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러시아 미녀’, ‘보드카’. 이들은 러시아를 수식하는 대표 키워드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러시아 축구’다. 최근 유수의 해외 축구 언론을 통해 러시아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출몰하지만 우리는 정작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스포탈코리아’가 준비했다. 매주 금요일 ‘풋볼스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의 최신 이슈와 소식을 독자에게 전한다.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미스김 사용설명서'가 등장한다.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의 근무 조건과 상태를 명시한 '미스김 사용설명서'에 시청자들은 절대 공감하면서, 수많은 패러디물이 만들어졌다.
이를 헐크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헐크가 제니트의 핵심 전력이지만 항상 팀을 떠나, 비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만약 헐크의 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또 이후에도 제니트가 헐크를 잡아 최선의 손익계산서를 얻기 위해, 설명서 수정 조항을 넣는다면 무엇이 들어 가야할까. 이에 기자가 헐크의 근무 형태를 다시 규정해본 '헐크 사용설명서'를 제니트에 추천한다.
▶제 주 중목은 '측면 공격수'인데 말입니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가졌다. 우람한 덩치에도 순간 가속도가 엄청나다. 그러다보니 헐크의 돌파에 상대팀 수비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센터링도 비교적 정확해 최전방 공격수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한다. 헐크가 측면 공격수로 ‘딱’인 이유다.
이렇듯 좋은 역량을 지닌 헐크가 제니트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니트에서 아직도 자기 포지션을 찾아 해매고 있기 때문이다. 2012/2013 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가 출전한 경기수는 총 18경기. 그 18경기 중 그가 소화한 포지션은 다양하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8회, 최전방 스트라이커 5회, 왼쪽 측면 공격수로 3회,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2회.
아직도 헐크는 갓 프로 선수가 된 선수마냥 제니트에서 자신에 맞는 옷을 찾아 헤맨다. 선수에게 정확한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 감독의 문제가 제일 큰듯하나 제니트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할 말은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 12월 러시아 최대의 스포츠 언론 ‘싸벳스키 스뽀르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훈련할 때 보면 헐크에게 딱 맞는 포지션을 정해주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최전방에 세워도 잘하고 측면 공격수로 기용해도 다 잘한다. 도저히 답을 못 내리겠다.”
스팔레티 감독도 헐크의 사용법에 아리송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멀리 한국에서 헐크의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본 기자가 감히 조언을 해보겠다. 기자의 조언은 이렇다. “헐크는 측면 공격수가 딱이다. 헐크의 최대 강점은 순간 가속도와 엄청난 몸싸움 능력이다.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수비수 뒤의 공간이 어느 정도 주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것이 더 맞다. 이미 제니트에는 골 결정력이 탁월한(경기당 0.8골) 케르자코프는 스트라이커가 있지 않느냐? 게다가 아르샤빈까지 복귀했으니 헐크와 아르샤빈이 양쪽 측면에서 흔들어주면 당신네는 최강의 팀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자가 제 아무리 경기를 매일 챙겨본다 해도, 가까이서 선수를 지켜보고 탁월한 능력까지 갖춘 스팔레티 감독의 눈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아직도 스팔레티 감독이 헐크의 포지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기자의 제안도 한번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정 믿을 수 없다면 스팔레팅 감독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얼마 전 브라질의 우승으로 끝난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를 챙겨보시길 바란다. 특히 오른쪽 측면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던 헐크의 모습을 말이다.”
▶사용설명서 경고 조항은 '외부 활동 방전 위험'
헐크는 말 그대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재충전이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축구선수에게 '경기 휴식=충전'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기 감각 유지를 최우선시 해야 하는 축구 선수에게 이는 죽으라는 소리와 진배없다.
문제는 헐크가 경기외의 일들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헐크가 지난 시즌 소화한 리그 경기는 18경기. ‘570억 원(추정치)’이라는 이적료를 들여 데려온 주축 선수 치고 너무나 적은 경기 수다.
이유는 이랬다. 헐크가 제니트에서 벌인 과한 외부활동때문이었다.
헐크는 입단했을 때부터 과대평가된 몸값으로 제니트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헐크가 제니트로 이적할 당시 정확한 이적료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4,000만 유로(약 570억 원)로 추정되고 있다. 아스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로빈 판페르시(30)의 이적료가 3,000만 유로(약 421억 원)임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게다가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은 제니트팬들에게는 헐크의 ‘검은 얼굴’도 마냥 반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헐크의 영입으로 또 다른 도약을 노렸던 제니트의 의도와 다른 행보가 이어지자 제니트는 비책을 마련한다. 헐크를 제니트의 홍보대사로 임명해 제니트 팬들에게 호감을 사게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제니트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의회와 봉사 활동 협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당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의회는 소외 계층 봉사활동 시행 및 유소년 축구 교실을 운영했다. 이에 시의회는 제니트의 대표로 헐크를 평일에는 소외 계층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주말에는 유소년 축구 교실의 강사로 활동하길 요구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행사 일정이 제니트의 경기 일정과 겹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했고(총 6회 경기 불참), 제니트는 시의회와 맺은 상호 협약을 파기 할 수 없었기에 헐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경기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풀리지 않는 동서고금의 문제가 있다. 축구판으로 따지자면 마케팅이 먼저냐 팀 성적이 우선이냐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적어도 선수에게 있어서 그 어떤 외부활동보다 ‘경기 출전’이 우선시돼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제니트는 헐크 사용법을 잘 못 알아도 한참 잘 못 안 것 같다.
이쯤해서 제니트에게 추천할 만한 ‘헐크 사용설명서’에 대해서 정리해보자. ‘미스김’ 식으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 '유색인종 헐크입니다만, 불필요한 이미지 개선으로 경기에 못 나갈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 ‘축구판은 전쟁터입니다. 어설프게 두 마리 토끼 안 쫓습니다.'라는 전제하에 '경기 중엔 내가 잘 할 수 있는 측면 공격수로 출전‘, '필요이상의 외부 활동을 자제한 체력 충전' 등이 반드시 헐크의 미래 사용설명서엔 담겨야 할 듯하다.
글=김성민 기자
사진=ⓒBen Queenborough/BPI/스포탈코리아
그래픽=김재원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미스김 사용설명서'가 등장한다.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의 근무 조건과 상태를 명시한 '미스김 사용설명서'에 시청자들은 절대 공감하면서, 수많은 패러디물이 만들어졌다.
이를 헐크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헐크가 제니트의 핵심 전력이지만 항상 팀을 떠나, 비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만약 헐크의 사용설명서가 있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또 이후에도 제니트가 헐크를 잡아 최선의 손익계산서를 얻기 위해, 설명서 수정 조항을 넣는다면 무엇이 들어 가야할까. 이에 기자가 헐크의 근무 형태를 다시 규정해본 '헐크 사용설명서'를 제니트에 추천한다.
▶제 주 중목은 '측면 공격수'인데 말입니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가졌다. 우람한 덩치에도 순간 가속도가 엄청나다. 그러다보니 헐크의 돌파에 상대팀 수비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센터링도 비교적 정확해 최전방 공격수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한다. 헐크가 측면 공격수로 ‘딱’인 이유다.
이렇듯 좋은 역량을 지닌 헐크가 제니트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니트에서 아직도 자기 포지션을 찾아 해매고 있기 때문이다. 2012/2013 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가 출전한 경기수는 총 18경기. 그 18경기 중 그가 소화한 포지션은 다양하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8회, 최전방 스트라이커 5회, 왼쪽 측면 공격수로 3회,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2회.
아직도 헐크는 갓 프로 선수가 된 선수마냥 제니트에서 자신에 맞는 옷을 찾아 헤맨다. 선수에게 정확한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 감독의 문제가 제일 큰듯하나 제니트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할 말은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 12월 러시아 최대의 스포츠 언론 ‘싸벳스키 스뽀르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훈련할 때 보면 헐크에게 딱 맞는 포지션을 정해주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최전방에 세워도 잘하고 측면 공격수로 기용해도 다 잘한다. 도저히 답을 못 내리겠다.”
스팔레티 감독도 헐크의 사용법에 아리송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멀리 한국에서 헐크의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본 기자가 감히 조언을 해보겠다. 기자의 조언은 이렇다. “헐크는 측면 공격수가 딱이다. 헐크의 최대 강점은 순간 가속도와 엄청난 몸싸움 능력이다. 이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수비수 뒤의 공간이 어느 정도 주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것이 더 맞다. 이미 제니트에는 골 결정력이 탁월한(경기당 0.8골) 케르자코프는 스트라이커가 있지 않느냐? 게다가 아르샤빈까지 복귀했으니 헐크와 아르샤빈이 양쪽 측면에서 흔들어주면 당신네는 최강의 팀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자가 제 아무리 경기를 매일 챙겨본다 해도, 가까이서 선수를 지켜보고 탁월한 능력까지 갖춘 스팔레티 감독의 눈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아직도 스팔레티 감독이 헐크의 포지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기자의 제안도 한번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정 믿을 수 없다면 스팔레팅 감독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얼마 전 브라질의 우승으로 끝난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를 챙겨보시길 바란다. 특히 오른쪽 측면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던 헐크의 모습을 말이다.”
▶사용설명서 경고 조항은 '외부 활동 방전 위험'
헐크는 말 그대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재충전이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축구선수에게 '경기 휴식=충전'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기 감각 유지를 최우선시 해야 하는 축구 선수에게 이는 죽으라는 소리와 진배없다.
문제는 헐크가 경기외의 일들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헐크가 지난 시즌 소화한 리그 경기는 18경기. ‘570억 원(추정치)’이라는 이적료를 들여 데려온 주축 선수 치고 너무나 적은 경기 수다.
이유는 이랬다. 헐크가 제니트에서 벌인 과한 외부활동때문이었다.
헐크는 입단했을 때부터 과대평가된 몸값으로 제니트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헐크가 제니트로 이적할 당시 정확한 이적료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4,000만 유로(약 570억 원)로 추정되고 있다. 아스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로빈 판페르시(30)의 이적료가 3,000만 유로(약 421억 원)임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게다가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은 제니트팬들에게는 헐크의 ‘검은 얼굴’도 마냥 반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헐크의 영입으로 또 다른 도약을 노렸던 제니트의 의도와 다른 행보가 이어지자 제니트는 비책을 마련한다. 헐크를 제니트의 홍보대사로 임명해 제니트 팬들에게 호감을 사게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제니트가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의회와 봉사 활동 협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당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시의회는 소외 계층 봉사활동 시행 및 유소년 축구 교실을 운영했다. 이에 시의회는 제니트의 대표로 헐크를 평일에는 소외 계층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주말에는 유소년 축구 교실의 강사로 활동하길 요구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행사 일정이 제니트의 경기 일정과 겹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했고(총 6회 경기 불참), 제니트는 시의회와 맺은 상호 협약을 파기 할 수 없었기에 헐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경기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풀리지 않는 동서고금의 문제가 있다. 축구판으로 따지자면 마케팅이 먼저냐 팀 성적이 우선이냐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적어도 선수에게 있어서 그 어떤 외부활동보다 ‘경기 출전’이 우선시돼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제니트는 헐크 사용법을 잘 못 알아도 한참 잘 못 안 것 같다.
이쯤해서 제니트에게 추천할 만한 ‘헐크 사용설명서’에 대해서 정리해보자. ‘미스김’ 식으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 '유색인종 헐크입니다만, 불필요한 이미지 개선으로 경기에 못 나갈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 ‘축구판은 전쟁터입니다. 어설프게 두 마리 토끼 안 쫓습니다.'라는 전제하에 '경기 중엔 내가 잘 할 수 있는 측면 공격수로 출전‘, '필요이상의 외부 활동을 자제한 체력 충전' 등이 반드시 헐크의 미래 사용설명서엔 담겨야 할 듯하다.
글=김성민 기자
사진=ⓒBen Queenborough/BPI/스포탈코리아
그래픽=김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