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못 찾은 로저스, '제로톱-쓰리백' 씁쓸한 실패
입력 : 2014.12.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인턴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공격진 재편과 수비진 안정을 위해 변화를 꾀했던 브랜단 로저스 감독이 해법을 찾지 못했다.

로저스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서 ‘최대 라이벌’ 맨유에 0-3으로 패배했다.

최근 경질설까지 대두되면서 위기에 몰린 로저스 감독은 맨유 전을 통해 두 가지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


[스털링 활용한 ‘제로톱’ 시스템 가동]




로저스 감독은 먼저 마리오 발로텔리와 리키 램버트 등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형적인 공격수를 투입하지 않고 ‘제로톱’ 시스템을 가동했다. EPL 2골 만을 합작하고 있는 공격진을 대신하는 일종의 ‘고육책(苦肉策)’이었다.

빠른 선수들을 전방에 두고 단단하지 않은 맨유 수비진의 뒷 공간을 노리는 발상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드리블러’ 유형만 있었던 리버풀 공격은 단순하고 과부하가 걸리기 쉬웠다. 효과적인 빠른 역습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한 지공(遲攻)도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몸으로 버티면서 동료들이 전진할 시간을 벌어주거나 수비진의 눈을 현혹시키며 다른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전형적인 공격수의 부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리버풀은 분명 3골 차 완패를 당했지만 승리할 수 있는 수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드리블이나 크로스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라힘 스털링에게 좋은 결정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양 팀의 슈팅 수를 비교해봐도 리버풀(19회)이 맨유(11회)보다 많았다. 그러나 걸출한 공격수가 많았던 맨유에게 승리가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스털링은 세 차례 정도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었다. 해당 장면들에서 모두 유효슈팅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스털링의 슈팅을 비롯한 수많은 선방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침착하지 못한 스털링의 실수도 있었다.

전반 11분 쿠티뉴의 침투 패스를 받아 데 헤아의 정면으로 기회를 날린 스털링은 전반 22분 재치 넘치는 드리블에 이은 슈팅이 데 헤아의 선방으로 다시 한 번 골 찬스를 놓쳤다.

이어 후반 5분 조니 에반스의 치명적인 실수를 틈타 데 헤아와 완벽한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스스로 유리한 각을 줄여버리면서 골을 놓치고 말았다. 스털링은 세 차례 슈팅 모두 자신의 주발이 아닌 왼발로 시도했다. 두 차례는 어쩔 수 없었지만 후반 초반 나온 기회에서는 충분히 유리한 각도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스털링이 골 찬스를 놓치는 동안 맨유는 꾸준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리버풀을 점점 궁지에 몰아넣었다.


[쓰리백 전환, 결정적인 패인 - 존슨, 로브렌, 헨더슨]




로저스 감독은 제로톱 뿐만 아니라 쓰리백 전술을 선택하며 변화를 꾀했다. 위력적인 맨유의 투톱을 견제하려는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의 활용은 아쉬웠다.

일단 쓰리백의 한 자리에 풀백 자원인 글렌 존슨을 투입한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왜 기존 중앙 수비수 자원인 콜로 투레를 투입하지 않고 존슨을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두었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 전술적 경향이 포백에 맞춰지면서 기존 중앙 수비수들도 쓰리백으로서의 움직임에 생소함을 느낀다. 차라리 조던 헨더슨이나 조 앨런 중 한 명을 빼고 존슨을 오른쪽 윙백으로 투입했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경기력이 나왔을지 모른다. 게다가 존슨은 전반 25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되어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게다가 똑같이 쓰리백으로 나온 맨유보다 공을 다루는 기술 자체도 투박해 로저스 감독이 추구하는 높은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데 실패했다. 전방부터 압박해 들어오는 맨유 공격진에 당황한 리버풀 수비수들은 원활한 볼 배급에 실패했다.

또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받고 있는 로브렌은 클리어링 실수로 판 페르시의 추가골에 빌미를 주면서 팀 패배를 확정지었다.

측면 윙백을 맡은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와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원래 쓰리백이 조직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으면 측면 쪽에서 위기를 맞기 쉽다. 왼쪽 알베르토 모레노와 오른쪽 조던 헨더슨 모두 포지션 이해도에서 문제를 나타내며 공·수 모든 면에서 원활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날 맨유의 윙백으로 출전해 도움 한 개씩을 기록한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에슐리 영과 큰 대조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전술적인 부분에 강점을 보이는 로저스 감독은 팀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공·수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로저스 감독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선수들, 포지션에 알맞지 않은 선수들을 투입했던 점과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로저스 감독에겐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되고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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