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강판 그 순간' 무엇이 그를 멈칫거리게 만들었나
입력 : 2025.04.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광주=김우종 기자]
KIA 타이거즈 양현종(왼쪽에서 두 번째)이 17일 광주 KT전에서 6회 강판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양현종(왼쪽에서 두 번째)이 17일 광주 KT전에서 6회 강판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의 심장' 양현종(37)은 좀처럼 마운드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17일 광주 KT-KIA전. 이날 KIA 선발 투수는 양현종이었다. 1회를 무실점으로 잘 넘긴 양현종은 2회 황재균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뒤 3회에는 김민혁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점수는 0-3이 됐다.

그래도 양현종은 양현종이었다. 4회 1사 2, 3루 위기에서는 로하스를 헛스윙 삼진, 허경민을 2루수 뜬공으로 각각 솎아내며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5회에는 1사 후 강백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장성우를 유격수 뜬공 처리한 뒤 황재균 타석 때 강백호를 견제사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의 클래스가 빛난 견제구 하나였다.

KIA는 5회말 2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2-3으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6회초에도 양현종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좌중간 안타를 헌납한 뒤 장준원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투구 수는 84개. 이때 정재훈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정 코치는 두 손으로 양현종의 양쪽 어깨를 동시에 툭 두드려 줬다. 멈칫하며 쉽게 공을 넘기지 못했던 양현종이 그제야 공을 손에서 놓았다. 교체였다. 하지만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양현종은 글러브에서 뺀 손을 허리춤에 갖다 댄 채 좀처럼 마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우두커니 선 채로 정 코치를 다시 한번 쳐다본 양현종. 그런 양현종의 등을 정 코치가 재차 두드리며 위로했다. 마운드에서 시간이 잠시 흘러갔다. 얼마 후 양현종은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을 더그아웃 쪽으로 옮겼다. 그런 양현종을 향해 KIA 팬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날 그의 성적은 5⅓이닝(총 84구) 9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 그야말로 숱한 위기 속에서 꾸역꾸역 관록으로 막아낸 양현종이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투수. KBO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국가대표로도 헌신하며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던 양현종. 그런 그의 나이도 어느덧 37세가 됐다. 예전 같으면 양현종을 믿고 더 길게 맡길 법도 했지만, 사령탑은 냉철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 시즌 양현종에 대해 "마운드에 올라가면 6이닝 3실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2점을 줄 때도 있고, 4점을 줄 때고 있을 것이다. 투수가 매번 뭐 잘 던질 수는 없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 정도를 생각하고, 불펜을 준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양현종은 이 감독의 계산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잘 던져준 셈이다.

KIA는 6회말 1점을 뽑으며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8회 1점을 더 내주긴 했지만, 9회말 나성범이 끝내기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이 감독은 "경기를 포기할 수 없어서 한 점 뒤진 상황에서도 마무리 정해영을 투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집중해주면서 극적인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정해영이 실점하지 않으면서 막아준 게 끝내기 승리까지 이어졌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한승택이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나성범이 주장답게 결정적인 찬스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주면서 팀에 승리를 안겨줬다.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함께 해준 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잠실에서도 좋은 경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양현종 역시 잊지 않고 있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의 구위와 제구가 조금씩 본인의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종이한테는 미안하지만 2점을 따라붙은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하게 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고뇌가 느껴지는, 쉽지 않은 선택. 오로지 팀만 바라보고 내린 결단이었다.

양현종은 KBO 리그 개인 통산 179승 121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 중이다. 이제 다음 등판에서 다시 대망의 180승 달성에 도전한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광주=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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