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하프타임] 무리뉴의 우승 법칙과 UTU, EPL은 과학이다?
입력 : 2014.12.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어느덧 2014/2015 시즌도 절반이 지나갔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의 치열한 선두 경쟁. 명가 재건을 선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Big4'의 아성에 명함을 내민 사우샘프턴까지. 축구공은 둥글었고 매 경기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자 그럼 <스포탈코리아>와 함께 다사다난했던 2014/201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전반전을 되돌아보자.

'전년도 1위=우승' 무리뉴의 법칙, 또 다시 통할까?

올 시즌 EPL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첼시다. 스페인 무대에서 '세스코'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디에고 코스타를 수입한 첼시는 에당 아자르, 네마냐 마티치, 존 테리의 물오른 경기력까지 맞물리면서 EPL 무대를 박멸하고 있다. 비록 지난 6일 뉴캐슬에게 덜미를 잡히며 개막 이후 지켜오던 무패 행진이 중단됐지만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14승 4무 1패 승점 46점을 챙기는 과정에서 41골 14실점이라는 경이로운 행보를 보여줬다.

2위 맨시티의 추격이 껄끄럽지만 첼시가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주제 무리뉴 감독의 존재감 때문이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는 동안 전년 1위로 마무리한 7시즌에서 단 한번도 리그 우승컵을 놓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리그 3위, 챔피언스리그 4강에 그치며 단 한 개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내년 1월 돌입하는 FA컵까지 포함하면 최대 4관왕까지 도전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의 조용한 추격

첼시의 거침없는 질주를 조용히 따라잡고 팀은 바로 2위 맨시티다. 지난 시즌 우승팀 맨시티의 출발을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 주춤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지만 야야 투레의 기량 회복과 다비드 실바의 부상 복귀를 시작으로 7연승을 질주했다. 19라운드 번리전 2-2 무승부만 아니었더라면 승점 1점차로 전반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기회는 많다. 리그 득점 선두 세르히오 아게로(14골)도 머지않아 돌아오지 않는가. 누군가 말했듯이 야구는 9회말 2아웃, 축구는 후반전부터라고 했다.

과학의 'UTU',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

'올라갈 팀은 결국 올라간다'는 세간의 말을 입증하듯 올 시즌 EPL 랭킹 테이블도 과거의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리그 7위를 차지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낸 맨유는 판 할 감독의 부임과 함께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디 마리아, 팔카오, 루크 쇼, 안데르 에레라, 달레이 블린트, 마르코스 로호 등 새로운 별들로 올드 트라포드를 수놓은 맨유는 시즌 초반 부진과 부상 악몽에 시달렸지만 최근 9경기에서 7승 2무를 거두는 기염을 토하며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웨인 루니의 미드필더 기용이 주효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과 아시아컵 차출로 인한 전력 누수도 없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UEFA 챔피언스리그 불참과 캐피탈원컵 탈락으로 인해 경기 일정도 타팀보다 여유롭다는 것도 장점이 아닌 장점이다.

아스널과 리버풀은 살인적인 일정의 박싱 데이(Boxing Day)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았다. 아스널은 18라운드 QPR전에서 승리 한 후 19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도 승점을 챙겼다. 현재 아스널은 9승 6무 4패 승점 33점으로 4위 사우샘프턴에 득실차로 뒤진 5위에 올랐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패(3승 1무). 진돗개 못지 않은 귀소본능이다. 아스널은 1998/1999 시즌부터 16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올 시즌에도 챔스 DNA에는 꿈틀거리고 있다. 리버풀의 기세도 무섭다.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 현재 8승 4무 7패(승점 28)를 기록 중인 리버풀은 리그 8위로 도약하며 4위 사우스햄턴(승점 33)과 승점 차를 5로 줄였다.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루이스 수아레스의 공백이 큰 듯 했지만 스털링의 개인 전술을 극대화시킨 3-4-3 포메이션으로 새로운 재미를 보고 있다.

슈나이덜린 있다 없으니까, '수상한 4위' 사우샘프턴

올 시즌 개막 전 사우샘프턴에 대한 시선은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지배적이었다. 사우샘스턴은 루크 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칼럼 챔버스(아스널), 리키 램버트, 아담 랄라나, 데얀 로브렌(리버풀)을 이적시키며 총 97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1635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거머쥐었다. 이는 지난 여름 시장 유럽 클럽 선수 이적 수입 순위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팀의 부활을 이끈 코르테세 회장이 카타리나 리베르 구단주와의 갈등 끝에 사임했고 그가 영입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시즌 종료와 함께 팀을 떠났다. 여기에 리베르 구단주가 팀을 매각한다는 소문가 나돌자 잉글랜드 현지 언론은 사우스햄튼의 '엑소더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셀링 클럽'으로 전락할 것 같았던 사우샘프턴은 변화를 기회로 만들었다. 간판 미드필더 모르강 슈나이덜린과 간판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스를 토트넘의 러브콜에서 지켜냈으며 그라지아노 펠레(전 페예노르트), 두산 타디치(트벤테)를 영입했다. 또한 첼시에서 라이언 버틀랜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알더바이렐트를 임대로 데려왔다. 그 결과 공중 분해될 것 같았던 사우샘프턴은 공중 부양(리그 4위)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사우샘프턴의 악몽은 모르강 슈나이덜린의 공백과 동시에 시작됐다. 맨시티와의 13라운드 경기서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하던 슈나이덜린이 하프타임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오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내리 3실점 하고 말았다. 이후 슈나이덜린이 결장한 3경기서도 모두 분루를 삼켰다. 그런데 슈나이덜린이 복귀하자 다시 1승 1무를 거두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문제는 4위권 수성이 달린 아스널과의 새해 첫 일전. 아스널과의 승점 차는 없다. 득실차에서 17:11로 앞설 뿐이다. 중요한 승부처이지만 사우샘프턴은 첼시전(1-1 무)에서 승리의 초대장을 잃어버렸다. 이날 경기서 슈나이덜린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슈나이덜린이 빠지면 경기력이 코스피지수처럼 크게 요동치는 사우샘프턴의 입장에선 가장 쫄깃한 승부처가 아닐 수 없다.

하위권은 데스노트 집필 중? 인생은 파듀처럼
전반기를 넘기지 못한 채 무려 2명의 사령탑이 경질됐다. 시즌 초 크리스탈팰리스를 지휘봉을 잡은 닐 워녹 감독은 리그 18위라는 부진한 성적표와 함께 팀을 떠나야 했고,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언의 앨런 어빈 감독 역시 16위라는 하위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사표를 썼다. 이밖에도 13위 애스턴 빌라의 폴 램퍼트 감독(리그 최소 득점), 막대한 투자에도 17위에 머무른 헐시티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 역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경질될 것 같았던 뉴캐슬의 앨런 파듀 감독은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파듀 감독은 시즌 초반의 최악의 부진을 딛고 11월에 열린 4경기에서만 3연승(리버풀-웨스트 브로 알비온-퀸즈 파크 레인저스)을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 6일에는 리그 선두 첼시의 무패행진을 저지하는 대형사건까지 터트렸다. 뉴캐슬은 파듀 감독의 지도력에 힘입어 7승 5무 7패 10위로 나름 순항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인생은 파듀처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마냥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아낌없이 주는 파브레가스와 너무 아낀 발로텔리 그리고 '깜짝 흥행' 오스틴파워

EPL 전반기 최고의 선수를 손꼽는다면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가 있다.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 총 61번의 득점 찬스를 연출했다. 2위 스튜어트 다우닝(웨스트햄)의 54번의 기록보다 7개나 더 많으며 경기당 3.33개의 득점찬스를 만들어내며 올 시즌 14도움을 기록했다. 이로써 파브레가스는 역대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 타이에 6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은 2002/2003시즌 아스널 소속의 티에리 앙리가 기록한 20개다.

파브레가스가 끊임없이 밥상을 차렸다면 마리오 발로텔리(리버풀)는 야속하게 밥상을 차버렸다. 올 시즌 AC 밀란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발로텔리는 수아레스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보기좋게 박살났다.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여전히 리그에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발로텔리는 19라운드 스완지시티전에서 리그 마수걸이포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반면 QPR판 '오스틴파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흥행이었다. 전반기 동안 QPR이 기록한 총 득점은 21골이다. 그 중에서 12골을 찰리 오스틴이 책임졌다. 14살에 무릎 부상으로 레딩 유스팀을 떠난 벽돌공 일을 시작했으며 13부리그에서 인생 역전을 써내려간 오스틴은 올 시즌 맹활약과 함께 어느새 잉글랜드 대표팀 발탁까지 꿈꾸게 됐다. 득점왕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여객기 실종사건으로 근심에 빠진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의 유일한 위안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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