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기막힌 안탈리아 '김치수송 작전'
입력 : 2013.02.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태형기자='밑반찬을 안전하게 가져와라.'
포항 스틸러스 홍보팀에 떨어진 특별 임무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2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포항 홍보팀 직원에게는 묵직한 3개의 박스가 들려 있었다. 이 직원이 담당한 밑반찬은 한국 대표 음식 ‘김치’였다.

지난달 20일 안탈리아에 도착한 포항 선수단은 국내에서 밑반찬을 다량 준비했었다. 오는 14일까지 한 달이 넘게 진행되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현지식 만으로 선수들이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계 상황에 도달했을 경우를 가정해 김치와 김 등 넉넉한 양의 밑반찬을 현지까지 공수해왔다. 그러나 훈련 1주일 만에 대부분의 반찬이 바닥을 드러내며 위기가 찾아왔다. 현지 한인을 통해 반찬 부족분을 메우려 했으나, 해외에서는 ‘금값’이 되는 한국 반찬의 시세를 확인한 뒤 마음을 접었다.

포항은 해외 배송과 현지로 출장을 떠나는 홍보팀 직원을 통한 해결을 결정했다. 박스와 테이프로 단단히 밀봉된 김치와 밑반찬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터키까지 장장 하루 간의 긴 여행을 시작했다.

과정은 순조로웠다. 중간경유지인 이스탄불에서 안탈리아행 항공기까지 이동이 착실히 진행됐다. 안탈리아 현지 선수단은 홍보팀 직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하는 배송 상황을 전해듣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터키 항공사 직원들의 친절한 위치추적까지 투명한 배송이 이어졌다. 포항의 ‘반찬 배달작전’은 싱겁게 마무리가 되는 듯 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골인 지점인 안탈리아공항이었다. 한국에서 수송된 짐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던 보안요원들이 길을 가로 막았다. 최근 수도 앙카라 소재 미국대사관 자살폭탄테러로 보안검색대 통과는 여느 때보다 빡빡해진 상황이었다. 이들은 박스 내용물이 엑스레이를 통해 관찰되지 않자 “이 자리에서 박스를 뜯어보라”며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음식물 반입에 까다로운 유럽인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김치 배달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위기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포항 직원이 마지못해 박스를 뜯고 밀봉된 김치를 보안요원에 내밀었다. 생전 처음보는 김치 포장을 접한 보안요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동료를 불러 ‘과연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결국 답을 찾지 못했지만,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물건’으로 판명을 했다. 그렇게 김치는 안탈리아공항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김치와 상봉한 포항 선수단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때마침 식사 시간에 맞춰 배달된 터라 기쁨은 더했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김치는 곧바로 식탁으로 옮겨줘 고된 훈련에 지친 포항 선수단의 입맛을 달랬다.

포항 직원은 “긴 시간 이동으로 피로하지만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진= 안탈리아(터키)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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