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고척] 김동윤 기자=2015년 더스틴 니퍼트(39, 은퇴)는 3위로 가을 야구에 합류한 두산 베어스를 이끌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5년 뒤, 모처럼 3위로 가을 야구에 합류한 두산 베어스에 크리스 플렉센(26, 두산 베어스)이 나타나 니퍼트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은 11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2 진땀승을 거뒀다. 9회 초 대타 김인태의 결승타도 빛났지만, 이 날 경기 MVP는 7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았던 플렉센에게 돌아갔다. 지난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 11탈삼진으로 승리 투수 및 경기 MVP가 됐던 플렉센은 2경기 연속 경기 MVP에 선정됐다.
불과 세 달 전만 해도 플렉센에게서 이런 모습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올해 KBO 리그에 입성한 플렉센은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7월까지 12경기 평균자책점 3.80으로 평범했다. 그러던 중 타구에 맞아 두 달 가량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9월 초 KT전에서 복귀하면서 차츰 폼을 끌어올렸다. 이닝을 늘려가며 가을 야구에 대비하던 플렉센은 본격적인 포스트시즌 철이 되자 '가을 사나이'의 향기를 풍겼다. 10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5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도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 기록을 세우면서 KBO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플렉센의 올해 행보를 두고, 2015년 두산의 극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니퍼트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두산에서 활약했던 니퍼트는 2012, 2013년에는 두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실패를 맛본 후 2015년 본인의 힘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니퍼트도 정규 시즌 16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썩 좋진 않았지만,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10월 2일 KIA전)에서 6이닝 1실점 11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뒤이어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 6탈삼진으로 예열을 마쳤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본격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한 니퍼트는 1차전에서 9이닝 6탈삼진 완봉승, 4차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 6탈삼진으로 2승째를 따내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이후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 1승 0패, 9.1이닝 무실점 호투로 두산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니느님'으로 올라섰다.
올해 플렉센은 5년 전 니퍼트의 뒤를 따르려 한다
플렉센도 이러한 니퍼트의 무용담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니퍼트는 두산 측 시구자로 초청됐고, 선발 투수였던 플렉센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니퍼트를 처음 본 소감으로 "그의 업적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살아있는 전설과 마주해 영광이었다"고 밝혔던 플렉센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도 니퍼트에 대한 경외심을 가감 없이 나타냈다.
5년 전 니퍼트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플렉센은 "그렇게 얘기해줘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니퍼트를 따라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겸손함을 나타낸 플렉센은 "하지만 던지는 날에 최선을 다하고,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가 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할 뜻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