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U-19 스타 문창진, ''난 원래 결승전 킬러''
입력 : 2012.11.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문창진(19, 포항)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이 낳은 최고 스타다. 한국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로 8년 만의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고비마다 그의 활약이 빛났다. 조별리그 3차전부터 결승전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연속으로 골을 넣었다. 모두 환상적인 기술과 결정력이 어우러진 장면들이었다.

자고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로 떠날 때만 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지만 우승컵을 들고 개선할 때는 팬클럽까지 등장했다. 인천공항에 진치고 있던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축구하길 잘 했구나"라는 생각에 더 큰 욕심이 생겼다. 내년 터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파넨카킥? PK 피하고 싶었죠"
문창진은 이번 대회에서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한 유일한 공격수다. 거의 매 경기 공격 진영의 조합의 바뀌었어도 문창진만큼은 자리를 지켰다. 이광종 감독이 선발라인업을 짤 때 가장 먼저 이름을 적어넣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는 핵심 공격수라는 의미다. 최전방 김현(전북)을 살릴 수 있는 조력자이자 탁월한 공격 센스와 결정력을 갖추고 있어 유능한 자원이었다.

진가는 조별리그 3차전이었던 중국전에서부터 드러났다. 경기가 '0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후반 34분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리고 왼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첫 두 경기에서 부진했어요.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죠. 중국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어깨에 있던 짐을 내려놓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잘 풀릴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한 번 터진 후에는 연속골 행진이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는 골키퍼와 수비수 네 명을 농락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골을 추가했다. 골키퍼 정면을 향해 찍어차는 파넨카킥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대망의 결승전에서는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다시 만난 이라크에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47분)에 상대 진영에서 흘러나온 볼을 잡아 그대로 골을 성공시켰다. 문창진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이라크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득점 장면마다 그의 장점이 드러났다. 수비수들을 추풍낙엽처럼 흔들어버린 여유로운 움직임과 능숙한 볼 터치, 골키퍼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담대함, 공간을 파고드는 시야와 침투 능력, 모든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살아있는 투지와 골 감각까지. 사실 문창진도 까다롭게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지목됐을 때다. "초등학교 때부터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에는 안나섰어요. 그런 긴장감을 견디기가 힘들거든요. 혹 넣지 못하면 또 압박감이 생기니까요. 앞 경기에서 현이가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의 모습도 봤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어요." "4강전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을 때도 안 차고 싶어서 감독님 눈을 피하고 있었어요. 감독님이 저를 지목하는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었죠. 그런데 볼을 갖다 놓을 때 보니 골키퍼가 나와서 쳐다보더라구요. 이 골키퍼는 무조건 막으려고 미리 뜨겠다 싶었죠. 그래서 가운데로 찍어버렸어요."



결승전 '올킬', 해결사 기질 타고났다?
문창진이 기록한 골은 모두 순도가 높았다. 승부와 직결되는 골들이었다. 따지고 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포철중, 포철공고 시절에도 결승전처럼 비중있는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거나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많다. "제가 '결승전의 킬러'인 것 같아요.(웃음) 이번 결승전에서도 애들한테 '중학교, 고등학교 때 결승전에서 한 건씩 했다. 오늘도 왠지 한 건 할 것 같다'고 주문처럼 말했는데 진짜로 해내 기뻤죠."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해결사 기질은 타고난 것일까. 문창진은 '자신감'을 그 원천이라고 소개했다.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뛰어요. 자신감이 있어야 생각하는대로 플레이를 할 수 있거든요. 겁을 먹으면 갖고 있는 능력도 제대로 못 보여주잖아요." 이는 다시 기본기와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볼을 뺏기지 않고 키핑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상대의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원하는 공간 혹은 동료에게 패스를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자유자재로 볼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경기와 그 흐름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진다. "광양제철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할 때 김정혁 선생님(목포시청 감독)이 기본기랑 기술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운동장에서 볼을 잡는 순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에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라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 게임짜리' 선수라는 한계에 갇힐 수 있다. 문창진은 체력에 자신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모든 경기를 거의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중학교 때부터 체력을 잘 다져놓은 덕이다. 흥미로운 것은 포철중 시절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가 최문식 감독(U-17대표팀 감독)이라는 사실이다.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지만 체력 문제로 종종 논란이 됐던 아픔을 제자만큼은 반복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때는 체력 훈련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축구선수한테는 체력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뛰면서도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U-20 월드컵, 4강 이상 목표"
AFC U-19 챔피언십을 통해 스타가 된 선수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름 앞에 '축구천재'라는 수식어를 단 선수만 해도 수십 명이다. 이른 나이에 스타덤에 오른 그들 중 다수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축구화를 벗기도 했다. 다행히 문창진은 온통 자신을 치켜세우는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들뜨지 않았다. 벌써부터 침착하게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다. "제가 벌써부터 이 자리에 만족하면 되나요. 갈 길이 더 있고, 올라갈 산이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당장은 프로 선수로 자리를 잡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이번 시즌 포항에 신인으로 입단했지만 재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K리그 3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출장 시간을 모두 합쳐도 20분이 채 안된다. 내심 이번 시즌 신인왕을 목표로 호기를 부렸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다. "신인왕은 놓쳤지만 내년에는 베스트일레븐에 들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을 드리고 싶어요. K리그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공격포인트도 많이 쌓고 싶고요." 새내기의 조급함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이는 역시 선배들이다. 황진성, 신광훈, 신진호 등 포철공고 출신 선배들이 특히 잘 챙겨준다. "형들은 게임을 뛰든 안뛰든 실망하지 말고 멀리 보고 운동하라는 조언들을 해주시죠. 저도 형들 경기하는 걸 하나하나 잘 보고 배우려고요."

팀내 베스트 멤버로의 진입과 함께 내년 U-20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혹은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우승을 하고 보니 더 큰 자신감이 생겨요. 그렇다고 자만하는 건 아니에요. 월드컵에서 유럽이나 남미 최고의 팀과 부딪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계에서 제일 잘 한다는 또래 선수들이 모여 뛰는 자리니까 더 좋고 설레는 마음이에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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