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위대했던 맨유, 진짜 시련은 이제부터다
입력 : 2014.04.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매트 버스비와 알렉스 퍼거슨 등 전임 감독들이 수십년 동안 구축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여전하다. 상업적인 면에서 전세계 최고의 브랜드 메이킹에 성공해 온 클럽이다. 물론 박지성이 한 때 뛰었던 클럽이었던 잔상이 강한 탓이지만 한국에서 '맨유 엠블럼'이 프린팅된 학용품까지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맨유는 모처럼 '올드 트라포드 극장'을 연출하며 극적으로 합류했던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서 탈락했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순위마저 중위권 박스에 갇히면서 다음 시즌 UCL 진출 가능성마저 희박해졌다. '빅클럽=UCL 참가팀'이라는 암묵적 공식처럼, 맨유가 빅클럽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여름부터 리빌딩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클래스급 영입 쉽지 않아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먼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원하는 클래스의 선수들을 영입해야 하는데, UCL 진출 가능성이 거의 없는 클럽에 명성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특별한 조건'이 없는 한 오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같은 연봉을 받는다면 지방 소재의 팀보다 수도권 팀을 선호하는 K리그의 현실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모예스 감독과 CEO 에드워드 우드워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명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이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 영입한 선수라고는 마루아네 펠라이니와 후안 마타뿐이었다. 현재 맨유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마르코 로이스, 바이에른 뮌헨의 토니 크로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케 등의 영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변죽만 두드리는 단계'로 보인다.

타 클럽에게도 매력적인 카드인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 특별한 조건이라는 것이 '돈'이다. 맨유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소속 클럽을 떠나는 데 수반되는 '위험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 수당이란 이들이 기존 소속 클럽의 '고급 라벨'을 떼고 UCL에 언제 진출할 지 모르는 클럽으로 오는 데 대한 '위로금'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야야 투레 등을 영입할 때 타 클럽의 제안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주급을 제시한 것처럼 말이다.

맨유가 아무리 많은 현금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선수들을 원하는 수만큼 영입하기 어려운 한 가지 제약 조건이 있다. UEFA가 시행하고 있는 FFP룰 때문이다. 유럽 축구 클럽들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2011년 6월부터 시행된 이 룰은 특정 금액(4,500만 유로)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UEFA가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피해서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스폰서들의 압박

맨유가 빅클럽으로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청난 숫자의 글로벌 기업들의 스폰서십이 있었다. 맨유는 현재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중동에 걸쳐 약 35개의 팀 스폰서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팀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스폰서 규모다. 이들로부터 연간 벌어들이는 고정적인 수입만 1억 3,000만 파운드(약 2,257억 원)에 달한다. 나이키와의 연간 계약 규모는 2,400만 파운드(약 416억 원)에 달하고 지금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맨유가 다음 시즌 UCL 진출에 실패하고 당분간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받지 않고 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거대 스폰서들의 후원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퍼슬로우 전 리버풀 이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맨유는 스폰서 수입 규모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한다"며 "챔피언스리그에 못 나가는 게 여러 해 반복된다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 해 못 나간다고 해서 스폰서들이 계약 규모를 줄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 끌날 즈음에도 이번 시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스폰서 기업들의 압박 강도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될 것이다. 맨유는 퍼거슨이 처음 부임하던 시절의 맨유와 달리 수많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비지니스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면 되는 '단순한' 축구 클럽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을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홍보해줘야 하는 '값비싼' 홍보 채널인 것이다.



이적 시장에 '올인'해야 하는 모예스

일생일대 처음으로 명문 클럽의 감독을 맡아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예스 감독으로서는 이번 여름 선수 영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퍼거슨의 진정한 후계자로 안착하느냐, 정권 교체 과도기를 스쳐가는 한 명의 감독으로 잊혀지느냐가 달려 있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지금까지 선수 영입에 대해 큰 소리를 쳐왔지만 손에 쥔 결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현실을 보면 자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언론에서는 "맨유 경영진이 네덜란드 축구 감독 루이스 판 할을 만나 모예스 후임 의사를 타진했다", "퍼거슨이 모예스의 후임을 물색할 때까지 임시 감독직을 맡는다"는 등의 루머로 거의 매일 모예스를 압박한다. 시즌 랭킹 4위 마무리를 위한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눈 앞에 닥친 리그 경기에 전념해야 하는 현실에서도 언론을 통한 감독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맨유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발언처럼 모예스 감독이 맨유에서 롱런을 꿈꾼다면 무게 중심을 선수 영입에 실어야 할 지 모른다. 맨유 CEO가 뮌헨에 남아 크로스의 영입을 직접 챙긴다는 외신처럼 경영진마저 선수 영입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모예스 감독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기획취재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