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엄살이 심해졌어” vs 최용수 “다 보고 배운거죠”
입력 : 2012.09.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윤진만 기자= 승강제가 실시되면서 감독간 정이 사라졌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울산 김호곤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은 냉철한 승부에서 훈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보는 사람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26일 울산-서울간 36라운드를 앞두고 두 감독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기 관전포인트, 변수, 향후 일정 등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경기 전 감독 인터뷰 시간이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7’처럼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리로 변했다. 선두 서울과 3위 울산이 각각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위해 승점 획득에 사활을 거는 시점이지만, 경기 전 경기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다.

먼저 김호곤 감독이 연세대 시절 제자였던 최용수 감독의 최근 활약상을 호평하면서 추억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는 “코치들하고 함께 연구도 많이 하는 모양이다. 잘하고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대학 시절 종종 도망다니던 선수가 제법 감독답게 변한 것이 기특한 모양이다. “가끔 전화와서 지도법에 대해 묻는다. 아마 요새 감독일이 많이 힘들다는 걸 느끼는 것 같다. 감독일이 보통이 아니다”라고 옛 제자의 심경을 이해했다. 이어 “엄살도 많이 세졌다. 능구렁이가 다 됐다”라고 눙을 치면서 “힘들 때는 앞만 보고 돌진하는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이 나만큼 감독 생활을 하려면 앞으로 20년이나 남았다”라고 덕담도 건넸다.

취재진이 최 감독에게 김 감독의 일부 발언을 미끼로 던졌다. 그는 덥석 물었다. “엄살은 다 감독님께 배운 것이다. 그걸 모르셨나보다”라고 아이처럼 개구지게 웃었다. 이야기하면서도 시선은 축구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는 김호곤 감독을 떠나지 않았다. 목소리 톤, 볼륨도 낮췄다. “크게 못 웃겠다”라며 김 감독 눈치를 봤다. 하지만 평소 호탕한 성격답게 작은 목소리로 할 말은 다 했다. “내가 대학 때 도망을 정말 많이 갔다. 그때마다 김 감독님이 제자리에 되돌려놓으시면서 축구복을 입히셨다”라고 회상하며 “지금도 존경심은 늘 갖고 있지만 나도 서울 감독으로 할 일은 해야 한다”라고 이날 90분의 경기에서만큼은 승리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

경기는 서울이 2-1로 승리했다. 최 감독은 종료 휘슬이 올리고 코치들과 얼싸 안으며 승리를 기뻐했다. 그 다음 김 감독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내심 지도자로 훌쩍 커버려 자신을 위협하는 최 감독이 기특했을 것 같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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