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쿠, 계륵에서 복덩이로… 강원 잔류 일등공신
입력 : 2012.1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어제는 계륵, 오늘은 복덩이다. 포항에서 강원으로 임대된 지쿠(29) 이야기다. 사상 첫 강등전쟁에서 강원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도왔다.

강원의 김학범 감독은 28일 성남과의 K리그 43라운드에서 K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승리를 이끈 후 "웨슬리, 지쿠, 자크미치가 한국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잘 따라줬다"며 외국인 선수들을 칭찬했다. 특히 지쿠에 대해서는 "큰 무대에 있어봤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 업다운제의 분위기를 잘 알려줬다"며 설득력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국가대표 출신의 지쿠는 세계적인 명문 인터밀란, 디나모 부큐레슈티, CSKA 소피아 등에서 활약했다. 유럽을 주 무대로 뛰었던 만큼 승강제의 치열한 분위기와 강등팀의 비애를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처음으로 강등 시스템을 도입한 K리그에서는 실감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이를 직시하게 만든 이가 지쿠였다.

김 감독은 "지쿠가 선수들에게 '2부리그로 떨어지면 너희들은 다 헐값에 팔려가고 실력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분위기를 알려줬다. 선수들이 지쿠를 잘 따랐다"며 고마워했다.

성남전에서 선발 출전한 지쿠는 이날 대기 멤버로 있던 김은중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뛰었다. 경기의 중요성과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에게 보내는 감독의 믿음이었다. 성남전에서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몇 차례 결정적인 패스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그리고 전반 43분 백종환의 선제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K리그 잔류에 공을 세웠다.

지쿠는 지난 7월 강원으로 임돼된 후 반전스토리를 썼다. 강원에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자신감을 얻은 그는 8월 26일 전남전에서 2골을 뽑아낸 것을 시작으로 43라운드까지 11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다.

다만 K리그와의 인연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임대 신분인 그는 원칙적으로 포항에 복귀해야 한다. 포항에는 그가 설 자리가 없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강원 잔류를 확신할 수도 없다. 강원이 지쿠의 고액 연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은 "돌아가는 게 기본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미래를)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복덩이 같은 선수를 잘 데려다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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