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의 월드사커] 분노에 찬 브라질 시민들…''월드컵? 개나 줘버려''
입력 : 2013.06.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사각의 운동장에서 작은 공 하나를 갖고 펼쳐지는 축구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가장 으뜸의 만국소통체다. 오바마는 몰라도 호날두는 아는 게 바로 축구의 힘이다. 그런 게 참 드문데, 축구가 그렇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두원의 월드사커를 통해 무엇이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브라질의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병원과 학교다."

"이럴바엔 월드컵을 포기하자."

역시 축구에 대한 애정이 아무리 특별하다 한들 배고픔을 앞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이 개막 1년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큰 암초를 만났다. 브라질에서는 현재 각 대륙별 챔피언들이 참가하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현지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하다. 월드컵 준비에만 혈안이 된 채 교육, 의료 등 서민들을 위한 공공 서비스 부문 투자를 소홀히 한 정부를 질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월드컵 개최 1년을 앞두고 브라질에 잠재해 있는 문제들은 제법 많고 심각하다. 한 번이라도 브라질에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지적이다. 부자들이야 물가가 오르든 말든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브라질은 정말 살기 팍팍한 나라다.

의료 지원 역시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의료 수준을 자랑함에도 서민들은 병원 한 번 가기가 힘들다. 입원비나 수술비 등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가난한 이는 아프더라도 수술은 꿈도 못 꾼다.

워낙 낙천적인 민족이기에 지금까진 이러한 빈부격차 문제가 크게 대두되진 않았지만 이번엔 좀 분위기가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호나우두는 시민들의 시위에 대해 "월드컵은 병원이 아니라 경기장이 있어야 치를 수 있는 대회"고 말하며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 건설과 인프라 개선에 약 300억 헤알(약 15조 5,000억 원)을 투자했다. 엄청난 돈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사실이건 아니건 분명 예산을 부풀려 공무원들이 자기 뱃속을 채웠을 것이라는 불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병원과 학교를 더 지어도 모자랄 판에 그 돈을 월드컵에만 쏟아 붓고 있으니 아무리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 수준도 최악이다. 지난해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교육환경은 조사 대상이었던 전체 40개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39위를 기록했다. 교사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고, 학생 4명 중 1명은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브라질에서 교육은 여전히 상류층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 악화에 이런 모든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 월드컵을 앞두고 폭발한 셈이 됐다. 이번 시위는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가운데 브라질 축구 스타들도 속속 정부와 FIFA에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물론 호나우두와 펠레는 아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던 호마리우는 2014년 월드컵에서 발생할 FIFA의 수익금에 대해 브라질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브라질의 대통령은 바로 FIFA"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970년대 브라질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지쿠는 "브라질 국민들에게 월드컵은 멀리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눈은 지금 월드컵에 대한 과다 지출, 정부의 부패, 투명성 부족 등에 쏠려 있다"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치안 수준이 2010년 월드컵이 치러졌던 남아프리카공화국만큼이나 불안한 가운데 반월드컵 감정이 더 해진 시위까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독일과 잉글랜드, 일본, 미국 등이 브라질을 대신 월드컵 대체 개최를 원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물론 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다른 곳에서 대체 개최를 해 봤자 흥행과 수익 면에서 좋을 게 없는 FIFA가 이를 부인하며 브라질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브라질이나 FIFA의 말마따나 어떻게든 월드컵은 내년 브라질에서 치러지겠지만 대회를 마칠 때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글=이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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