잘 인지하고 인정한다는 것이 심리학자의 의견이고 보면 유소년기의 심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심판능력과 그들의 판정이 공정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판정 논란과 팀과의 결탁여부가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심도 축구경기의 일부’라는 유명한 말이 생겨났지만 그것은 부끄러운 이야기다. 그런 말은 선수는 심판의 판정에 늘 복종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지각 있는 선수의 말일 뿐이다.

심판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주는 안도감을 생각하기 전에 오심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로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오심은 경기 전체를 망치게 되어 관중에게 실망을 안기게 된다. 그러므로 심판들 역시 공부를 하고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공과 근접거리에서 판정을 하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의심 받을 만한 판정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전력이 있는 심판이라면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심적으로 거부하게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심판이 배정되었을 때부터 이미 불리한 경기라고 여기게 되니 판정에 대해 복종하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이제는 축구강국답게 판정의 공정성과 함께 진심으로 복종하는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때다. 이 일은 말할 것도 없이 축구계 모두의 숙제이며 당사자인 심판의 분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순서다.

최호택(S&P 대표)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