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돋보기] ‘12호 도움’ 파브레가스, '후배' 윌셔가 넘을 수 없는 이유
입력 : 2014.12.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지우 인턴기자= ‘패스 마스터’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가 보여주는 도움 기록은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리그 16경기 만에 12도움을 기록했다. 골보다 도움을 기록하는 것이 어렵다고 볼 때 이는 정말 놀라운 수치다.

파브레가스의 올시즌 도움 기록은 ‘아스널 후배’ 잭 윌셔가 프로 통산 기록한 도움보다도 많다. 이를 단순히 도움 수치의 차이로 보면 안 된다. 두 선수와 아스널의 현재를 말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003년 아스널에 입단한 파브레가스는 주장까지 역임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을 대표하는 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패싱력과 공수 조율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스타성까지 갖춰 아스널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렸던 선수가 바로 파브레가스다. 그러나 파브레가스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 지친 파브레가스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지난 2011년 여름 자신을 키워준 ‘친정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선배’ 파브레가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후배’가 잭 윌셔다. 윌셔는 파브레가스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패싱력과 타고난 축구 센스를 겸비했다. 조금씩 출전 횟수를 늘러가면서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아스널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가 아스널 시절에 보였던 존재감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파브레가스가 없는 아스널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윌셔가 없는 아스널은 상상할 수 있다. 여기에는 윌셔의 잦은 부상도 한 몫을 했다.

뱀의 머리였던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 이적 이후 용의 꼬리가 됐다. 리오넬 메시,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 이니에스타 등 내노라하는 스타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의 꼬리는 파브레가스에게 어울리는 이름표가 아니었다. 이에 파브레가스는 새로운 전환점을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EPL 복귀를 추진했다.

파브레가스가 EPL로 돌아올 경우 아스널측에 우선 협상권이 있었다. 그러나 파브레가스 영입에 대한 ‘스승’ 아르센 웽거 감독의 대답은 “No”였다. 이미 아스널에는 잭 윌셔, 메수트 외질 등 중원에 좋은 자원이 많이 있어 파브레가스가 불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파브레가스는 ‘빨간 유니폼’ 대신 첼시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16라운드가 끝난 현재 벌써 12도움을 기록 중이다. 윌셔가 리그 95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기록한 11도움을 한 시즌만으로 넘겨버린 것이다.

첼시는 이런 파브레가스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반면 아스널은 기복있는 경기력으로 리그 6위에 머물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팀 동료들의 활약 차이도 분명 존재하다. 그러나 파브레가스의 유무 차이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아스널 팬들 입장에서는 웽거 감독의 판단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아직 윌셔는 파브레가스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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