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의 K GIRLS] 나도 '이런'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력 : 2012.04.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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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며칠 전 새벽, 응급실을 찾았다. 잠을 자다 깼는데 머리 밑부터 등까지 말할 수 없이 아팠다. 기어가다시피 응급실에 가서 의사와 마주 앉았다. CT 결과를 보더니 담담히 나에게 결과를 말했다. 눈물이 쏟아졌다. 암이란다. 그런 나를 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의사가 물었다. “그렇게 많이 아프세요?” 눈물을 구겨 넣으며 답했다. “그럼요 아프죠. 암이라면서요” 그러자 의사가 내 손을 지긋이 잡으며 말했다. “담이라고요.”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 새벽 의사와 마주앉아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함께하면 즐거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밤 부암동 거리를 함께 하고픈 사람이었다.



Who is she?
아프고 힘들 때, 기쁘고 즐거울 때, 함께 하고픈 사람이 있다.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축구선수들에게 마음속 든든한 힘이 되어준 여인들이 있다. 우리는 그녀들을 ‘WAGs(wives and girl friends)’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WAGs를 꼽으라면 미스코리아 출신 사업가인 이혜원이 있다. 명실상부 최고의 ‘판타지 스타’ 안정환의 아내이다. 그녀는 안정환의 축구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이자 삶의 이유가 되어준 사람이다. 안정환은 은퇴발표 기자회견에서 아내에 대한 질문에 “서로 누워서 아무 얘기도 못했다. 나도 아프고 아내도 아팠다. 아내가 울면서 자지 않았나 싶다.”라며 애써 미안한 마음을 숨겼다. 가장 힘든 결정을 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어김없이 안정환의 옆에 있었다.



대한민국 WAGs 다 어디 갔어?
분명 어디선가 지켜보고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녀들을 경기장에서는 보기 힘들다. 언론에 대한 부담감일 수도 있다. 내 남편이, 내 남자친구가 좋은 성적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면, 그 부담감이 덜하지만, 더러는 그렇지 못할 경우 더더욱 꺼려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또한 내 남편을 응원하러 온 자리에 앉아 사진 한 장 찍혔는데, 온갖 비방과 욕설을 들어야 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되지 않겠는가. 대중은 분명 그런 그녀들을 조금 더 관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그라운드 위 아름다운 로맨스
꼭 그라운드에서 보지 않아도 SNS나 블로그를 통해 많은 WAGs들이 응원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보민 KBS 아나운서이다. K리그로 돌아온 ‘불멸의 카리스마’ 김남일의 아내이다. 지난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김 아나운서는 ‘그가 다시 일어납니다. 그리고 뛰어 들어갑니다. 그의 뒷모습에도 가슴 설레던 제가 이젠 가슴이 뭉클하고 저며옵니다. 축구장에서 우리 가족은 늘 울보가 되네요. 기뻐도 슬퍼도~제 응원보다 팬들의 응원과 함성이 필요한 때랍니다’ 라며 자신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더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 3월 11일, 인터뷰를 위해 직접 경기장 위로 올라온 김 아나운서는 지긋이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달려온 사람은 그녀의 남자, 김남일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쓰다듬고 지나가던 그 모습뿐 이었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무엇이든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유명 선수의 아내나 여자친구가 어떤 의도로 경기장에 왔건, SNS에 글을 올렸건 그녀의 사생활이고 개인의 목소리이다. 그녀가 비록 연예인이거나 공인이라 하더라도 그 외적인 어떤 목적이 있다고 해도 경기에 대해 또한 선수에 대해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자체에 돌을 던지는 건 비열하고 치사한 행동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보자. 조금 더 관대해 지자. 누구든 좋아하는 선수에게 갖는 팬심이 있기 마련인데, 사랑하는 남자가 그라운드 위에서 치열하게 뛰고 있는 모습을 보는 여인의 마음이 어찌 그저 편하기만 하랴. 그래서 함께하고픈 마음에 찾은 경기장이 그녀들에게 힘들고 아픈 추억이 되면 안되지 않겠는가.



글=이연수 기자(스포탈코리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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