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학범, 잔류 확정 축제날에 쓴소리…왜?
입력 : 2012.1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28일 성남과 강원의 K리그 43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탄천종합운동장. 강원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와~'하는 함성이 먼저 터진 쪽은 강원 벤치였다.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강원 선수들은 그제야 얼싸안고 강등 전쟁에서 탈출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서포터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 선수단은 어깨동무한 채 껑충껑충 뛰면서 1부리그 잔류의 기쁨을 공유했다. 우승보다 더 짜릿하고 극적인 드라마가 축제로 완결되는 장이었다.

강원은 언제부터 잔류를 확신했나?
성남-강원전은 전남-대전, 대구-광주 경기보다 30분 늦게 킥오프했다. 광주가 대구에 0-2로 패하면서 대전은 전남에 1-3으로 크게 지고도 살아남았지만, 강원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일렀다. 성남과 비기거나 패하면 마지막 라운드까지 승부를 끌고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전반 43분 백종환의 선제골로 앞서나가고도 안심할 수 없었던 이유는 성남의 반격이 매서웠기 때문이다.

강원은 언제부터 잔류를 확신할 수 있었을까. 김학범 감독은 "나도 후반 30분이 됐을 때 (대구 상황이)2-0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 하프타임에도 선수들은 타 구장 상황을 모른채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그런 걸 알면 집중이 안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후반 막바지에야 몇몇 선수들에게 타 구장 상황을 귀띔했다. 자칫 방심하거나 흥분해 일을 그르칠까 염려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강원은 수 차례의 고비를 넘긴 끝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탄천운동장은 김학범 편?
이날 경기는 김학범 감독에게 특별했다. 2008년 성남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4년 만의 귀환이었다. 그 사이 변화라면 홈팀이 아닌 원정팀 수장으로 벤치에 앉는 것이었다. 탄천 복귀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얻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성남은 고향 같은 팀이다. 11년을 여기서 보냈고 우승컵도 많이 들어봤다. 이 운동장에서 좋은 추억이 많다. 우승도 많이 했다. 탄천에서는 많이 지지 않았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또 "감독은 현장에서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랑 함께 지내고 소리지르는 게 천직이다"라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잔류 확정 후 쓴소리, 왜?
축제날이라고 해서 마냥 기뻐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학범 감독은 잔류 확정 후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뒤 작심한 듯 구단주를 향해 쓴소리했다. 강등 전쟁보다 더 힘든 것은 도민구단의 정체성을 흔드는 무관심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 중 사장이 사퇴하고 월급이 체불된 상황에서 선수들을 끌어가는 게 힘들었다. 강원도민축구단인데 구단주가 해결방법을 내놓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어 "조금만 나서서 정리해주면 이 팀이 이렇게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수수방관했다는 것은 구단주로 책임감도,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장 새 시즌 준비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내년에는 2개 팀 이상 강등권에 놓인다. 김 감독은 "내년엔 더 어렵다. 그래서 시급하다. 이 팀이 그냥 연명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된다"면서 "시도민구단은 눈 깜짝하는 새 (2부리그로)내려갈 수도 있다. 어떡하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강원도의 책임감있는 운영 계획과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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