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 했다. 오랜 기간 한 길을 걸으면 그 길은 도로의 모양을 갖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1부리그에 잔류한 팀은 단순히 운 좋은 팀이 아닌 생존의 달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강등된 적이 없는 함부르크SV 만큼의 역사를 지니진 못했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은 오래 매달리기 끝에 기어이 잔류 시험을 통과할 기세다.
‘생존왕’ 위건 앞에 맨유·아스널은 장난감?
시즌 초반 정규리그 8연패 및 중반 8경기 연속 무승(4무 4패)를 기록할 때만 해도 강등 냄새가 폴폴 났다. 급행 지하철을 탄 위건은 중하위권은 거치지도 않고 강등권에 멈췄다. 3월이 되어서도 스완지시티에 0-2로 지고 노리치시티와 웨스트브롬미치 알비언과 1-1로 비겼다. 두 원더러스(울버햄프턴, 볼턴) 팀과 약속이나 한 듯 승점 까먹기 게임을 했다. 우고 로다예가, 빅토르 모세스, 프랑코 디 산토 등 개인당 10골은 넣어야 할 주전 공격수는 셋이 10골(34라운드 현재)을 합작하는 데 그쳤고, 알리 알 합시(GK)만이 건재한 수비진은 매번 맥없이 무너졌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듯했다.
시즌 개막 후 7개월여가 지난 3월 25일 리버풀 원정에서야 비로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클럽 창단 후 리버풀 홈구장 앤필드에서 역사적인 첫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를 기점으로 스토크시티를 홈에서 제압하고 갈길 바쁜 빅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도 연달아 제압했다. 2005년 승격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단 1승도 하지 못한 위건은 앤필드 첫 승리에 이어 디펜딩 챔피언을 잡아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첼시전(1-2 패)을 포함하여 그들이 최근 5경기에서 얻은 승점은 무려 12점으로 우승 후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동일하다. 지난시즌에도 마지막 4연전에서 2승 2무하며 극적으로 생존한 그들은 올 시즌, 34라운드 현재 그들은 8승 10무 16패(승점 34점, 득실 -25)의 처참한 성적으로 18위 볼턴(승점 29점) 격차를 벌리며 빠른 속도로 강등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잔류를 이끈 최종전 페널티킥 한 방
위건이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탈출한 사례가 이번뿐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건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포츠머스가 잔류 사투를 벌이던 2004/2005 시즌, 입스위치•선덜랜드와 챔피언십(2부리그)을 뚫고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창단 73년 만에 밟은 감격의 프리미어리그, 이때부터 그들의 파란만장한 잔류 역사가 시작된다. 그들은 첫 시즌 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8월 28일 선덜랜드전 이후 11경기에서 9승 2무 무패행진을 하며 11월에는 놀랍게도 우승권(2위)에 위치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리그컵 결승에도 올랐다.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프리미어리그를 휘몰아쳤다. 리그컵 결승에서 맨유에 0-4 대패하고 정규리그를 후반 부진 끝에 10위로 마감했지만 럭비의 도시 위건이 축구 열풍에 휩싸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빅리그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부리그에서 구르고 구르던’ 위건은 두 번째 시즌 만에 덩치 큰 형들에 의해 ‘굴림’을 당했다. 경계 대상으로 지목되며 강호들도 얕잡아 보지 않고 그들을 상대한 것이다. 실력을 인정받은 지미 불라드, 제이슨 로버츠 등이 다른 구단으로 떠나며 전력 손실도 입은 터. 에밀 헤스키, 안토니오 발렌시아, 크리스 커클랜드가 새로이 합류했지만 팀은 시즌 도중 8연패를 하고 3월 이후 최종전 전까지 8경기 연속 무승(3무 5패)하는 등 끝없이 추락했다. 상황은 올 시즌만큼이나 최악이었다. 폴 주얼 감독의 경질 뉴스는 끊이질 않았고 팬들은 손톱을 물어 뜯으며 강등을 걱정했다.
운명이 걸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최종전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잔류 멘탈리티가 드러났다. 위건은 전반 14분 폴 샤르너의 선제골로 앞서다 38분 존 스테드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경기를 뒤집은 건 공교롭게도 전 시즌 셰필드에서 이적해 온 데이비드 언스워스였다. 전반 42분 라이언 테일러와 교체 투입되어 3분 뒤 찾아온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위건은 후반 29분 리 맥쿨러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경기를 2-1 승리로 끝냈다. 두 팀은 10승 8무 20패(승점 38점)로 동률을 이뤘다. 득실차에서 1점 앞선 위건이 17위로 잔류에 성공하고 셰필드가 추락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짜릿한 최종전이었다.
‘잔류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2007/2008 시즌도 녹록치 않았다. 주얼 감독이 물러나고 크리스 허칭스 코치가 대행자격으로 팀을 이끌었는데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감독마저 공석인 구단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위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헤스키)를 배출하는 경사와는 대조적으로 팀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2007년 11월 6연패한 뒤 허칭스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데이브 휄란 회장은 후임자로 버밍엄시티에 보상금 300만 파운드를 지불하면서 ‘지한파’로 잘 알려진 스티브 브루스 감독을 데려왔다. 브루스 감독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팀에 세 번째 잔류 소식을 전달했다. 위건은 강등권과 승점 5점차를 내며 14위로 시즌을 마쳤고, 2008/2009 시즌에는 한층 안정된 전력으로 중위권인 11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그러나 위건과 브루스 감독간의 연애 기간은 짧았다. 예정된 수순처럼 브루스 감독은 리 캐터몰과 함께 선덜랜드로 둥지를 옮겼다. 안토니오 발렌시아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품에 안겼다. 1995~2001년 위건에서 선수 생활을 한 구단 레전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첫 시즌에 임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는 달리 위건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마지막 3경기에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강등된 번리, 헐시티, 포츠머스가 막판 스퍼트를 냈다면 역전 뒤집기도 가능했다.
여섯 시즌 동안 우여곡절을 딛고 잔류에 성공한 위건. 때로는 운이 따랐고, 때로는 120% 능력을 발휘해 스스로 잔류를 쟁취했다. 22일 풀럼(원정), 29일 뉴캐슬(홈), 5월 8일 블랙번(원정), 14일 울버햄프턴(홈)전을 무난히 넘겨 2012/2013 시즌에도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Jason Cairnduff-Matt West-Neil Tingle/BPI/스포탈코리아
‘생존왕’ 위건 앞에 맨유·아스널은 장난감?
시즌 초반 정규리그 8연패 및 중반 8경기 연속 무승(4무 4패)를 기록할 때만 해도 강등 냄새가 폴폴 났다. 급행 지하철을 탄 위건은 중하위권은 거치지도 않고 강등권에 멈췄다. 3월이 되어서도 스완지시티에 0-2로 지고 노리치시티와 웨스트브롬미치 알비언과 1-1로 비겼다. 두 원더러스(울버햄프턴, 볼턴) 팀과 약속이나 한 듯 승점 까먹기 게임을 했다. 우고 로다예가, 빅토르 모세스, 프랑코 디 산토 등 개인당 10골은 넣어야 할 주전 공격수는 셋이 10골(34라운드 현재)을 합작하는 데 그쳤고, 알리 알 합시(GK)만이 건재한 수비진은 매번 맥없이 무너졌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듯했다.
시즌 개막 후 7개월여가 지난 3월 25일 리버풀 원정에서야 비로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클럽 창단 후 리버풀 홈구장 앤필드에서 역사적인 첫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를 기점으로 스토크시티를 홈에서 제압하고 갈길 바쁜 빅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도 연달아 제압했다. 2005년 승격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단 1승도 하지 못한 위건은 앤필드 첫 승리에 이어 디펜딩 챔피언을 잡아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첼시전(1-2 패)을 포함하여 그들이 최근 5경기에서 얻은 승점은 무려 12점으로 우승 후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동일하다. 지난시즌에도 마지막 4연전에서 2승 2무하며 극적으로 생존한 그들은 올 시즌, 34라운드 현재 그들은 8승 10무 16패(승점 34점, 득실 -25)의 처참한 성적으로 18위 볼턴(승점 29점) 격차를 벌리며 빠른 속도로 강등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잔류를 이끈 최종전 페널티킥 한 방
위건이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탈출한 사례가 이번뿐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건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포츠머스가 잔류 사투를 벌이던 2004/2005 시즌, 입스위치•선덜랜드와 챔피언십(2부리그)을 뚫고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창단 73년 만에 밟은 감격의 프리미어리그, 이때부터 그들의 파란만장한 잔류 역사가 시작된다. 그들은 첫 시즌 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8월 28일 선덜랜드전 이후 11경기에서 9승 2무 무패행진을 하며 11월에는 놀랍게도 우승권(2위)에 위치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리그컵 결승에도 올랐다.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프리미어리그를 휘몰아쳤다. 리그컵 결승에서 맨유에 0-4 대패하고 정규리그를 후반 부진 끝에 10위로 마감했지만 럭비의 도시 위건이 축구 열풍에 휩싸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빅리그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부리그에서 구르고 구르던’ 위건은 두 번째 시즌 만에 덩치 큰 형들에 의해 ‘굴림’을 당했다. 경계 대상으로 지목되며 강호들도 얕잡아 보지 않고 그들을 상대한 것이다. 실력을 인정받은 지미 불라드, 제이슨 로버츠 등이 다른 구단으로 떠나며 전력 손실도 입은 터. 에밀 헤스키, 안토니오 발렌시아, 크리스 커클랜드가 새로이 합류했지만 팀은 시즌 도중 8연패를 하고 3월 이후 최종전 전까지 8경기 연속 무승(3무 5패)하는 등 끝없이 추락했다. 상황은 올 시즌만큼이나 최악이었다. 폴 주얼 감독의 경질 뉴스는 끊이질 않았고 팬들은 손톱을 물어 뜯으며 강등을 걱정했다.
운명이 걸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최종전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잔류 멘탈리티가 드러났다. 위건은 전반 14분 폴 샤르너의 선제골로 앞서다 38분 존 스테드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경기를 뒤집은 건 공교롭게도 전 시즌 셰필드에서 이적해 온 데이비드 언스워스였다. 전반 42분 라이언 테일러와 교체 투입되어 3분 뒤 찾아온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위건은 후반 29분 리 맥쿨러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경기를 2-1 승리로 끝냈다. 두 팀은 10승 8무 20패(승점 38점)로 동률을 이뤘다. 득실차에서 1점 앞선 위건이 17위로 잔류에 성공하고 셰필드가 추락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짜릿한 최종전이었다.

‘잔류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2007/2008 시즌도 녹록치 않았다. 주얼 감독이 물러나고 크리스 허칭스 코치가 대행자격으로 팀을 이끌었는데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감독마저 공석인 구단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위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헤스키)를 배출하는 경사와는 대조적으로 팀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2007년 11월 6연패한 뒤 허칭스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데이브 휄란 회장은 후임자로 버밍엄시티에 보상금 300만 파운드를 지불하면서 ‘지한파’로 잘 알려진 스티브 브루스 감독을 데려왔다. 브루스 감독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승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팀에 세 번째 잔류 소식을 전달했다. 위건은 강등권과 승점 5점차를 내며 14위로 시즌을 마쳤고, 2008/2009 시즌에는 한층 안정된 전력으로 중위권인 11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그러나 위건과 브루스 감독간의 연애 기간은 짧았다. 예정된 수순처럼 브루스 감독은 리 캐터몰과 함께 선덜랜드로 둥지를 옮겼다. 안토니오 발렌시아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품에 안겼다. 1995~2001년 위건에서 선수 생활을 한 구단 레전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첫 시즌에 임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는 달리 위건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마지막 3경기에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강등된 번리, 헐시티, 포츠머스가 막판 스퍼트를 냈다면 역전 뒤집기도 가능했다.
여섯 시즌 동안 우여곡절을 딛고 잔류에 성공한 위건. 때로는 운이 따랐고, 때로는 120% 능력을 발휘해 스스로 잔류를 쟁취했다. 22일 풀럼(원정), 29일 뉴캐슬(홈), 5월 8일 블랙번(원정), 14일 울버햄프턴(홈)전을 무난히 넘겨 2012/2013 시즌에도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Jason Cairnduff-Matt West-Neil Tingle/BPI/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