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인터뷰] ‘마지막 90분’ 병장 강윤성, 권창훈, 김지현, 이영재, “우리도 이등병 때 캄캄했어”
입력 : 2023.05.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김천] 이현민 기자= 말년병장 강윤성, 권창훈, 김지현, 이영재가 정든 김천상무를 떠난다.

김천은 21일 오후 6시 30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충북청주와 하나원큐 K리그2 2023 14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현재 김천은 7승 2무 3패 승점 23점으로 3위에 올라 있다. 1위 김포FC(승점26), 2위 FC안양(승점24)과 치열한 선두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날 김천은 ‘5기’인 강윤성, 권창훈, 김지현, 이영재의 전역 기념 홈경기를 준비했다. 네 선수의 전역일은 6월 26일이다. 이번 충주전이 김천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이후 말년 휴가를 떠난다.

부상을 입은 권창훈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는 오늘 그라운드를 누빈다.

충주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군생활 소감과 앞으로 각자 소속팀에서 포부를 밝혔다.

■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강윤성 :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국군체육부대에 감사하다. 이곳에서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김천 상무를 가슴에 안고 가겠다.

권창훈 :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마지막까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아쉽다. 동기 세 명이 오늘 경기에서 부상 없이 잘 마쳤으면 좋겠다. 남은 선수들도 금방 시간이 간다. 아프지 않고 군생활을 했으면 한다.

김지현 : 시즌 중간에 가서 아쉽다. 오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이영재 : 오늘이 김천에서 마지막 경기다. 전역이 한 달 남았지만, 아직 믿기지 않는다. 짧았던 것 같으면서도 길었다. 웃으면서 전역하도록 잘 마무리하겠다.

■ 이등병 때 경기장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린 느낌과 오늘 버스 내렸을 때 느낌을 떠올린다면?
강윤성 : 이등병 때 네 명 모두 입꼬리가 내려가 있었다. 오늘은 얼굴만 봐도 입꼬리가 올라가있다. 기분 좋은 하루다. 얼굴도 하얗다. 이제 90분 남았다. 최선을 다해 뛰겠다.

권창훈 : 이등병 때 기억이 안 난다. 눈을 감고 있었다. 오늘 버스에서 내렸을 때 기분은 그냥 편안했다. 나는 오늘 경기를 하지 않는다. 나머지 세 명이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김지현 : 이등병 때 생각하면 앞이 캄캄했다. 그때 전역하는 선임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전역할까 생각했다. 지금 든 생각이 내 차례가 오긴 오는구나 싶다. 후임들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니까 자기할 일 묵묵히 하면 좋은날 올 것이다.

이영재 : 아무생각 없던 막내 기수였다. 가장 많이 군복무가 남은 선수였다. 그때 생각하면 전역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를 뛴다는 것에 감사했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니, 버스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심정은 예전과 달리 설렘 가득이었다. 전역하면 섭섭할 줄 알았는데, 막상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이제 적응하고 정도 들었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나가는 입장으로서 경기장에 왔을 때 행복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출근길이었다.

■ 김천에 와서 얻은 게 있다면?
강윤성 : 당연히 축구적으로 얻는 게 있지만, 축구 외적인 면을 떠나서 삶에 대한 감사함을 가져간다.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속팀처럼 스트레스 안 받아서 즐길 수 있었다. 나가서도 스트레스 받을 일 있으면 군 시절을 떠올리겠다. 초등학교 때처럼 열심히하겠다.

권창훈 : 좋은 동료들을 얻어서 간다. 어디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돼 행복하다. 좋은 사람들이고 기억에 남는다.

김지현 : 든든한 전우를 얻었다. 축구적으로 1년 6개월 동안 스스로 다양한 시도와 도전도 많이 해봤다. 깨달은 것도 많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명확하게, 조금이나마 답을 찾았다.

이영재 : 군대를 오면 많은 선수가 입대하다 보니 아무리 전우라도 뭉치기 쉽지 않은데 우리 기수는 누구하나 빠짐없이 모나지 않고 네 명이서 똘똘 뭉쳤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입대 전에는 내가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야 겠다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서 왜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 많이 변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운동도 이전보다 많이 했다. 전우들한테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 지난주에 원두재 일병이 김지현 병장에게 밖은 많이 추울 것 같다며 복무 연장을 권했는데?
김지현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코웃음). 앞이 보이지 않을 텐데...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아서, 힘내라고 하고 싶다. 밖이 추운 게 아니라 너무 덥다. 울산에 가서 잘할 생각이다.

■ 각자 소속팀에서 포부가 궁금하다.
강윤성 : 제주는 윙백이 좋은 팀이다. 입대 전에 안현범, 정우재 선수가 있었다. 당시 넘지 못할 산이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김천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제주 경기를 챙겨보고 있는데 해당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실력을 갖고 경쟁에서 이겨내 주전으로 뛰는 게 목표다.

권창훈 : (거취)아직 정확히 말씀드릴 게 없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하지 않을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



김지현 : 일단 들어가면 워낙 쟁쟁한 선수가 많다. 주민규 형, 마틴 아담도 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나는 당연히 경쟁을 하겠지만, 두 선수의 장점을 배울 생각이다. 박주영 형도 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걸 얻겠다.

이영재 : 현재 수원FC는 경기력이 떨어져있고, 순위도 좋지 않다. 내가 수원FC에서 부상을 당했을 때 팀이 좋지 않았다. 복귀해서 흐름이 좋아졌다. 내 덕이라는 것이 아니다. 합류한 시기에 팀이 좋아졌다. 기대하시는 것만큼 모든 분이 정말 이영재가 합류해서 팀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도록 연구하겠다.

■ 군생활 잘했으면 하는 후임이 있다면?
김지현 : 다 안타깝고요... (원)두재와 같은 팀에 있었는데 군생활을 잘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이영재 : 강현무(GK)가 아침점호를 힘들어한다. 나와 창훈이처럼 나이를 다 채우고 와서 힘들 텐데 응원하고 싶다.

강윤성 : 막내 기수 97년생들이 같은 또래다. 내가 1년 먼저 나가니 매일 놀린다. 표정이 어둡다. 부러운 마음 있을 텐데, 파이팅 했으면 한다.

권창훈 : 그래도 애들이 생각보다 밝아서 안심이 된다. 부대 안에서 본인들이 다 어떻게 지내야 이 공간에서 행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잘 터득하고 있다. 걱정이 안 된다. 다 잘할 것이다.

■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지현 : 경기가 끝나고 복귀하면 방에 모여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시간 보내는 게 가장 좋았다.

권창훈 : 네 명이서 한 경기를 같이 뛰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윤성과 김지현은 컨트롤 하기가 좀... 나이에 비해 맞춰주기 힘들었다(웃음).

강윤성 : 주어진 운동 시간 맞춰서 다 같이 가방을 메고 운동장으로 걸어갈 때 행복했다.

이영재 : 우리 기수끼리 진급할 때마다 일병, 상병 때 누군가 골 넣으면 작대기 세리머니를 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다. 누군가 골을 넣으면 작대기 네 개를 가리키며 병장 사진 남기고 싶었는데, 권창훈 병장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힘들었던 기억은 12월에 우리 셋은 훈련소를 가고, 강윤성은 부대에 남아 휴가를 나갔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웃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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