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트로피를 들어 올릴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이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지휘하는 나폴리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이 나폴리로 올 수 있다는 이례적인 소문이 돌고 있다. 현재 나폴리는 흐비차 크바라첼리아의 대체자를 물색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여러 후보가 있으며 손흥민 영입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나폴리는 올 시즌 콘테 감독과 함께 세리에 A 1위를 질주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리그 21경기에서 16승 2무 3패(승점 50)를 거두며 한 경기 덜 치른 인터 밀란(승점 47)보다 근소하게 앞서 있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김민재와 우승했던 2022-2023시즌 이후 2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것도 꿈이 아니다.
다만 최근 흐비차가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면서 측면 공격에 공백이 생겼다. 흐비차는 이번 시즌에도 리그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나폴리 공격을 이끌었지만, 옵션 포함 최대 6700만 파운드(약 1190억 원)의 이적료를 남기고 PSG 유니폼을 입었다. 콘테 감독도 이미 마음이 떠난 그를 붙잡지 않고 놓아주기로 택했다.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선 흐비차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나폴리. 콘테 감독은 2년 전까지 함께했던 손흥민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콘테 감독의 지도 아래 프리미어리그(PL) 23골을 터트리며 아시아 최초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손흥민을 영입해 선수단을 보강하려는 콘테 감독이다.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는 "콘테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 시점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전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즉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단을 원한다. 이 팀을 구성하는 데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가 원했던 선수가 모두 합류하지는 않았다. 콘테는 이 점을 구단에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흐비차가 매각되면서 나폴리 선수단의 가치와 퀄리티가 엄청나게 떨어졌다. 이제 콘테는 지금까지 해온 길을 계속 가기 위해 대형 영입을 원한다"라며 "나폴리는 이적시장에서 흐비차를 손흥민으로 대체하려는 '미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들은 최대한 빨리 흐비차를 대신할 공격수를 찾기 위해 여러 선수를 노리고 있다. 흐비차는 팀과 콘테에게 많은 의미를 갖는 선수였으며 콘테 본인도 그가 없길 바라진 않았을 거다. 지금은 적절한 대체자를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콘테 감독은 2021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토트넘을 지휘하며 손흥민과 연을 맺었다. 두 번째 시즌은 손흥민에게 많은 수비적 부담을 지우면서 최악의 결과를 낳았지만, 첫 시즌은 완벽했다. 토트넘은 후반기 들어 연승을 달리면서 극적으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손흥민도 23골 7도움을 터트리며 PL 골든 부트를 거머쥐었다.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는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에서 콘테의 지도를 받았으며 2021-2022시즌에는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따라서 둘의 접촉이 손흥민에게 어느 정도 환영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짚었다.
특히 콘테 감독은 이전부터 미래가 유망한 젊은 선수보다는 이미 증명된 베테랑 자원을 선호하기로 유명했다.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는 "콘테는 나폴리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된 선수를 원한다. 그는 성장해야 하고 거의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젊은 선수는 원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득점왕으로 만들었던 손흥민을 원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매체는 "이제 나폴리는 손흥민이라는 미친 아이디어를 공개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콘테의 꿈이다"라며 "나폴리 역시 흐비차 판매 이후 손흥민을 노리고 있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이래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팀은 더 이상 교체 선수가 없고, 챔피언십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짚었다.
게다가 토트넘은 PL 15위까지 내려앉으며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이적을 택할 수 있다는 것.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는 "손흥민의 나폴리 이적은 불가능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현재 32세이며 2026년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된다. 저주받은 시즌을 고려하면 확실한 변화를 위해 당장 작별인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적료와 연봉도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토트넘은 손흥민의 이적료로 3000만 유로(약 448억 원)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의 급여도 나폴리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는 아니다. 그는 토트넘에서 한 시즌에 650만 유로(약 97억 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나폴리는 몇 주 전 흐비차에게 했던 것과 매우 비슷한 제안으로 그를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콘테는 손흥민의 실력을 보증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달 초 토트넘과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원래 계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토트넘 측에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 주장 손흥민을 자유 계약(FA) 이적으로 놓칠 가능성을 없앤 것. 실제로 바르셀로나가 손흥민 영입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이적료가 필요해진 만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다만 손흥민의 토트넘에서 장기적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토트넘이 단순한 1년 연장 옵션만 활성화한 만큼 당장 1년 뒤면 똑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ESPN'도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은 새로운 장기 계약을 희망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단순히 구단이 보유한 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양측 사이에 긴장감이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을 향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리그 19경기에서 6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마무리 능력이나 경기 영향력 측면에서 지난 시즌보다 부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브렌트포드 감독이었던 마틴 앨런은 "손흥민은 토트넘의 환상적인 선수였으며 모든 팀의 팬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에너지와 속도가 예전 같지 못하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토트넘이 그를 판매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손흥민은 아마도 1000만 파운드(약 180억 원)에서 1500만 파운드(약 270억 원) 정도의 선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손흥민은 토트넘 팬들에게 욕설까지 들었다. 지난 19일 토트넘이 에버튼에 2-3으로 패하자 토트넘 팬들이 자리한 원정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주장답게 망설이든 동료들을 데리고 팬들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연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욕설이었다. 손흥민은 다른 선수들이 떠난 뒤에도 끝까지 홀로 남아 사과했지만, 토트넘 팬들은 "재수 없는 XX!"라는 구호를 반복할 뿐이었다. 결국 손흥민도 몇 차례 더 박수를 친 뒤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갔다.
심지어 손흥민 대신 2007년생 마이키 무어를 선발로 써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TBR 풋볼'에 따르면 몇몇 토트넘 팬들은 최근 에버튼전 패배 이후 "무어가 선발로 나서야 한다. 그는 손흥민보다 더 많은 걸 제공한다", "무어는 캡틴의 재목이다. 지금 당장 그에게 완장을 줘라. 솔직히 손흥민보다 낫다", "손흥민은 물러나야 한다. 감독은 그가 주장이기 때문에 그를 버리고 무어를 쓰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이적을 요청해도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토트넘 뉴스'는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이 올 시즌 받은 대접 이후 이적을 추진해도 놀라선 안 된다"라며 "손흥민은 구디슨 파크에서 욕설을 들은 뒤 '토트넘 지옥'을 탈출할 수 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이 포스테코글루를 경질하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이는 손흥민이 새로운 미래를 찾게 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토트넘이 강등권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팬들이 충분히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스타 선수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떠날 수도 있다. 손흥민은 거의 10년 동안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기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헌신해 왔다.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손흥민이 원정 팬들을 위로하려 한 모든 노력은 잊힌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토트넘 팬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본 만큼 손흥민이 떠나도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토트넘 뉴스는 "많은 팬들은 손흥민이 새로운 계약 연장 후 며칠 만에 이적 요청을 제출해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게 한번 사라지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곧 그 순간이 다가올 수도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도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손흥민의 나폴리 이적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매체는 "손흥민은 지난 수년간 끝없는 사랑을 받았지만, 그에게 종말을 선언하기 시작한 토트넘 팬들의 표적이 됐다. 그들은 이번 시즌 결정적인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거듭해서 손흥민 판매를 요구했다"라고 덧붙였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SG, ESPN, 토트넘, 울티메 칼치오 나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